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특집Ⅰ]침몰위기 제약산업 긴급진단

약제비 적정화 방안 모순점

2007-03-20     팜뉴스
정부·기업·환자 모두 패자로 전락할 제도

제품중심 아닌 환자 중심 정책 절실

이형기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샌프란시스코분교약학대학


적절하고 합리적인 의약품소비를 유도해 국민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약제비적정화방안’은 다양한 이해당사자 집단 중에서 공급자인 제약기업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출발부터 균형감각을 상실했다. 더욱 큰 문제는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정책으로부터 초래될 각종 부작용의 짐을 모든 이해당사자 집단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약가통제로 약제비지출이 감소한다는 근거는 전혀 없고 오히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약가통제로 약 소비량이 증가하고 결국 약제비 지출이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약가통제와 의약품선별등재는 정부의 관료적 재량권만을 극대화해, 이미 다른 영역에서 진행돼 온 보건의료정책의 실정을 고착화시킬 뿐이다. 한국정부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계속 강행한다면 의약품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국민의 건강수준은 떨어지고, 반기업적환경이 조성됨으로써 모두가 패자로 전락하는 구도가 펼쳐질 것이다.

적절하고 합리적인 의약품소비를 유도해 국민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약제비적정화방안’은 다양한 이해당사자 집단 중에서 공급자인 제약기업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출발부터 균형감각을 상실했다. 더욱 큰 문제는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정책으로부터 초래될 각종 부작용의 짐을 모든 이해당사자 집단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의약품정책의 목표는 본질상 다원적이다. 약제비가 무분별하게 증가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약제비를 무조건 적게 지출해 보건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면 이는 더욱 큰 문제이다.

또한, 일방적인 약가인하 또는 동결은 단기적인 약제비 상승 억제에는 도움을 줄지 모르지만, 결국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의지를 꺽어 국민의 건강증진에 반드시 필요한 의약품이 적기에 공급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의약품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는 대상들은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다원적일 수밖에 없는 의약품정책의 복합성과 이해당사자 집단을 감안하지 않고 ‘약가’에만 집중한 ‘약제비적정화방안’의 단순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국정부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계속 강행한다면 의약품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국민의 건강수준은 떨어지고, 반기업적 환경이 조성됨으로써 모두가 패자로 전락하는 구도가 펼쳐질 것이다.

비용-효과성은 보편타당한 포괄적 기준이 아니며, 의약품선택의 최상위 기준은 더더욱 아니다. 정부 주도의 약가통제는 모방의 무임승차를 용인하는 허술한 국내지적재산권보호제도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혁신의 대가에 대해 정당한 값을 치루지 않는, 염의(廉義)없는 사회풍토를 조장할 뿐이며 결국 국가 경쟁력의 상실로 이어진다. 의약품정책의 중심은 제품이 아니라 ‘환자’가 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을 중단해야 한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문제점

▶직접적 약가통제로 약제비 지출이 억제된다는 근거(evidence)가 없다.

▶약가 통제는 정부, 국민, 제약기업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정책이다.

▶비용-효과성은 보편타당한 포괄적(global) 기준이 아니며, 의약품선택의 최상위 기준은 더욱 아니다.

▶약가 통제는 혁신의 대가를 치루려하지 않는 사회풍토와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의 상실을 초래한다.

▶모든 의약품정책의 중심은 제품이 아니라 ‘환자’가 돼야 한다.

「약제비적정화방안」이 약가통제의 수단으로 제시한 선별등재제도가 시행되면 신약, 특히 혁신적인 신약이 가장 먼저 규제의 장벽에 부딪힐 것이다. 신약은 상대적으로 고가이며, 도입 초기에 신약의 진정한 혁신성을 판단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따라서, 고가의 신약은 건강보험의 급여대상에서 제외될 개연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공단은 약제비지출을 절감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신약을 사용하려는 의사나 환자의 수요까지 건강보험공단이 통제할 수 없다.

결국 새 제도에서는 늘어난 약가부담이 고스란히 환자와 그 가족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더욱이, 국가 전체로 보아서는 오히려 약가부담이 증가하는 기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환자는 구매력을 바탕으로 건강보험급여의 대상에서 제외된 신약의 가격을 스스로에게 유리하도록 결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기 때문이다.

약가 통제가 약제비 지출감소로 이어진다는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한 두 번째 전제조건은 약가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