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P선진화 통한 제약산업 구조조정

후진국형 산업구조→선진국형 구조로 전환 마이너 품목허가 취소·아웃소싱 증가 추세 취급품목 선택·집중으로 전문·특성화 전략 -이승훈 식약청 의약품품질과장

2010-03-29     팜뉴스
▶▷ 선진GMP 추진 배경 

생활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건강한 삶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는 진보된 과학기술과 지식을 바탕으로 보다 안전하고 우수한 의약품을 제조하기 위해 새로운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체계의 안전관리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EU, 일본 등 소위 말하는 의약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의약품 품질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선진 GMP 체계를 마련하여 우수한 품질의 의약품 공급과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한 초석을 다져왔다. 이에 발맞추어 우리나라도 ‘77년 ‘KGMP(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제정, ’94년 7월부터 이를 전면 법적으로 의무화하였다. 즉, 이 시점을 기준으로 GMP를 실시하지 않는 제약업체는 국내에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전면 실시된 우리나라 초기 GMP 제도는 대단위 제형별(내용고형제, 주사제, 점안제, 내용액제, 외용액제, 연고제 및 기타제제)로 운영돼 내용고형제중 정제에 대한 GMP 지정을 받으면 별도 절차 없이 캡슐제, 산제의 생산도 가능한 포괄적 GMP 지정제로 운영되었다.

또한 GMP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는 밸리데이션이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으로 일부 업소에서만 실시하고 있어, 이러한 규정으로는 양질의 의약품 공급은 물론 Global Standard에 미흡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음은 물론이고, 선진국과의 GMP 상호인정협정(MRA ; Mutual Recognition Agreement) 체결에 장애요인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도표1, 2> 

실제로 대단위 제형별 GMP 지정제는 국내 제약사의 다품목 허가 획득을 용이하게 하였고, 이는 품질경영이 아닌 가격 경쟁을 일삼는 제약업체의 난립을 조장해 R&D나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보다 일정마진이 보장되는 복제의약품 생산에 치중하는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제약산업 구조의 고착화를 유도하게 됐다.

그 결과 Global Standard에 맞추어 국제시장에서 경쟁우위에 있던 다국적 제약기업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대형화로 더욱 경쟁력을 갖추면서 커다란 성장을 하게 되었고, 반면 국내 제약기업은 세계화에 점점 뒤쳐지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제약산업은 ‘시장 경쟁’보다는 ‘제도적 틀’ 안에서 성장해 왔으며, 국내 제약업체들은 보장된 약값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연구개발보다는 제너릭의약품 판매에만 치중했고, 국내 제약업체가 개발한 신약마저도 거의 국내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현실이었다.

이와 같은 국내 의약품 품질관리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국내 제약기업의 세계화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는 관련규정을 개정(제형별 GMP 인정제를 품목별 사전·사후 GMP 관리체계로 개선하고, 단계적으로 밸리데이션을 의무화하는 등 선진국 수준 의약품 관리체계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GMP평가 전담과를 설치·운영하는 등 ‘10년까지 국제수준의 GMP 운영을 목표로 한 로드맵을 마련하여 추진하게 됐다. 


▶▷ 새 GMP 시행 2년 성과 평가

그러나 밸리데이션 실시 의무화에 따른 업계의 준비기간 및 전문인력의 부족, 특히 약제비적정화방안, 생동성시험 재평가, 의약품안전관리자 의무고용, 한미FTA 체결 등 다양한 환경변화 요인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함께 밸리데이션에 따라 가중되는 비용부담이 매우 크다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국내외적 제약업계의 흐름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시장경쟁’의 형국으로 흘러감을 인식한 제약업계가 새 GMP 시행으로 힘을 모아가게 되어 ‘08년 1월 15일 전격적으로 새 GMP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

‘08년 새 GMP제도를 도입한 이후 2년간 시행 내용과 이에 따른 성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보면, 우선, 새 GMP 제도 시행 이후 전문의약품의 허가신청 건수가 대폭 감소하는 등 ‘다품목 소량생산’의 후진국형 제약산업 구조가 ‘소품목 대량생산’의 선진국 형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즉, 신규 허가 신청품목은 급감하였고, 기존 허가제품 중 판매량이 적은 품목이나 허가만 받아놓고 생산되지 않은 제품 등을 매년 수천 품목씩 자진 반납 하는 등 특화된 제품을 선택하여 집중하는 전략으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 완제의약품 제조업체 중 1품목도 품목별 사전 GMP평가를 받지 않은 업체가 전체업체 중 42%를 차지하는 바, 전문 수탁업체(CMO)의 출현이 필수적인 제약산업 환경이기에 향후 업계 재편 가능성이 예고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자면, GMP 선진화로 경쟁력이 없는 품목은 정리(품목취하 또는 제형반납)가 예상되므로 품목허가가 감소하게 될 것이며 또한 판매를 유지해도 소량 생산 품목의 경우 생산 및 관리, 마케팅 비용 등을 감안해 위탁 생산을 하게 될 것인데 이 때에도 수탁사의 GMP 관리 수준을 평가하여 위탁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새 GMP 평가 도입 이전에 국내 제약업체는 주로 원료의약품 업체가 미국·EU로부터 GMP 실사를 받았으나, 새 GMP제도 이후에는 완제의약품 업체도 EU 실사를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수출도 매년 증가폭 이 상승하고 있다.

▶▷ 全세계 제약시장 추이

전 세계적으로 제약업계, 특히 GMP 등 품질보증 시스템은 4~5년 내에 커다란 변화에 직면할 것이다. 지금처럼 국가별로 관리되던 GMP가 MRA를 통해 PIC/S(PIC/S(Pharmaceutical Inspection Co-operation Scheme, 의약품실사 상호협력기구 의약품실사 상호인정·협력, 훈련, 정보교환의 목적으로 설립된 기구로서 현재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등 35개국이 가입되어 있음)라는 커다란 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국제시장으로의 진입은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부가가치가 높으며 전문인력의 고용창출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국가들이 제약 산업을 21세기 신 성장 동력원으로 육성, 지원하고 있다.<도표3> 


우수한 의약품을 원하는 국내시장과 Global Standard에 부합할 것을 요구하는 국제시장의 도전이 계속되는 현실 속에서 R&D와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를 꺼려하고, 오로지 품질 아닌 가격으로 경쟁을 일삼는 제약기업은 이제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세계화 및 FTA의 급속화로 이제 미국 및 EU와의 FTA로 한국의 시장은 관세가 없는 무한 경쟁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어, 품질에 대한 경쟁력은 수출시장에서는 필수요소이며 이는 GMP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제약업계 전체 산업적 측면에서 판단해 볼 때, 제약산업의 부정적 변수(리베이트)들에 의해 갈수록 약가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시점에서 GMP공장 경쟁력확보의 방법은 공정 개선을 통한 공정 최적화로 기본적으로 생산원가를 줄여야만 밸리데이션 시대의 높은 파고를 헤쳐 나가 세계적인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제약업계 자체 규모별로는 국내 대형 제약업체들은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해 ‘기술력 확보’를 통하여 글로벌 수준의 기업으로 한 단계 발전하는 기회가, 중소형 제약업체들은 취급품목의 선택과 집중으로 전문화 및 특성화 전략을 통해 생존수단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자율적이고 실용적인 GMP 운영 전략을 마련해야겠다.

▶▷ 선진 제약기업과 벤치마킹

현재 국내의 200여 개 GMP 업체 가운데 신약개발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곳은 몇 안 되고 나머지 대부분의 제약업체는 이제부터 다른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해외업체의 성공사례에서 그 방향성을 벤치마킹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소개하겠다.

우선 제너릭 전문업체로 성장한 사례 가운데 TEVA라는 회사가 있다. 동사는 자사가 개발하지 않은 제품이라 할지라도 생산성(수율) 향상, 원가절감 등의 노력으로 오리지널 개발사보다도 더 좋은 제법을 개발하고 특허를 취득하여 해당 전문 업체 중에서 우월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일본의 한방제제 전문 업체는 공장 신축과 동시에 수탁제조 전문회사로 전환하여 EU GMP 승인을 받았으며 수출전략을 앞세워 생산량을 늘리고 아시아 국가로는 다른 제제를 수출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도모하여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밸리데이션을 통한 제품 경쟁력 확보

밸리데이션 실시 및 생산 공정 적용 → 공정개선 효과→ 실비 및 장비 최적화를 통한 생산비용절감 → 공정의 위험요소 제거로 인한 위험 Quality 보증 → 생산비(원가)절감 통한 제품판매 경쟁력확보

▶▷ 식약청, 우수 제약기업 적극 지원

그간 제약기업들은 국내 시장의 수익 구조만으로도 성장이 가능하였기에 해외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는데, 최근 국내에서는 의약품 저가구매 인센티브 등 의약품 가격 정책으로 인해 제약기업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 발생했고 미국도 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 개혁 추진을 통해 제너릭의약품 사용 장려, 바이오시밀러 승인 제도 등의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제약기업의 미국시장 진출 가능성을 진단하고 정책적 지원방안을 마련 시행코자 범정부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중 식약청 의약품품질과에서 마련 시행코자 하는 수출지원 방안으로는 먼저 수출업체에 대해 GMP 조사관에 의한 모의 사전실사 프로그램을 도입, 오는 4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GVP(Good Visiting Program)라고 명명된 이 프로그램은 일종의 모의실사 프로그램으로, 수출하고자 하는 회사에 해당 국가의 Inspector 입장에서 식약청 GMP 조사관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전 모의실사 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제약업체를 대상으로 미국 FDA 퇴직 직원(FDA Alumni)을 초청하여 모의실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리스크가 큰 무균제제 시설운영에 대한 세부 GMP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국내 주사제 제조업체 약 80여 개소의 해외 수출을 지원코자 하며, 원자재 공급업체 평가(Vendor Audit)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 배포할 예정에 있다.

또한 국내 청정도 관련 기준이 유럽, 미국 및 WHO 등과 차이가 있어 수출을 하는 업체의 경우 혼동과 적용에 어려움이 있어, 국제화·일원화된 GMP 운영 기준 적용을 위하여 청정도 관리기준의 국제조화를 도모코자 청정도 관리 가이드라인을 합리적으로 개정·마련할 예정이다.

식약청은 국민에게 품질이 확보된 우수한 의약품의 공급원칙을 최우선으로 하고, GMP 선진화를 기반으로 제약산업의 질적인 성장을 위한 품질보증 체계 구축과 제약업체의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국내 의약품 브랜드 가치의 제고 및 의약품 산업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육성을 기본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가겠다.

GMP는 시대와 함께 진화한다. 현재 새 GMP이지만 몇 년(아니면 몇 개월)이 지나면 새 GMP가 아니게 된다. 기존의 제조공정 및 품질관리 시스템을 정기적으로 재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도, 항상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도 이 ‘GMP는 시대와 함께 진화 한다’는 점 때문이다.

세계 각 국과의 FTA로 인한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우수의약품 공급과 대한민국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의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도록 업계와 정부가 윈윈 전략을 마련·시행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나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