2011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리뷰

새로운 접근법 등 암세포 이해 증진 기존 약물 추가 연구자료도 대거 공개

2011-06-30     조성우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종양부문 최대 국제학술대회인 ‘2011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 학술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주제인 ‘Patients, Pathways, Progress’를 대변하듯 많은 혁신 항암제의 임상결과가 발표됐으며 효율성 및 혁신성의 진보도 눈에 띄었다. 

이 같은 진보에 근거해 George W. Sledge 학회장은 “암세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이제 암도 만성질환처럼 변하고 있다”며, “그간의 많은 투자와 노력으로 암환자의 생존기간이 연장됐으며, 삶의 질도 매우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올해 ASCO 역시 3만 여명의 인파가 몰려 종양부문에 대한 높은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으며, 그에 걸맞는 혁신 연구 자료가 대거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7일 막을 내린 2011 ASCO에서 공개된 주요 임상자료 및 주목받는 혁신 항암 후보물질들을 정리했다. 

▷▶ 로슈 ‘vemurafenib’ 

-연구성과 : BRAF 변이 흑색종 환자 생존기간 연장

로슈가 흑색종 치료제로 개발 중인 vemurafenib이 치료 경험이 없는 BRAF 유전자 변이 흑색종 환자의 전체생존기간(OS)과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연장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기존 치료제인 dacarbazine과의 비교연구로 진행됐는데, BRAFV600E 변이를 갖고 있는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3상에서 vemurafenib은 사망 위험을 63% 감소시켰으며, 종양진행 위험을 74%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전이성 환자(stage M1c) 및 나쁜 예후(lactate dehydrogenase 수치가 높은)를 보이는 환자에서도 유익성이 확인됐으며, 관리 가능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이처럼 vemurafenib은 흑색종 환자의 반응률, PFS, OS 등을 향상시키는 첫 단일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데, 특히 전이성 BRAFV600E 변이 흑색종 환자에 높은 유효성이 확인됐으며, 향후 다른 약물과의 병용에 대한 연구도 기대되고 있다. 

▷▶ Exelixis ‘cabozantinib’ 

-연구성과 : 전립선암 환자 연부조직병변 등에 효과

미국 바이오테크 Exelixis가 개발하고 있는 cabozantinib(XL184)은 임상 2상에서 연부조직병변(soft-tissue lesions)을 주목할 만하게 감소시켰다. 

또한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의 골 전이 안정화에 높은 유효성을 보였으며, 골 통증 감소, 마약성제제(narcotic) 사용 감소 등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다양한 고형종양 환자들이 등록됐는데, 이번 ASCO에서 공개된 자료는 mCRPC 환자군의 자료에 초점을 뒀다. 

경구용 제제인 cabozantinib은 타이로신 키나제 억제제(TKI) 계열의 약물이며, 종양의 침투와 전이에 관여하는 MET 단백질과 VEGFR(혈관 내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를 차단하는 기전을 지녔다. 

특히 cabozantinib 복용군에서 보고된 부작용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으며, 다른 타이로신 키나제 억제제(TKI)제제를 복용한 그룹과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sunitinib 등 다른 TKI 제제와 유사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여면서도 골 전이와 통증 등에서 높은 유효성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한편, cabozantinib은 현재 여포성/퇴행성 갑상선암, 갑상선 수질암, 전이성 또는 국소진행성 유두갑상선암 치료제로도 개발이 한창인데, 특히 갑상선 수질암의 경우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

▷▶ 노바티스 ‘imatinib’ 

-연구성과 : 위장관기질종양 3년 보조요법 유효성 확인

노바티스는 자사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항암제 글리벡(imatinib)의 새로운 임상자료를 공개했는데, 위장질환 타깃 임상시험에서 큰 관문을 넘어 주목받고 있다. 

치료가 힘든 위장질환인 GIST(위장관기질종양) 환자에 수술 후 3년간 imatinib을 보조요법으로 사용한 결과 기존 1년간의 imatinib 보조요법에 비해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에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요법인 1년간의 imatinib 보조요법에 비해 3년간의 보조요법이 GIST 환자의 무재발생존기간(recurrence-free survival, RFS)을 연장시켰다는 것. 

이 같은 결과는 지금까지 imatinib의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서의 효과가 확인돼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새로운 표준요법으로서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 노바티스/Incyte ‘ruxolitinib’ 

-연구성과 : 골수섬유증 환자 현격한 임상적 유익성

노바티스와 미국의 바이오테크인 Incyte Corp.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골수섬유증(myelofibrosis) 치료제 ruxolitinib(INC424)의 의미 있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2건의 3상 연구에서 JAK1/2 억제제 ruxolitinib이 골수섬유증 환자의 현격한 임상적 유익성을 보인 것.

309명의 환자가 등록된 COMFORT-I 연구에 따르면, 24주 치료 후 위약군과 비교해 비장(spleen)의 크기가 최소 35% 축소된 비중은 위약군에서 0.7%인 반면 ruxolitinib 치료군의 경우 41.9%로 확인돼 높은 유효성이 확인됐다. 

219명의 환자가 등록된 COMFORT-II 연구에서는 현재 사용가능한 치료법 중 가장 유용한 치료법으로 알려진 두 치료법과의 비교연구를 진행했는데, hydroxyurea(47%의 환자)와 glucocorticoids(16%의 환자)를 이용했다. 

48주 후 최소 35%의 비장 축소가 나타난 환자의 비중은 ruxolitinib 군의 경우 28.5%인 반면 두 약물은 0%로 나타났다. 

ruxolitinib은 현재 FDA 승인검토가 진행되고 있으며, 희귀 혈액질환인 진성 적혈구증가증(polycythemia vera, PV) 같은 다른 적응증이 추가될 경우 블록버스터 등극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는 기대주이다. 

▷▶ 머크 세로노 ‘cetuximab’ 

-연구성과 : 전이성 대장암 환자 간 이외 전이에도 효과


머크 세로노는 자사의 대표 항암제 얼비툭스(cetuximab)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CRYSTAL 후속 연구 분석 결과에 따르면, KRAS 정상형 종양을 지닌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서 간 이외의 부위로 전이가 진행된 경우에도 cetuximab이 치료결과를 의미 있게 개선시킴을 입증했다. 

한편, 전이성 대장암과 두경부암 치료제로 승인을 획득한 얼비툭스는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를 타깃으로 하는 최초의 고활성 IgG1 단일클론항체 표적항암제이다.

▷▶ 존슨앤존슨 ‘abiraterone acetate’ 

-연구성과 : 전립선암 환자 생존기간 현격히 연장

존슨앤존슨은 전립선암 치료제 자이티가(Zytiga, abiraterone acetate)가 전립선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현격히 연장시킨 새로운 자료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월 말 FDA 승인을 획득한 신약인 자이티가는 이전 연구들을 크게 상회하는 생존기간 연장효과를 보였는데, 기존 3.9개월에서 4.6개월까지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했다. 

도세탁셀(화학요법) 치료 경험이 있는 후기단계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제인 자이티가의 생존 중앙값은 15.8개월로 확인됐는데, 이는 위약군의 11.2개월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이다.

▷▶ 로슈 ‘bevacizumab’ 

-연구성과 : 난소암 환자 암 진행 위험 감소

로슈의 대표 항암제인 아바스틴(bevacizumab)은 화학요법과 병행할 때 난소암 환자의 암 진행 위험을 52% 감소시켜 주목받고 있다. 

해당 연구에서 bevacizumab 병행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2.4개월로 나타났는데, 이는 화학요법 단독투여군의 8.4개월을 크게 상회한 결과이다. 

다른 연구에서도 bevacizumab이 새로 진단받은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킨 것으로 나타나, 난소암 환자의 사망위험 감소에 bevacizumab의 유효성이 입증됐다는 설명이다.

▷▶ GSK ‘pazopanib’ 

-연구성과 : 전이성 연조직 육종(STS)에 유효성 입증

GSK의 진행성 신세포암 치료제 보토리엔트(pazopanib)가 치료 경험이 있는 전이성 연조직 육종(Soft Tissue Sarcoma, STS) 환자에 높은 유익성을 보인 연구자료가 공개됐다. 

이전에 안트라싸이클린(anthracyclines)제제로 치료 받은 전이성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PALETTE 연구(3상)에서 pazopanib 단독요법이 위약군에 비해 PFS를 3배 이상 높인 것으로 확인된 것. 

한편, 멀티 타겟 신생혈관형성 억제제인 pazopanib은 종양성장 및 혈관신생에 관련된 효소인 VEGFR, PDGFR, c-Kit, FLT3에 결합해 타이로신 키나제의 신호전달(signalling)을 저해하는 기전을 지녔다.

▷▶ BMS ‘dasatinib’ 

-연구성과 : 만성기 CML 환자 장기적 치료효과 확인

글리벡에 내성 및 불내약성을 보이는 환자 중 스프라이셀(dasatinib)로 치료제를 전환한 만성기 환자들을 5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가 발표돼 주목 받았다. 

임상결과에 따르면, 현재 권고되고 있는 1일 1회 100mg으로 스프라이셀을 복용했을 때 5년간 전반적인 생존율은 78%, 무진행생존율은 57%를 기록했다. 

한편, 스프라이셀은 작년 미국 FDA 및 유럽 EMA에서 1차 치료제(1일 1회 100mg)로 적응증을 확대 승인을 받았다.

▷▶ 기타 주목받은 임상자료

화이자의 항에스트로겐 항암제인 아로마신(Aromasin)이 유방암 고위험군인 나이든 여성의 유방암 발병 위험을 65%까지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자료도 공개됐다. 

특히 아로마신은 현재 유방암 예방용으로 흔히 사용되는 타목시펜(tamoxifen)에 비해 부작용 위험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 크게 주목받았다. 

릴리의 폐암치료제 알림타(Alimta)는 기존에 첫 주기 항암 칵테일 요법을 받은 환자의 유지요법으로 사용될 때 폐암의 진행을 1.3개월 지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릴리는 해당 연구 자료에 근거해 조만간 미국 FDA에 폐암 유지요법으로의 적응증 추가를 요청할 계획이다. 

미국 머크(북미이외 MSD)와 Ariad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경구용 mTOR 억제제 ridaforolimus는 진행성 육종의 무병생존기간을 연장시킨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양사는 올해 말 신약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ridaforolimus는 mTOR을 억제함으로써 세포성장, 분화, 신진대사, 신생혈관형성(angiogenesis) 등에 영향을 미처 암세포를 굶기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보인다.
 
로슈의 MetMab+타세바(Tarceva)의 경우 폐암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단백질인 Met 수치가 높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생존률을 세 배 이상 높여 주목받고 있다. 

끝으로, 타목시펜이 BRCA1/BRCA2 변이가 있는 contralateral 유방암 위험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자료가 나왔다. 

contralateral 유방암이란 처음에 발견된 유방암이 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쪽에 유방암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암을 말한다. 

BRCA1 변이 유방암 환자 1642명, BRCA2 변이 환자 919명 중 374명(23%)과 444명(48%)의 환자가 각각 유방암 진단 후 타목시펜을 복용했는데, 타목시펜 복용군의 경우 34명과 30명의 contralateral 유방암 환자가 확인됐다. 

반면, 타목시펜을 복용하지 않은 환자군의 경우 384명과 148명에서 contralateral 유방암이 나타나 인과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