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글로벌 제약 R&D 전망(上)

글로벌 제약 혁신 R&D 성과 가시화 CETP 저해제 메가블록버스터 전망 GLP-1 작용제·SGLT2 저해제 경쟁 HCV·HIV 부문 신약개발 시너지 발휘

2011-01-03     조성우
인어나 미노타우로스(사람의 몸에 소의 머리)처럼, 2011년 글로벌 제약업계의 파이프라인은 다소 혼재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우선 프라이머리 케어(primary care)와 스페셜티 케어(specialty care) 부문이 혼합된 과도기적 모습을 보일 것이며, 소분자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biologics) 두 거대 분야 모두에서 큰 폭의 과학적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동안 도외시됐었던 질병을 타깃으로 하는 혁신 백신의 R&D 진전으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듯 현재 제약업계의 라이프사이클이 블록버스터 모델을 서서히 탈피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과도기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여러 글로벌 제약업계 저널의 자료를 토대로 이러한 변화의 순간을 반영하고 있는 올해의 기대주들을 주요 질환별로 정리했다.

고지혈증 - 돌아온 CETP 저해제

현재 미국 처방약 시장에서 가장 큰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콜레스테롤 치료제 부문은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낮추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스타틴(statins) 계열의 약물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IMS Health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글로벌 시장규모는 350억 달러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스타틴 약물은 콜레스테롤 조절에 있어 보다 쉽고 더 유용한 대안인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증가시키는 것에는 효과가 없다.

현재 많은 연구들이 HDL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HDL이 혈관이나 몸속에 흩어져있는 LDL 등 혈관을 막는 콜레스테롤을 이를 배출하는 간으로 운반,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이나 심근경색의 위험을 낮추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동안 HDL을 높이는 신계열 약물의 개발은 힘든 과제였다. 지난 2006년 화이자의 CETP(콜레스테릴 에스테르 전달 단백질) 저해제가 환자의 HDL을 현격히 높였으나 사망률도 60% 가까이 높여 3상에서 개발이 중단됐다.

torcetrapib의 실패이유는 지방플라크 축적 및 고혈압과 관련된 호르몬인 aldosterone의 수치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으로, 화이자의 소식과 함께 대부분의 CETP 저해제 관련 R&D 프로그램은 즉각 중단됐다.

그러나 머크&컴퍼니와 로슈는 조용히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했고, 약 4년이 흐른 지난 11월 머크&컴퍼니는 개발 중인 콜레스테롤 치료제의 경이적인 임상결과를 미국심장학회에서 공개했다.

당시 공개된 3상 자료에 따르면 기대주 anacetrapib이 HDL 수치를 138% 증가시키고, 스타틴 약물 복용군에 비해 LDL 수치를 40% 감소시켰다.

또한 18개월에 걸쳐 진행된 임상에서 특별한 안전성 이슈가 보고되지 않았으며, 위약군에 비해 중증 심장위험 발생률도 낮게 나타났다. 특히 화이자의 실패사유였던 혈압상승이나 심혈관계 부작용 위험이 위약군과 차이가 없었다.

학계는 이번에 공개된 임상결과가 향후 대규모 연구에서도 입증된다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함을 제공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탄생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비해 로슈가 3상을 진행하고 있는 CETP 저해제 dalcetrapib은 보다 낮은 효용성을 보였는데, HDL을 40% 상승시켰으며, LDL을 15% 하락시켰다.

두 거대 제약사를 제외한 다른 중소업체들은 CETP 저해제를 보다 중증질환을 타깃으로 개발하고 있어 당분간 머크&컴퍼니의 유력한 경쟁제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머크&컴퍼니는 1억 5000만 달러를 투입, 올해 2분기 3만 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 3상을 계획하고 있다. 2015년 출시가 예상되는 anacetrapib의 대규모 임상이 성공할 경우 리피토급의 경제적 파급력이 보장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급성관동맥증후군 - 와파린·플라빅스 왕좌 흔들

새로운 계열의 항응고제(anticoagulants)들이 와파린을 왕좌에서 퇴위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와파린은 오랜 기간 심방세동을 갖고 있는 환자의 뇌졸중 및 출혈 합병증 예방의 표준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차세대 항응고제들은 대부분 혈액응고인자인 팩터 Xa(factor Xa)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지난 11월 미국심장학회에서 공개된 3상 결과에 따르면 바이엘과 존슨앤존슨의 자렐토(Xarelto)는 혈액응고억제제의 주요 부작용인 출혈 발생 가능성은 와파린과 유사했으며, 두개내 출혈 등 일부 출혈은 와파린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렐토는 심방세동 환자에서의 뇌졸중과 비중추신경계 전신색전증의 발생 위험률을 와파린 대비 21% 감소시킴으로써 우수한 효과를 입증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 내 포스트 와파린 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가고 있는 것은 베링거인겔하임의 경구용 트롬빈(thrombin) 억제제인 프라닥사(Pradax)로 지난 10월 FDA 승인을 획득했다.

프라닥사는 고위험군인 심방세동(부정맥) 환자의 뇌졸중 및 혈전 발생 위험 감소를 적응증으로 승인을 획득했는데, 오랜 기간 경구용 항응고제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준 치료제인 와파린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150억 달러에 달하는 관련 시장은 현재 개발 중인 여러 기대주들에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며, 화이자/BMS의 아픽사반, 다이이찌산쿄의 에독사반 등도 기대주로 손꼽힌다.

단, 화이자/BMS의 아픽사반(apixaban)의 경우 대규모 3상 임상연구가 출혈 위험에 대한 우려로 지난 11월 중단돼 개발이 다소 지연될 전망이다.

한편, 항혈소판제(antiplatelets)의 경우 플라빅스가 오랫동안 왕좌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플라빅스는 2011년 미국 내 특허만료가 시작된다.

또한 높은 안전성과 플라빅스와의 비교우위를 입증할 수 있는 혁신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높다. 전체 환자의 약 30%가 플라빅스에 충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새로운 치료옵션에 대한 니즈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아스트라제네카의 기대주 브릴린타(Brilinta)는 FDA 자문위로부터 압도적인 승인권고(찬성 7, 반대 1)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9월과 12월 두 차례 승인이 보류되며 미국시장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ADP 수용체 억제제인 브릴린타는 43개 국가에서 진행된 대규모 임상인 PLATO 연구에서 플라빅스에 비해 심혈관계 위험을 상당히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나는 등 높은 유효성이 입증됐다. 그러나 미국 환자를 대상으로 북미에서 진행된 임상에서는 심근경색, 뇌졸중, 사망위험 감소 등의 유효성이 미비해 자료의 불일치성이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브릴린타의 미래는 어떠할까? 플라빅스 라이벌 약물로 가장 최근에 출시된 릴리의 에피엔트(Effient)의 경우 지난 2008년 발매이후 매우 암울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자료를 기준으로 할 때 브릴린타의 안전성 프로파일이 에피엔트를 크게 상회해 상대적으로 높은 잠재력을 평가받고 있다.

한편, 거대 시장인 심혈관계영역을 놓고 여러 대형 제약사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PAR-1 트롬빈 수용체 억제제인 vorapaxar가 차세대 블록버스터 약물로 주목받고 있다. 머크&컴퍼니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vorapaxar는 브릴린타나 플라빅스 등의 ADP 수용체 억제제와 다른 혁신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어 향후 R&D 성과가 크게 주목된다.

당뇨병 - 작용제(Agonists) vs 저해제(Inhibitors)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며 약 250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제약사들의 경쟁이 첨예한 이 분야는 매년 수백의 신규 화합물이 파이프라인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초기 당뇨치료의 메트폴민에서 후기 당뇨관리의 인슐린까지 다양한 단계에 치료옵션이 존재하고 있다. 현재 바로 이 사이를 타깃으로 새로운 제품들의 개발이 한창이다.

그러나 단지 혈당(glucose)을 조절하는 것은 더 이상 도전적인 분야가 아니다.

현재 치료제들은 신진대사(metabolism)에 영향을 받는 심혈관계 질환과 관련된 당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장 근래에 미국 FDA의 승인을 획득한 치료제인 머크&컴퍼니의 자누비아(Januvia)와 릴리의 바이에타(Byetta) 등의 신약들은 체중증가 없이 높은 혈당조절 효과를 보여 당뇨시장의 진입장벽을 한 단계 높였다.

현재 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가장 열기가 뜨거운 두 치료계열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유사체(작용제)와 SGLT2(sodium glucose transporter 2) 억제제.

우선, GLP-1 유사체는 주사제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보다 오래 약효가 지속되는 제형의 개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러나 바이에타(릴리, 1일 2회 주사)의 1주 제형인 Bydureon은 현재 FDA의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FDA는 Bydureon의 심혈관계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 승인을 보류하고 QT간격(QT interval)의 연장 등 심전도상의 변화에 대한 추가 연구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지속형 제형의 경우 지속시간이 길수록 신장기능이 저하된 사람의 심혈관계 및 신장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지적돼 이에 대한 추가 임상 시간과 비용 발생이 불가피해진 것.

한편, 2010년 초 미국에 출시된 1일 1회 제형의 GLP-1 유사체인 빅토자(Victoza, 노보 노디스크)는 시판과 함께 발매 6개월 만에 미국 GLP-1 당뇨약 시장에서 27%의 점유율을 보이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GSK가 개발하고 있는 1주 지속형 GLP-1 유사체인 Syncria는 현재 3상이 진행중이다. 무난한 개발이 예상되나, 경쟁제품들에 비해 유효성이 그다지 뛰어나지 못해 성장에 제한이 따를 전망이다.

한편, 경구용으로 개발중인 SGLT2 저해제는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에 관여하는 운반체 단백질인 SGLT-2를 차단, 소변을 통해 포도당의 배출을 촉진함으로써 혈당 수치를 낮추는 작용을 한다.

현재 개발중인 항SGLT-2 약물들 중 아스트라제네카와 BMS가 공동으로 개발중인 dapagliflozin이 가장 앞서있다.

지난 7월 공개된 3상 자료에 따르면 메트폴민과 병행할 경우 글리피짓(glipizide)과 메트폴민 병행군과 유사한 유효성을 보였다. 특히, 비교군의 경우 3파운드의 체중증가가 있었으나 dapagliflozin+메트폴민 투여군의 경우 7파운드의 체중감소가 나타났다.

양사는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두 약물의 병용제제(fixed-dose dapagliflozin/metformin combo)를 개발하고 있다.

존슨앤존슨도 머크&컴퍼니처럼 심혈관계와 신진대사 R&D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데, 현재 1만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SGLT2 저해제인 canagliflozin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비만 - 오랜 암흑기 탈출 주목

와이어스의 fen-phen과 아노피-아벤티스의 rimonabant가 안전성 이슈로 각각 1997년 미국시장과 2009년 유럽시장에서 퇴출되는 등 비만치료제 R&D는 오랜 암흑기를 보내왔다.

여기에 작년 리덕틸(시부트라민)까지 유럽(1월)과 미국(10월)에서 퇴출되는 악재가 겹치며, 가뜩이나 부족한 치료옵션에 큰 구멍이 생겼다.

특히 2010년 초만 하더라도 총 3개 품목에 대해 FDA가 승인검토를 진행 중이어서 비만치료제 시장의 암흑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24일 아레나제약(Arena Pharmaceuticals)의 단일요법제 lorcaserin의 승인이 좌절된데 이어, 28일에는 비버스(Vivus)의 복합제 Qnexa(phentermine+ topiramate) 마저 FDA 승인 획득에 실패하며 업계는 충격에 휩싸이게 됐다.

우선 선택적 세로토닌 2C 수용체 촉진제인 lorcaserin의 경우 FDA가 전반적인 안전성과 동물실험에서 나타난 발암 위험성 등에 의문을 제기, 승인을 반려하고 제작사에 추가 임상과 전임상 실험을 요구해 개발이 1년 6개월 이상 지연됐다.

또한, 항비만제로 단기 처방이 가능한 phentermine과 간질 및 편두통 약물로 승인된 topiramate의 복합제인 Qnexa는 심장위험과 임산부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제기되 승인이 좌절됐으며, 제작사는 이와 관련된 안전성 평가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단 희망적인 것은 지난 12월 7일 미국 바이오테크인 Orecigen의 기대주 Contrave(bupropion+naltrexone)가 FDA 자문위의 승인권고를 획득했다는 사실이다.

자문위는 찬성 13, 반대 7로 Contrave의 승인을 지지했는데, 이날 모임의 하이라이트는 심혈관계 위험에 대해 시판 후 연구를 진행할 지 아니면 출시 전에 진행할지에 대한 표결. 자문위는 11:9로 시판 후 연구를 지지하며 관계자들을 환호케 했다. 만약 심혈관계 연구와 관련된 표결에서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면 Contrave 역시 앞서 승인이 좌절된 두 기대주와 같은 운명에 처해 출시가 상당기간 지연될 수 있었다.

한편, Qnexa는 임상 3상에서 평균 10%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는데, 이는 FDA의 최소 요구기준(5% 감량효과)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반면 Contrave의 경우 평균 5%의 체중감량 효과를, Lorcaserin의 경우 5%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낮은 유효성과 상대적으로 높은 부작용 위험이 세 기대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Contrave와 Qnexa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체중감량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Qnexa가 보여준 10%의 체중감량은 매우 놀라운 성과이며, 추가적인 안전성 자료가 FDA를 만족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 해당 약물들은 심혈관계에 큰 문제가 있는 비만환자의 경우 사용이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전문가들은 세 기대주가 모두 승인에 실패한다면 장기간 비만치료제 R&D가 암흑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른 후보물질들의 진척도가 이들에 비해 수년 이상 늦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 선택의 기로에 선 질환

독일의 세계적 정보회사인 Wolters Kluwer는 ‘알츠하이머는 R&D의 블랙홀’이라고 표현한다. 현재 근본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가장 큰 질환이 바로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03년 이후 대규모 개발을 진행하던 10개 이상의 기대주들이 모두 실패했다. 대부분의 기대주들은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것으로 지목되는 베타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아밀로이드의 축적을 늦추거나 멈추는 기전의 실험약물들이 환자의 인지나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개발사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글로벌 3상을 진행하던 릴리의 기대주 semagacestat의 개발이 전격 중단되면서 이러한 아밀로이드 가설은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실제로, 3상에서 semagacestat는 아밀로이드 축적을 제거하는데 높은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해당 임상시험의 중간평가에서 질환의 진행을 억제하지 못했고 주요 평가항목에서도 위약군을 밑도는 결과가 도출됐다.

현재 점점 의견이 일치되고 있는 것은 아밀로이드의 축적을 감지할 수 있을 때라면 이미 알츠하이머가 매우 진행돼 이를 수정할 수 없는 단계일 수 있다는 것 정도이다.

효과적인 치료는 매우 초기에 시작되어야 가능하지만 현재까진 조기발견에 효과적인 바이오마커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대리결과변수(surrogate markers)와 임상적 유익성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FDA 역시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효과 평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놓고 갈팡질팡 하고 있다.

그 결과 당연히 제약사들은 개발을 주저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임상 3상은 제약 R&D 가운데 가장 길고, 힘들고,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영역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다른 질환의 R&D와 달리 알츠하이머의 경우 동물모델이 수용되지 않기 때문에 2상을 소규모로 진행하고 3상에서 개념증명(proof-of-concept)을 진행해야 한다.

현재 엘란(Elan), 존슨&존슨, 화이자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bapineuzumab과 릴리가 개발중인 solanezumab이 현재로선 상업적, 임상적으로 가장 큰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아밀로드 항체를 작동시키는 면역치료제인 bapineuzumab은 플라크를 25% 감소시켰다.

특히 최근 연구에서 bapineuzumab이 뇌 엉킴(tangles)을 유발하는 독성 단백질인 tau 수치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tau 수치를 감소시킴으로써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뇌 축적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으며, 척수액(spinal fluid)의 tau 수치는 알츠하이머 No.2 대리결과변수이다.

현재 총 1만 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bapineuzumab 관련 14건의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
비록 최근 semagacestat의 임상은 실패했지만, 릴리는 여전히 알츠하이머 R&D 프로그램에 열의를 보이고 있으며, 실제로 업계 최고 수준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새롭게 주목받는 기대주는 제2아밀로이드(second amyloid)를 타깃으로 하는 solanezumab으로, 현재 3상이 진행되고 있다. solanezumab은 아밀로이드가 플라크 축적을 형성하기 이전에 작용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한편, EnVivo Pharmaceuticals는 부분적 a7 수용체 작용제인 EVP-6124를 개발하고 있다. a7 수용체 작용제는 뉴런을 자극해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이세틸콜린(neurotransmitter acetylcholine)의 기민한 영향력을 증가시킨다. 만약 이런 효과가 보다 진척될 경우 이세틸콜린 수치를 증가시키는 콜린에스테라아제(cholinesterase) 저해제와 쌍끌이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용량으로 보다 적은 부작용을 제공할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후기단계 파이프라인에서 돋보이는 또 다른 기대주로 박스터(Baxter)의 Gammagard가 있다. Gammagard는 베타아밀로이드 항체를 함유한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IV immunoglobulin)으로, 해당 면역치료법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42% 낮춘 것으로 나타난 후향적 분석(retrospective analysis) 결과 주목받고 있다.

임상 2상에서 인지, 기능, 신경분자영상 등 세 가지 측정결과 현격한 유익성을 보였으며, 현재 2건의 3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C형 간염 - 또다른 프로테아제 혁명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와 HCV(C형간염 바이러스)의 유사성이 연구진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990년대 중반 HIV 치료제로만 사용되던 新계열(당시로선) 프로테아제 저해제는 현재 HCV 치료제로의 변형을 활발히 시도하고 있다.

현재 파이프라인에 존재하는 약 100개의 후보물질이 모두 이러한 새로운 타깃을 목표로 디자인됐는데, 프로테아제(protease), 폴리메라아제(polymerase), RNA결합 단백질(RNA-binding proteins) 등을 타깃으로 한다.

미국 Vertex제약이 개발하고 있는 telaprevir는 첫 HCV 타깃 프로테아제 저해제가 될 전망인데, 올해 초 승인이 전망되고 있다. 그 뒤를 머크&컴퍼니의 boceprevir가 뒤따르고 있는데 역시 올해 말 승인이 예상된다.

3상에서 두 기대주 모두 뛰어난 효능을 보였으며 부작용 위험은 현 표준치료법(pegylated INF+ribavirin)과 비교해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표준치료법과 병행할 경우 반응율을 더욱 높이고 치료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C형 간염 표준치료법은 완치율이 50% 이하이며, 발진 등 중증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애널리스트들은 telaprevir가 2013년 2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널리 사용될 것으로 내다봤는데, 첫 치료제의 프리미엄 및 높은 효과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또다른 기대주인 boceprevir의 경우 2014년 80억 달러의 시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HCV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차지하려면 뛰어난 시판 후 자료가 필요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데이터모니터(Datamonitor)가 의사들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에서 46%가 새로 진단받은 환자의 표준치료제로 telaprevir를 처방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boceprevir를 선택한 의사는 26%로 나타나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한편 프로테아제 제해제 계열의 치료제 시장은 여전히 많은 진전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데, 왜냐하면 위에 언급한 두 기대주들은 모두 하루 세 번 복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존슨앤존슨이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는 프로테아제 저해제 TMC435는 첫 1일 1회 복용 치료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베링거인겔하임, BMS, Gilead, 로슈 등도 임상 2상 단계의 유망한 프로테아제 저해제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HCV 치료 혁명은 경구제들이 인터페론 정맥주사(IV interferon)를 대체할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많은 HCV 리딩 업체들이 폴리머라제(핵산 중합효소) 억제제(polymerase inhibitor)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로슈가 Pharmasset사로부터 중기단계 기대주 RG7128의 권리를 확보하면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또한 많은 제약사들이 프로테아제와 폴리머라제의 병행요법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어 관련 성과가 주목된다.

HIV - 더욱 향상된 콤보치료제 도입

현재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의 표준요법인 다제치료(multidrug treatment)에 대한 제약사들이 R&D가 지속되고 있다. 많은 HIV 환자들이 내성, 독성, 가격의 요인으로 치료옵션에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HIV의 DNA가 인체세포 내의 핵에 있는 염색체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 기전을 갖춘 인테그라아제(integrase) 저해제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Gilead의 elvitegravir와 화이자와 GSK의 HIV관련 조인트벤처인 ViiV Healthcare의 GSK1349572이 각각 2013년과 2014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우선, 2007년 FDA 승인을 획득한 첫 인테그라아제 억제제인 머크&컴퍼니의 Isentress(raltegravir)는 현재 100억 달러의 HIV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Gilead의 항레트로바이러스제(fixed-dose combinations)에 강력한 도전자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Gilead의 elvitegravir는 Isentress에 비해 유효성의 우위를 보이지 못하며 동일한 수준의 내성관련 프로파일을 보이고 있어 고전이 예상된다. 단, HIV 부문 강자인 Gilead는 ‘four-in-one’ 폴리필(polypill)인 Quad를 개발하고 있어 이를 만회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현재 HIV 치료제 관련 R&D는 2세대 인테그라아제 억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보다 비용 효율적이면서 보다 새롭고 향상된 프로테아제 억제제 및 다른 계열의 치료제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울장애 -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최근 Datamonitor는 우울증 치료제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BCC Research는 주요 블록버스터 치료제의 특허만료와 함께 글로벌 CNS(중추신경계)질환 치료제 시장이 향후 5년에 걸쳐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프로작(Prozac)과 이펙사(Effexor)가 주도하고 있는 우울증 및 불안장애 치료제 시장은 현재 세로토닌(serotonin)과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등 두 신경전달물질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

반면 지난 2009년 유럽 승인을 획득한 프랑스 제약사 Servier의 Valdoxan은 전혀 다른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Valdoxan은 멜라토닌(melanotergic) 수용체 작용제와 세로토닌(5HT2C) 길항제를 결합해 이중 작용(dual action)을 하는 신계열 약물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과 노르에피네프린을 타깃으로 한다.

Valdoxan의 강점으로 빠른 효과와 기존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의 빈번한 부작용인 성기능 장애가 없다는 점, 수면을 촉진시킨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최근 프로작 및 이펙사와 Valdoxan을 직접 비교한 연구에서 Valdoxan의 효과가 이들 블록버스터들을 상회해 주목받고 있다.

니코틴 중독 - 백신 출시 기대감 증폭

현재 금연제품 관련 시장은 20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나 해당 제품들의 금연 효과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금연백신이 니코틴 중독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로 크게 각광받을 전망이다.

한번 주사로 오래 지속되는 금연백신은 면역체계를 자극해 니코틴-특이(nicotine-specific) 항체를 생산하도록 한다. 이러한 항체들은 혈류에 존재하는 니코틴을 결집시킨다. 그 결과 니코틴 분자량이 거대해져 뇌혈관장벽을 통과할 수 없게 된다.

즉 분자량이 상대적으로 작은 니코틴은 혈류를 타고 쉽게 뇌 장벽을 통과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데, 니코틴백신을 통해 생성된 항체에 붙게 되면 분자량이 배 가까이 커져 뇌 장벽을 통과할 수 없고 그 결과 니코틴 보상작용으로 인한 흡연충동이 억제되는 원리이다.

현재 Nabi Biopharma/GSK의 NicVAX의 개발진척이 Novartis의 NIC-002에 비해 빠르지만 데이터모니터는 NIC-002가 임상에서 NicVAX를 상회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어 보다 높은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암 - 혁신 흑색종 치료제 승인 임박

허셉틴과 글리벡 등 유전체학(genomics) 및 표적치료법을 적용한 항암제의 출현으로 암 정복이 가시적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하나의 변이에만 접근하는 치료모델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통감하게 됐다. 실제로 최근 1~2년 사이 초대형 블록버스터인 아바스틴(Avastin)과 수텐(Sutent)을 포함해 10여건의 항암제 3상 임상이 실패를 거듭하며 적응증 추가가 좌절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노피-아벤티스의 첫 삼중음성(triple-negative) 유방암 치료제 기대주 iniparib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폴리(ADPribose) 중합효소(PARP) 억제제인 iniparib이 2상에서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전반적인 생존율을 높여준 것으로 나타났는데, 화학치료 단독보다 iniparib을 병행했을 때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폴리(ADPribose) 중합효소(PARP) 억제제는 DNA 복구 프로세스를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의약품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향후 R&D 성과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DNA 복구 효소를 발현시키는 다른 종류의 종양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

BMS의 진행성 흑생종 치료 기대주인 ipilimumab은 3단계~4단계 흑생종 환자의 생존율에 유익성을 보인 첫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다. FDA로부터 우선심사권을 부여받은 ipilimumab은 올해 3월 이전에 승인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임상 3상에서 후기단계 흑색종 환자의 1/4에서 생존율이 2년 이상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기존 치료법의 생존율을 두 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이다.
승인을 획득할 경우 10년 만에 새로운 흑색종 치료제가 탄생하게 되며 향후 블록버스터 등극이 전망된다.

CTLA-4(Cytotoxic T lymphocyte antigen 4, 면역억제 수용체)를 억제하는 단일클론항체인 ipilimumab은 현재 진행성 흑색종과 전립선암, 폐암 등의 다양한 종양을 타깃으로 후기단계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편, 미국 바이오테크인 Seattle Genetics의 항체-약물 복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 기술이 오랜 기간 기다려온 혁신 희귀림프종 치료제의 출시를 가능케 할 전망이다.

동사가 개발중인 SGN-35(brentuximab vedotin)는 ADC 약물전달시스템이 적용됐다. SGN-35는 항체인 brentuximab과 화학약물인 vedotin을 결합한 Smart-Bomb 항암제로, 건강한 조직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아 부작용 위험이 현저히 낮으며 유효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현재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으며, 호지킨림프종과 미분화 거대 T세포 임파종을 타깃으로 한다. 두 적응증에 대해 올해 상반기 BLA(바이오의약품신약신청)를 제출에 계획이다.

12월 공개된 임상자료에 따르면 102명의 호지킨 림프종 환자 중 94%에서 종양의 크기가 축소됐으며, 부작용 발현은 현저히 낮게 나타나 기대주로서의 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brentuximab vedotin을 투여한 호지킨 림프종 환자의 1/3 이상이 완벽한 관해에 도달해 주목받고 있다.

항체에 화학약물을 탑재한 표적항암제의 경우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Herceptin)과 Immunogen社의 화학요법(DM-1)을 결합한 후보약물이 임상 3상에 존재하나 FDA가 심사를 반려해 출시가 상당기간 지연된 상태이다.

현재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 골육종(bone cancer)의 경우 미국 Exelixis가 개발중인 후보물질이 이례적인 효과를 보여 주목된다.

XL 184는 종양의 혈액공급을 억제하는 작용과 종양의 성장을 자극하는 MET 단백질을 억제하는 두 가지 작용을 한다.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 자료에 따르면 골절이가 있던 환자 20명 중 19명에서 관련 종양이 축소되거나 사라졌다. 이는 전례가 없는 사례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참고문헌>
-Wolters Kluwer Health AdisInsight Database
-Pharmaceutical Executive
-Fierce pharma
-Fierce biotech
-Pipeline review
-IMS Health
-BCC Research
-Datamon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