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학과 차별화로 입지 구축
2011-03-28 이로사
- 신설 약대 현황 및 역할론
| <차례 및 기사 링크> 1. 6년제 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2. 6년제 성공적 정착ㆍ커리큘럼 개선안 3. 2+4학제→폐쇄형 6년제로 전환 4. 사회약학교육의 강화 5. 임상실무교육의 현황과 과제 6. 제약ㆍ약무 행정 실무실습교육 7. 신설 약대 현황 및 역할론 8. 약학교육평가원ㆍ약대 인증제 도입 |
지난해 2월 26일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학년도 약대 신설을 신청한 32개 대학을 대상으로 서면평가 및 현장실사 등을 거쳐 총 15개 대학을 신설 약대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350명의 정원이 15개 대학에 배분됨에 따라 각 대학들은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25명의 정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발표 당시 대학별 실제 약대의 운영 및 투자계획 이행 점검 절차를 거쳐 신설 약대에 배정된 정원을 2012학년도부터 최소한의 적정 규모가 되도록 추가 정원을 배정할 계획이라고 밝혀 추가 증원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었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교과부는 지난 1월 신설 약대 15곳에 총 100명의 추가 증원을 결정, 20명의 정원을 배정받은 경기 소재 5곳의 대학에는 각각 10명씩을 늘려 배치하고 이 외의 대학에는 5명의 정원을 추가로 증원해 신설 약대 모두 30명의 정원을 확보하게 됐다.
신설 과정에서부터 추가 증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정치적인 입김에 의한 결정이라는 의혹을 받기도 했던 이들 신설 약대가 지난 3월 일제히 개교를 하고 정식 교육에 들어갔다.
개교 초기라서 아직까지 미흡한 점이 적지 않은 신설 약대의 현황을 살펴보고 드러나는 문제점과 개선방안, 향후 이들이 해야 할 역할 등을 진단해 본다.
기존 대학서 시도 못한 참신한 커리큘럼 필요
신설 약대의 경우 기존 대학들과의 차별화를 통해 특성화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존 약대에서 시도하지 못하는 부문에 과감히 투자하고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새로운 과목을 신설함으로써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모 신설 약대 교수는 “기존 대학에서는 커리큘럼 구성에 있어 변화를 시도할 수 없는 시스템이 오랫동안 구축돼 왔다”며 “교수들 간의 이권다툼으로 인해 학제 변화 등의 요인에 의해서도 커리큘럼이 쉽게 변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미 교수마다 정해진 시수와 과목이 있는 상황에서 특정 교수의 과목을 폐강하거나 시수를 줄이는 식의 변화를 모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신설 약대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고정돼 왔던 커리큘럼에서 탈피해 생명약학, 임상약학, 산업약학, 사회약학 등 기존 대학에서는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어 왔던 과목들을 대폭 신설하는 등의 ‘새판짜기’가 가능하다는 것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약대 9명ㆍ의대 2명 … 서울대 출신 독식
하지만 이제 막 개교를 한 신설 약대들은 교수 채용 문제나 시설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아직까지 그 한계가 분명한 것이 사실이다.
3월 개강과 함께 이미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 상태이지만 교학과조차 마련되지 않은 약대도 있을뿐만 아니라 교수 채용 숫자나 자격 등에서 미흡한 대학이 상당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5일 시점에서 각 대학의 학장 및 교수 채용 현황을 집계한 결과 아직까지 학장이 정해지지 않은 대학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도표).
계명대의 경우 외국인 학자를 학장으로 영입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사정상 여의치 않아짐에 따라교학부총장이 임시로 약학대학장직을 수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학장을 확정한 각 대학 학장의 출신학과를 살펴보면 약대 출신인 학장이 총 9곳이었으며 나머지 5곳은 의대, 미생물학과, 화학교육과, 농화학과 등이었다.
약대 출신인 학장은 가톨릭대학교 이명걸 학장, 동국대학교 천문우 학장, 아주대학교 임종석 학장, 차의과학대학교 고광호 학장, 한양대학교 이철훈 학장, 경북대학교 송경식 학장, 고려대학교 박영인 학장, 경상대학교 공재양 학장, 인제대학교 김종국 학장 등 총 9명이다. 이들 9명 가운데 송경식 학장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대 약대 출신이며 송 학장은 성균관대 약대 출신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의대 출신의 교수 2명이 약학대학장을 수행하게 된 것이 눈길을 끈다. 가천의과학대학교의 신익균 학장과 연세대학교의 안영수 학장 두 사람은 모두 의대 출신이지만 각 대학에서 약학대학을 유치할 당시 약학대학추진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아 유치에 성공함에 따라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평가이다.
이 외에 단국대학교 김재헌 학장은 서울대 미생물학과 출신이며, 목포대학교 한동설 학장은 서울대 화학교육과 출신, 순천대학교 김훈 학장은 서울대 농화학과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학장이 정해진 14곳의 대학 가운데 무려 11명의 학장이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도 특이할 만한 사항이다.
교수 채용 시 약학교육 자격검증 필수
각 대학의 교수 채용 현황을 살펴보면 아직 5명 이하의 규모에 머무르고 있는 대학이 4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대학은 단계적으로 전임교수 규모를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최소 10명 이상으로 규모를 갖추겠다는 입장이다.
동국대는 총 14명의 전임교수를 확보해 가장 많은 수의 교수를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가톨릭대는 10명, 단국대ㆍ아주대는 9명, 가천의대ㆍ가톨릭대ㆍ고려대ㆍ차의과대는 8명 등의 순이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적정한 수준의 교수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수 수가 다소 적더라도 약학을 교육할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를 제대로 검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존 약대의 모 교수는 “일부 신설 약대의 경우 교수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거나 교수를 채용했더라도 약학을 교육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교수인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정된 교수 인력 속에서 대학들이 약학교육 과정을 가르칠 만한 우수 인력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했고 결국 적절한 교수를 채용하지 못한 곳은 동 대학 인접 학과의 교수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아울러 실험이나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미완성인 채로 학생들을 맞이한 곳도 있어 양질의 교육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조속한 시일 내에 교육여건을 충실히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교과부가 약대 신설 과정에서 밝혔듯 신설대학들에 대한 계획 이행을 철저히 점검해 애초에 예정했던 계획을 실제로 이행하지 않거나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는 등 약학대학 운영에 현저히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되는 대학에 대해서는 정원 배정을 취소하고 학생 모집을 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약대 신설 취지 걸맞은 역할 거듭나야
신설 약대들은 미래 고부가가치 국가전략 산업인 신약개발을 위해 산업 및 연구약사 육성 기반을 마련하고 임상약사(병원약사 등)의 수요 증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설이 결정됐다.
또한 신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점을 강조하고 약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학생들로 하여금 신약개발과정의 설계 및 평가능력을 배양케 하고 이를 선도함으로써 제약산업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산업ㆍ연구 약사, 임상약사 양성이라는 취지에 걸맞은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통해 6년제 교육의 실질적인 수혜자들이 향후 신약개발을 선도하고 보건의료기술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약과학자로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