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약개발 전략

신약 개발에 있어 소재 발굴 가장 중요 다양한 질환에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 조성 ‘미투 드럭’탈피해야 글로벌신약 도약 정부, 생색내기식 R&D 지원책 개선하라

2009-04-01     이로사
이 지 우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 

지난해 6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이지우 교수 연구팀은 (주)디지탈바이오텍 연구소와 함께 차세대 진통제를 개발, 그 특허권을 독일 그루넨탈社에 이전하고 상용화를 위한 공동연구에 나서게 됐다.

이 계약으로 이 교수팀은 그루넨탈로부터 최대 4,000만 유로(480억 원)의 기술이전료는 물론, 상용화될 때까지 매년 별도의 연구개발 자금을 지급받고 있으며 올해 안에 임상단계에 진입하게 될 예정이다. 이 때 성사된 480억 원이라는 금액의 수출계약은 바이오업체 기술이전 비용으로는 사상최대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지난 11월부터 대웅제약과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개발해왔던 치매치료제에 대한 특허를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20개국에 공동 출원키로 했으며 현재 유럽의 엘란을 비롯한 3~4개 다국적 제약사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렇듯 신약개발 능력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기업과 임상시험 진행이 가능하고 자금력이 풍부한 다국적 제약회사가 결합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사례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신약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재 개발’이라며 이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는 이지우 교수는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소재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제약시장은 앞으로 블록버스터 신약의 특허만료가 계속되면서 국내 제약산업이 세계 제약시장에서 보다 높은 점유율을 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이러한 기회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신약연구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글로벌신약 개발에 대한 방향설정 및 앞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주력해야 할 점 등에 대해 이지우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에게 들어보았다.

바이오벤처-빅파마 결합 경향 뚜렷

이지우 교수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차세대 진통제는 중독성이 없어 학계에서는 모르핀을 대체할 만한 진통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 진통제는 통증 전달의 통합 역할을 하는 TRPV1(바닐로이드) 수용체를 막아 중증 통증에 효과를 발휘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非마약성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만하다.

이 교수는 “현재 후속 화합물 연구를 진행 중에 있으며 금년 중으로 임상단계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말하며 이와 같이 바이오벤처기업과 거대 제약사와의 결합을 통해 효율적인 신약개발에 나서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개발단계 진입 시 독성시험 등 각종 수반되는 연구가 늘어남에 따라 후속 연구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바이오벤처는 이를 감당할 만한 자금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거대 자금과 판매력을 확보한 빅파마와 계약을 맺음으로써 혁신신약 상용화에 대한 가능성을 한층 높여갈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이제 제약업계에서는 인력 및 특정 단계에 대해서는 아웃소싱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국내 유수 제약사들도 점차 초기 단계는 외부 업체와 연계해 진행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현재의 추세에 대해 설명했다.

정부, 핵심 벗어난 주변부에만 투자

생명공학육성시행계획에 따라 정부가 생명공학분야에 투자하는 실적은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지난 1994년부터 2006년까지 총 4조 3,659억 원의 금액이 투자됐으며 연증가율은 25.6%를 기록하는 등 오름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의약품 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액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생명공학분야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의약품 개발 분야에 대한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며 실질적인 핵심이 아닌 주변부에 대한 투자로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지우 교수는 현재 정부의 지원방침과 관련해 “핵심분야를 정확히 파악하고 여기에 집중 지원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도 효과적임에도 정작 거액을 들여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도 대다수의 제약기업은 화합물신약을 중심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고 시장수요 역시 여기에 집중돼 있지만 정부의 지원은 바이오분야에 주로 이뤄지고 있어 정작 지원을 받아야 할 분야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하다는 것.

바이오 신약은 항체, 단백질, 유전자, 줄기세포 등 체내에 존재하는 물질로 만든 의약품으로 최근 들어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현재 시판 중인 대부분의 약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화합물신약이 85%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현재 연구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의 약 60%가 화합물신약이어서 제약사 측에서는 정부가 여기에 우선순위를 둬 지원했으면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이 교수는 “신약개발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재 개발”이라며 “소재만 발굴된다면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투자 제의가 활발하게 들어오는 현실에서 이에 대한 집중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로 투자에 대한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투드럭 위주 개발로는 글로벌신약 불가능

이지우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글로벌신약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미투드럭 위주의 개발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신약에서 구조만 일부 변경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국내에서조차 매출규모가 적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통하는 글로벌신약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새로운 소재를 통한 진정한 의미의 신약이 탄생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국내 제약사에서 개발된 신약은 국내에서의 마케팅 노하우나 시장전개 추진력 등을 발판 삼아 다국적 제약사보다 오히려 거대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자체 내 신약을 개발한 제약사가 외국에서도 차츰 시장력을 키워갈 수 있었던 것은 국내에서의 성공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아직까지는 해외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후속 품목을 꾸준히 개발함으로써 점차 입지를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매출적인 측면에서 볼 때 국내에서 허가받은 신약 가운데 블록버스터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이 몇 품목 있지만 구조만 약간 변경시킨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화합물 구조 자체가 새로운 신소재에 의해 해당 영역을 이끌어갈 수 있는 선도적인 품목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역시 소재 개발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R&D 투자 비율 매출 15~20%까지 높여야

또한 “현재 세계적 경기불황에 의해 전 산업분야에 걸쳐 매출이 급감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제약산업은 다른 사업에 비해 비교적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므로 R&D 투자에 대한 비율은 계속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의 지원을 받으려면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아 대형 제약사들의 경우에는 자사에서 R&D에 투자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아직까지는 제약사들의 매출액대비 투자비율이 6~7% 선에 그치고 있다”며 “매출의 15~20% 선까지 R&D에 투자하고 있는 대형 제약기업들의 수준까지는 투자비율을 높여야 하며 일부 상위 기업들은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앞으로는 적극적인 R&D 투자를 통한 생존기법이 각광받을 것이며 이는 대형 기업들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의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정부의 R&D 지원은 아직까지 현저하게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비중은 제약산업 전체에서 볼 때 제약사가 투자하는 비율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임을 밝혔다.

질환에 국한되지 않는 자유로운 연구 필요

점차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이에 따라 만성질환 영역이 두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등의 영역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많은 제약사들이 동 영역에 대해서는 활발하게 진출해 있는 상태이고 여러 가지 품목들이 출시되어 있지만 같은 영역에 대해서도 차별화된 소재나 타깃을 개발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물질의 도출을 통해 우리나라 제약사들이 그 동안 쌓아온 마케팅 노하우나 추진력 등을 발휘, 철저하게 시스템 지원이 가능하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

또한 이 교수는 제약사들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 특정 질환에 국한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국가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의해 품목을 개발하는 데 있어 일부 질환에 한정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질환 중심의 개발보다는 소재 중심의 연구개발을 진행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질환영역에 진출해 특화시키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매년 셀 수 없이 많은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이들이 신약 후보품목으로서 기대를 받지만 실제로 이들 품목이 상용화될 확률은 10~20%선이다.

그만큼 신약은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되는 것. 이러한 신약개발을 위해 가장 관건이 되고 선행되는 작업은 신물질 도출이다.

이지우 교수는 보다 새롭고 효과적인 소재 도출과 이들이 최종적으로 상용화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에 나서는 일이 자신의 사명이라며 앞으로도 이에 주력할 것임을 밝혔다. 현재 상용화를 위한 후속연구절차를 착실히 밟아나가고 있는 이 교수 연구팀의 신약이 향후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도약할 것을 기대하며 이 같은 사례가 앞으로도 꾸준히 나올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