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살 깍는 의지로 품목도매 등 색출
일부 도매상 현금차용ㆍ골프접대 등 자행 국공립병원에서 우회공급 등 횡포도 빈번 도협 이한우 회장, 말 보다 실천의지 관건
2010-08-09 발행인 이원학
한국의약품도매협회 이한우 회장이 유통일원화 3년 연장을 주장하면서 이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품목도매 또는 품목영업은 복지부 차원에서도 유통질서 문란의 주범이면서 그동안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고 도매업계 역시 그 폐단을 알면서도 이를 통해 성장해 온 업체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드러내 놓고 거론하지 못했던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유통일원화 연장을 위해서는 유통 선진화와 대형화를 위해 자신들의 고질적인 병폐를 대수술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휴대폰 하나로 장사하는 품목도매
이한우 회장은 정부가 도매상 창고평수를 폐지하는 규제완화 조치 이후에 영세도매업소들이 우후준순 격으로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제약회사에서 병원영업을 담당하던 직원들이 퇴사 한 후 항생제 등 특정 품목으로 도매상을 설립한 후 그동안 친분관계가 두터웠던 의사들을 상대로 품목영업을 하면서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 이익을 챙겼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보험약가가 10000원 제품의 경우, 제약사로부터 3000원에 받아 70%인 7000원의 마진을 확보한 후 처방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골프접대까지 해도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품목도매들은 도매상 창고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영업을 할 수 있어 도매 협회 차원에서도 업 허가 자체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해 허가해 준 것을 협회 차원에서 규제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
▶▷국공립 의료기관 입찰에서도 횡포
품목도매 업체들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제약사 영업사원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제약사에 근무하는 동안에 특정 병원 의사나 구매담당자들을 사귀어 놓은 다음에 퇴사해 근무하던 회사로부터 품목을 직접 받거나 아니면 동일한 제품으로 카피 제품을 생산해 그 품목을 독점하면서 의사들과 금품으로 은밀히 엮기기 때문에 한번 인연을 맺으면 쉽게 거래관계가 정리되지 않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품목영업을 전개하는 도매업소들은 연간 매출액이 100억 원대 전후가 대부분이며 거래처도 한정돼 있어 영업사원도 많지 않고 형식적으로 창고를 갖고 있지만 약은 거의 없는 빈창고 상태이다.
더욱이 이들 품목도매 사장들은 특정 의료기관과 친분을 내세워 국공립의료기관 입찰에서 경합품목도 자신들이 총판이라며 타 도매업소가 낙찰시키면 보험약가 수준으로 약을 우회 공급 받을 것을 드러내 놓고 거론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보훈병원입찰에서 Nifedipin제제의 경우 바이엘, 태평양제약, 광동제약 등 3개 회사의 경합품목으로 D약품이 광동제약 제품으로 계약을 체결하자 작년에 낙찰시켰던 H약품이 자신을 통해 우회 받지 않으면 납품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왔다. 광동제약 역시 병원으로부터 발주가 나오자 H약품이 이 제품에 대해 보훈병원 총판이라면서 제품공급을 거부하고 우회를 종용했다. 그러나 경합품목에 대한 총판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되자 광동제약은 D약품에 직접 공급키로 정책을 바꾸었다.
이같은 사례는 다른 국공립의료기관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공립의료기관 입찰에서 오리지널 품목은 사전오더를 받은 도매상을 통해 우회공급 받은 사례가 많지만 경합품목까지 총판을 운운하면서 우회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품목영업을 하는 도매업체들은 단독은 물론 경합까지도 자신들의 품목이라고 일단 우기고 보는 것이 현실이다.
▶▷6-7억 원씩 현금차용 형태
품목도매들은 품목 중심으로 영업을 전개하기 때문에 관련 제품을 처방하는 의사들과 밀착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들 의사로부터 처방을 많이 끌어내기 위해 의사들에게 골프접대는 기본이고 심지어 수억 원씩 현금까지 차용해줄 정도라고 한다.
사실상 차용 명문으로 의사에게 6-7억 원씩 빌려주지만 원금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고 일종의 처방을 전제로 한 리베이트 先지급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의사 역시 도매상으로부터 현금차용 등 신세를 졌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그 제품을 처방하기 때문이다.
또한 품목영업을 전개하는 도매는 처방의사는 물론 자신이 납품하는 병원의 구매담당자들에게까지 정기적으로 금품을 상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퇴직한 직원들에게까지 금품을 제공함으로써 마치 '의리 있는 도매상'으로 병원 전ㆍ현직 직원들에게 인식시켜 자신이 납품하는 약이 가능한 많이 처방될 수 있도록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
이같이 정상적인 영업이 아닌 변칙 불법 영업으로 성장해 온 것이 품목도매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약사들의 영업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나 의료기관에 도매상을 통해 품목영업을 전개하는 것이 무조건 바쁜 것은 아니다. 중소제약사는 물론 대형 제약사들도 전국 시장을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미처 공략하지 못하는 틈새 시장을 도매업체가 개발해 성장시킨 다면 제약은 물론 도매 모두에게 바람직한 영업이다.
그러나 품목도매업체들이 제약사가 전개할 마케팅 및 영업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대신하기 보다는 금품을 동원해 처방을 유도하기 때문에 잘못된 관행인 것이다. 이는 도매업체만의 책임이 아니라 이를 묵인하고 높은 마진으로 지원하는 제약사들의 책임도 크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알면서 방치할 것이 아니라 품목영업을 하는 제품을 색출해 약가를 대폭 인하하는 방법 등으로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그렇다면 도협은 ‘정부가 이렇게 해주면 이렇게 하겠다’가 아니라 기존에 품목도매업소 명단부터 밝히고 자체적으로 척결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유통일원화 3년 유예를 애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도매상 가운데 국공립병원은 물론 의료기관을 상대로 품목영업을 일삼고 있는 업소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색출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