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시설 철수…판매기지로 전락

임상시험 확대 이면 몰모트화 부정적 시각 외자계 제약 국내 진출 현황과 향후 전망

2008-04-03     유희정
국내에 진출한 외자계 제약사들은 50여 곳에 이르고 있고 세계가 하나로 통하는 현재 외자계와 로컬기업을 분류하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일 수 있다. 

또한 외자계 기업들의 역할도 국내 진출 초기와는 상당히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외자계 제약사들이 한국에 초창기 진출할 때는 국내 제약사들과 합작형식으로밖에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외자유치 활성화 차원에서 이같은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외자사들은 90년대 들어 국내 기업과 합작관계를 청산하고 독자노선에 들어갔으며 최근에는 아예 생산시설까지 철수하고 한국을 의약품 판매시장으로 철저히 활용하고 있다. 

최근 완제의약품 수입 현황에 따르면 국내 완제의약품 수입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완제의약품 수입규모는 지난 2002년 5천608억원에서 2003년 6천568억원으로 전년대비 17.21%가 성장했다. 2004년에는 8억919억 원으로 전년대비 35.80%, 2005년에는 1조1602억원으로 30.08%, 2006년에는 1조6621억원으로 43.26%가 증가했다. 이는 외자계 제약사들이 한국에서 생산을 포기하고 완제의약품 수입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수입 완제의약품도 대부분 국내 제약시장의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으로 노바티스 글리벡을 비롯해 사노피-아벤티스 엘록사틴, GSK 아반디아, 화이자 리피토, 와이어스 프리베나프리필드주, 노바티스 디오반, GSK 헵세라, 노바티스 코디오반, 사노피-아벤티스 탁소티어주, 한국MSD 포사맥스 등이 차지했다. 

결국, 외자계제약사들은 제약 본연의 역할인 연구, 제조, 판매 기능 중에서 판매 기능만 한국에서 발휘하고 있다. 그나마 판매 기능 중에서도 의약품 물류는 외자계 유통업체인 쥴릭파마코리아에 아웃소싱 시킴으로써 로컬 도매 육성에도 비협조적이다. 

물론 임상연구비용 확대나 국내 벤처기업에 외자계제약사들의 투자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이 역시 한국시장에서 자사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시각이다. 

이같은 완제의약품 수입이 급성장한 것과 관련해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내 생산시설 운영을 중단하고 본사의 의약품을 판매만 하는 도매상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다국적제약 수익 중 40%가 마케팅 비용

완제의약품 수입이 증가한 것은 지난 1999년 수입 의약품도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시작됐다. 이와 맞물려 국내 인건비가 증가하고 노사문제 등이 겹치면서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내의 생산공장을 철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다국적제약사들의 생산실적은 급속도로 감소한 반면 완제의약품 수입은 급성장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다국적제약사가 국내 시장의 도매상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국적제약사들이 본사에서 의약품을 수입하면서 국내 시장에서는 의약품 마케팅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마케팅 비용 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지적과 맞물려 다국적제약사의 마케팅 비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1천억을 벌기위해 5백억을 마케팅에 사용한다.”
최근에 한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제약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제약사들이 자신들의 약값을 높게 책정하고 이로 인해 벌어들이는 돈으로 리베이트 비용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한국BMS에서 본사 앞에서 열린 스프라이셀 관련 기자회견에서도 보건의료단체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자신들의 수익 가운데 40%를 관리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높은 약값을 통해서 마련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주요 대학병원의 의사들이 다국적제약사로부터 골프여행비 등을 비롯한 비용을 지원받아 검찰에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복지부에서도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와 약사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통해 혐의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국적제약기업들의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은 본사 차원에서 지원을 받기 때문에 사정당국의 불공정거래 시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여지를 안고 있다. 

외자계 제약사의 한 처방약의 경우 “당초 약가를 1천원 미만으로 예상했는데 이 보다 2배 이상 비싼 2천원 중반대 가격을 받음으로써 대형 품목으로 성장했다”는 당시 약가 담당자의 무용담 같은 고백은 외자계 신약에 얼마나 큰 거품이 존재하고 약가당국의 심사가 허술한가를 보여주는 일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