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백신시장 및 개발현황

수입의존도 높아 정부차원 R&D 지원 필요 국제적 수준 백신 개발·생산력 확보에 역부족 녹십자 화순공장, 독감백신 올해부터 가동

2009-03-25     팜뉴스
이병건 녹십자 부사장

Ⅰ. 국내 백신 현황 

일반적으로 백신의 수요는 국가의 의무접종 프로그램에 의해 결정되며, 국내 시장의 경우 세계시장의 성장세와 유사하게 2000년 이후 연간 12%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접종 대상자 확대, 필수접종 전염병 지정 확대, 백신 접종률 상승, 새로운 질환에 대한 백신 개발, 난치성 질환인 암, 치매, 당뇨 등에 대한 치료백신의 상품화 등으로 2020년까지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국내 백신시장에는 녹십자, SK케미칼, 한국백신, LG생명과학, 보령바이오파마, CJ제일제당이 참여하고 있으며 외자 기업으로는 한국 GSK, 한국MSD, Sanofi-Aventis, Novartis, Berna Biotech Korea(이하 BBK), Wyeth 등이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개발해 생산시판 중인 품목은 재조합 B형 간염 백신(BBK, LG생명과학), 수두백신(녹십자, CJ제일제당), 일본 뇌염 백신(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신증후군 출혈열 백신(녹십자), 파상풍백신(녹십자) 5가지로 상당히 미약한 형편이며 주로 기본 접종을 요하는 백신이다. 

반면,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혼합백신(DTaP, DTwP), 인플루엔자 백신, 소아마비 백신, 장티푸스,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의 혼합백신(MMR), A형 간염 백신, Hib 백신 등은 모두 원액을 외국에서 수입하여 분병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완제품 형태로 수입해 판매하기 때문에 수입에 의존하는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5개 선진사가 국내에서 임상을 시행하고 직접 판매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어 다국적 회사의 시장 지배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국내 백신시장은 영유아용 백신과 인플루엔자 백신이 주종으로 국가적인 기본접종에 의지하지만 2000년 이후 정부의 접종 대상자 확대, 필수접종 전염병 확대 지정 정책에 따라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어 연간 12%의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으며 2006년 2,280억원의 시장 규모가 2010년에는 4,800억까지 신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수입의존도는 국내 백신의 수급불안을 야기하고 있는데, 2001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홍역백신이 부족해 매점매석이 발생한 바 있고, 2004년에는 국내에 소아마비 백신을 공급하는 Aventis사, Chiron(Novartis)사의 제조상의 문제로 인하여 국내 공급이 되지 않아 백신 접종이 늦어지거나 이뤄지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국내의 백신 수요증가에도 불구하고 백신원료 및 백신제제에 대한 자국 생산이 미흡함에 따라 수입 대상국 및 제조사의 상황에 국내 백신 시장이 좌우되는 형편으로 백신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백신 연구 및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백신의 자급률이 낮은 것은 국내 생산업체들의 개발과 생산능력이 선진국에 뒤지고 있고, 기술적으로 생물학적 제제에 개발 및 임상에 대한 리스크가 높으며, 생산에 필요한 GMP 시설미비로 생산과 QC에 대한 국제적인 인지도가 낮아 수출시장 확대가 제한적이고, 정부의 가격통제로 인한 낮은 수익성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Ⅱ. 백신 개발의 애로 사항

백신을 포함한 생물학적 제제의 연구개발 상품화는 공정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고 까다로운 품질 규격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R&D에 들어가는 연구비용이 막대하고 임상시험에 있어서도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비교적 큰 규모의 임상시험이 필요하고 생산시설 또한 cGMP 설비를 갖추어야 하므로 상품화까지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정부의 낮은 가격 통제로 인해 수익성이 크지 않아 기업체에서의 활발한 연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같은 이유로 백신을 자체 개발하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백신 연구 인력의 풀도 매우 적고 이에 따라 기본 접종에 해당하는 백신조차도 국내 개발이 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또한 정부의 R&D 지원도 기본 접종에 해당하는 백신의 국산화 연구보다는 치료백신 분야 또는 다른 단백질 제품이나 항체 치료제에 치우쳐 있다. 

임상시험을 위한 임상시료를 생산함에 있어 GMP에서 생산을 해야 하는데 아직 상품화가 불확실한 제품을 위한 GMP시설을 미리 갖출 수는 없어, 완벽한 GMP 규정에 맞게 임상 시료를 생산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아 이에 대한 방안이 필요하며 이는 제약회사 뿐만 아니라 많은 벤처 기업도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다. 

백신의 접종은 국가 보건복지의 최우선 사업이기 때문에, 국가 기본 접종에 대한 백신의 국산화를 위해서, 그리고 백신산업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연구개발 및 비임상, 임상에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개발회사에게 적절한 이윤을 보장함으로써 백신연구 및 산업이 발전할 수 있게 전략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Ⅲ. 해외전문기업의 R&D 동향

2007년 세계 백신 시장의 규모는 199억불이었으며, 대부분의 매출이 거대 제약사인 Merck &Co., Sanofi-Aventis, GSK, Pfizer(Wyeth사 합병), Novartis사에서 86%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선진 5개사의 백신의 연구동향은 ▶기존의 백신을 혼합한 혼합다가백신의 개발 ▶시장에서 긴급한 수요가 있는 난치성 질환에 대한 신규 백신 개발 ▶보다 안전한 공정을 이용한 백신 개발 ▶새로운 면역 증강제를 이용한 백신 및 치료백신의 개발로 크게 나눌 수 있다. 


Ⅳ. 녹십자 화순 백신 공장 현황 및 향후 전망

녹십자는 전남 화순에 3만평 규모(건축면적 약 7000평)의 백신공장을 건설해 2008년 가을에 고품질의 독감백신 대량 시생산에 성공했고 올해부터 본격 생산을 통한 세계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화순 백신공장에는 일부 정부 지원을 포함해 약 800억 원이 신규 투입돼 독감백신 외에 일본뇌염백신, 유행성 출혈열 백신, 수두백신 등도 생산하는데, 그 중 독감백신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연간 생산량을 성인 5000만 명 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화순공장은 독감백신 제조시설을 유사 시 대유행 독감(pandemic influenza)백신 생산시설로 전환할 수 있으며 녹십자는 2010년 정부 비축 목표로 현재 대유행 독감백신에 대한 비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독감백신의 본격적인 국내 생산 시작으로 지난해 기준 약 1천억 원에 이르는 외화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자급자족은 물론 수출도 할 계획이다. 

전세계 독감 백신 시장 규모는 이미 3조 원을 넘었으며, 중국과 남미 등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여 2013년까지 전세계 시장은 두 배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독감백신과 대유행 독감 백신의 생산 시설 구축은 국가 보건안보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지며 WHO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유사시 전 국민에 대한 접종량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국내 생산 독감백신에 대한 장기 구매계약이나 유정란 생산업체에 대한 지원 등이 절실하다. 

녹십자는 작년 말에 정부가 87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국가 BCG 백신생산시설 구축 및 생산’에 대한 사업자로 선정되었고, 독감백신과 마찬가지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BCG백신의 국내 생산시설을 화순 백신공장 내에 구축하여 2012년 임상 및 허가 완료, 2013년 자체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다제 내성 결핵균에 대한 예방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 프로젝트로 생각된다. 

진행 중인 연구 과제로는 바이오 테러에 대비한 탄저 백신이 임상 1상 중이며, 성인용 Td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신도 임상1상에 대한 IND 승인을 받아 현재 이에 대한 cGMP 생산설비를 구축중이다. 

녹십자 화순 백신공장은 향후 국민의 건강에 필수적인 백신들을 지속적으로 개발, 생산해 국가 보건안보의 초석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