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입장에서 본 투명화 대책
불법 리베이트, 제공자·수수자 모두 처벌 리베이트 피해자, 최종 소비자인 국민
2009-03-31 팜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7년 11월 1일, 10개 제약회사의 부당고객유인행위,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99억을 부과하고, 매출액 상위 5개사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하였다.
그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2008년 2월, 다국적 제약사 4곳으로부터 PMS(시판후 조사)의 대상이 아닌데도 PMS 명목으로 금품을 받아 온 국공립 병원 의사 및 사립 병원 의사 총 357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2차 발표 시기를 몇 차례 늦추다가 2009년 1월, 불법 리베이트 대상 7개 제약사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204억원을 부과했다.
이렇듯 계속되는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조사결과를 접할 때마다 국민들은 제약산업과 유통 분야가 불법과 부조리의 온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울러 의약품 유통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이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제약회사의 판매 및 관리비 비중은 국내 일반 제조업의 판매 및 관리비 비중보다 거의 3배 높은 수준이며, 의약품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약2조 1천8백억원으로 추정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다른 산업분야와 달리 판매관리비용이 3배나 높은 이유가 무엇인지, 이러한 비용을 왜 보장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리베이트를 근절한다면 소비자 피해액에 해당하는 2조원 이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음에도 정부가 왜 제약산업의 불공정 거래를 방치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2.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시민단체 입장
제약산업과 유통의 투명화 공정거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약회사 자체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동안 투명사회실천협의회 공동자율 규약 제정, 자율정화위원회 구성, 유통부조리신고센터 설립 등을 통한 자율적인 노력은 말 뿐이고,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는 않아 실망스럽기만 하다. 제약업계의 자율적인 노력은 계속돼야 하지만, 정부는 정부대로 역할과 책임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첫째,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제공자와 수수자 동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시민단체들은 의약품 불법리베이트 사건이 발표될 때마다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로 불법적 관행을 근절할 것을 요구했다. 의약품 유통 관련 불법 리베이트는 관련 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고, 리베이트를 받은 병의원, 의사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불법관행이 반복되어 왔기 때문이다.
2008년 2월 경찰청의 수사와 처벌 또한 리베이트 수수자가 357명에 이르고, 관련 병원도 100여 곳, 금액도 수십억에 이르지만 불과 46명이 불구속되고, 나머지 관련자들은 관할당국에 통보하는 것에 그쳤다.
리베이트 제공자에 대한 처벌의 경우에도 공정위에 적발된 리베이트의 규모는 5,228억 원에 이르고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추정액도 2조 1천 8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발표되었으나, 정작 과징금의 규모는 199억 원에 불과했다.
또한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의사들에 대한 처벌도 최대 2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는 것에 그쳤다. 불법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의사 등의 수수자가 있는 상태에서 리베이트를 주는 자만 처벌하는 것으로는 전혀 효과가 없다. 불법 리베이트 제공자와 수수자 모두에 대한 처벌은 즉각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불법 리베이트로 인한 이익이 적발 시 받을 수 있는 불이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리베이트가 반복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불법 리베이트를 주는 자와 받는 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양쪽 모두에 보다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질 때 불법 리베이트가 발 부치지 못할 것이다.
둘째,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벌칙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적발된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약가를 인하해 소비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비용은 의약품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해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고, R&D 투자 등 생산적인 투자를 가로막고 낭비적 구조를 만들어 사회 전체의 편익을 저해한다. 결국 의약품 유통관련 불법행위의 피해는 국민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부담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제약회사의 판매비 및 관리비는 매출액의 평균 35.2%(2005년)로 국내 일반 제조업의 판매관리비 비율인 12.08% 보다 거의 3배 높은 수준이며, 리베이트 비용은 제약산업 매출액의 20%로 추정할 정도로 엄청난 금액이다.
이러한 불법적 리베이트 비용은 결국 약가에 포함되어 건강보험 전체 재정과 소비자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리베이트 관련 의약품에 대해서는 즉각적 약가 인하를 통해 낭비되는 비용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2008년 5월 감사원 발표(‘국민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실태’)에서도 불법 리베이트를 약가인하에 반영하도록 하고 종합병원 이상 민간병원을 대상으로 공개경쟁입찰을 유도하고 장기적으로는 의무화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셋째, 실거래가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행 보험 약가 상환 방식으로 실거래가 상한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실거래가상한제도는 정부의 가격통제 기전이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공급자가 제출하는 자료에 의존해야 하는 제도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유통가격을 알기 어려우며, 음성적 리베이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5월 감사원 발표에서는 실거래가 제도의 운영 기준, 사후 관리, 감시 시스템 미구축 등 제도 전반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품 실거래가에 대해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상한가에 대한 강력한 가격 규제가 필요하다.
정부가 실거래가 제도에서 저가 구매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인센티브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처방총액 절감 인센티브 시범사업이 2008년 7월부터 전국 5개 지역 의원에서 자율 진행 중이지만 이에 대한 의료계의 참여 저조와 불만사항들이 표출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거래가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실태조사, 감시체계, 비정상적인 거래의 적발과 강력한 처벌이 함께 가야할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상당한 행정력이 뒤따르지 않고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3. 불법 리베이트의 원천은 약가 거품
그렇다면, 의약품 유통분야에서 끊이지 않는 불법 리베이트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의약품 리베이트의 원천은 보험약가의 고공행진으로 인한 약가거품에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보험약가가 외국에 비해 높다는 점은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이다. 외국의 경우 제네릭이 출시되면 오리지널 약가를 40% 낮추는데 우리나라는 20%만 낮춘다.
퍼스트제네릭 가격도 오리지널 대비 68% 수준으로 높은 가격을 주고 있다. 현행 제네릭 약가도 높고, 제네릭이 출시되면서 떨어지게 돼 있는 오리지널 약가도 높기 때문에 이런 약가 거품의 존재가 리베이트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약가거품을 제거함으로써 리베이트의 원천을 제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가 2006년 12월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시행할 때 기등재의약품에 대해서는 제약산업의 피해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약가를 인하하지 않기로 결정(전체 의약품의 85.6%가 약가인하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대폭적인 약제비 절감의 기회를 상실한 바 있다.
지난 2008년 5월 감사원의 발표에서도 제약회사에서는 선진 7개국의 약가보다 높은 약가에 따른 이익의 일부를 요양기관에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불합리한 문제를 시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들 기등재의약품에 대해서는 5년 동안 단계적으로 경제성평가를 통해 보험약 목록정비를 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2007년에 시행한 시범사업 결과, 대폭적인 약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평가됐지만 제약회사의 시비와 논란에 휩싸여 결국 2008년 11월에 약가 인하 폭을 낮추었다.
보건복지부는 고지혈증치료제에 대해서도 최근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약가 인하를 3년에 나누어 할 것, 특허 만료시 약가인하는 중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스스로 약제비 적정화 방안 제도의 원칙을 져버리는 것은 고가약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와 불법리베이트의 원천을 동시에 유지시켜주는 것과 다름없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최근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사용량-약가연동제’ 조차 후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 2008년 3월 ‘신의료기술등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 개정령안’에서 약가협상을 거쳐 등재한 신약의 경우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실판매량이 예상사용량 보다 30% 이상 증가하면 약가를 인하키로 했다. 그런데, 제약사의 건의와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약가 조정 시점을 대폭 늦추고 ‘사용량-약가연동제’ 적용 유보 대상 범위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렇게 계획을 후퇴한다면 이 또한 약가인하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보험약가의 거품을 제거하고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하고 유통질서를 투명화 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이다. 보건복지부가 애초에 약제비 적정화 방안 도입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4. 정부의 정책 의지가 중요
의약품 생산, 유통과 소비에서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환자의 선택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제약회사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며 제약회사에게는 최종소비자인 환자는 관심영역이 아니고 단지 처방 권한을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의사(의료기관)나 약사 등을 리베이트 대상으로 삼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의 피해자는 고스란히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의약품 유통질서 투명화의 목적은 그 혜택을 국민에게 되돌리는 것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약제비로 지불되고 있는 비용이 2001년 4조 1,804억원(진료비 대비 23.5%)에서 2006년 8조 4,041억원(진료비대비 29.4%)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약제비 비중은 건강보험의 재정운영에서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환자 개인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 건강 보장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정부의 적절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제약산업과 유통 질서의 투명화와 신뢰 회복은 나아가 제약산업 발전의 단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