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산업 더 이상 보호막 없다’

제약사 ‘선별목록제’ 발 빠른 준비 관건 ‘매출이익-R&D’ 연결고리 활성화 절실 한ㆍ미 FTA, 글로벌 제약 장기적 포석 해석

2006-06-14     손정우

[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실장]

선별목록제, 한ㆍ미 FTA 등 국내 제약 산업의 주요 이슈들에 대해 ‘볼멘소리’ 보다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연구실 조재국 실장이다. 조 실장은 선별목록제, FTA 등으로 우려되는 파장의 근본 원인에 대해 국내 제약사들의 ‘경쟁력 부재’를 꼽고 있다. 조 실장으로부터 최근 국내 제약 산업의 이슈들과 그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제약산업 위기론 체감

선별목록제(Positive list system) 시행이 기정사실화 되고, 한ㆍ미 FTA 본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 산업 관계자들은 향후 제약 산업 변화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문을 닫는 회사도 있을 수 있다”는 제약협회 문경태 부회장의 발언은 이 같은 국내 제약 산업의 현황을 극명하게 대변하고 있다. 이에 국내 1-2위를 다투고 있는 제약사들도 올해 진행될 각종 제도 변화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국내 제약 산업 전반에 대한 총체적 논의도 이전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 제약 산업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에 대한 논의,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한 논의들이 최근 잇달아 진행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반응 역시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사들의 ‘경쟁력’에 대한 논의는 비교적 진일보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간의 논의가 국내 제약사들의 경쟁력에 대해 ‘있다-없다’, 또는 ‘先성장-先투자’ 수준의 대립 구도 속에서 ‘소모전’을 펼쳤다면, 최근의 논의는 매우 ‘건설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매출이익 R&D 투자로 이어져야

최근의 논의가 ‘건설적’인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는 단적인 예로,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설비 및 R&D 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유한양행, 중외제약 등의 최첨단 제조라인 신설은 제약사 경쟁력 강화의 핵심인 연구개발 분야의 투자라는 점에서 매우 ‘건설적’이다.

이와 관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연구실 조재국 실장 역시 환영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 실장은 “최근 들어 주요 제약사들이 최신형 공장을 신축하는 등 연구개발 쪽 투자가 늘고 있다”며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실장은 국내 제약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보다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그간 국내 제약사들은 높은 건강보험 약가 책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R&D 투자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며 “다른 제약사보다 먼저 매출이익을 R&D 투자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선별목록제 시행 등 향후 국내 제약 산업에서 살아남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조 실장의 이 같은 말 속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다.

우선 조 실장의 언급은 올해 거론되고 있는 국내 주요 정책 및 대외 협상들이 국내 제약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점을 전제하고 있다.

과거 ‘처방전공개’가 국내 제약 산업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전례가 있음을 고려할 때, 조 실장의 이 같은 발언은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앞서 거론한 제약협회 문경태 부회장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문 부회장은 지난 1일 한미 FTA 진행상황에 대한 설명회에서 “문을 닫는 회사도 있을 수 있다”며 “(국내 제약 산업은)어려운 시련의 고비를 넘기고 있으며, 이번 기회를 제약 산업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조 실장의 말 속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의미도 함께 포함돼 있다. 아직 모든 정책들이 운을 띠우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에 대해선 결정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실장은 “기 등재 의약품에 대해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선별목록제의 시행의 핵심”이라며 “보험의약품 목록이 줄어든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지금 국내 제약사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한ㆍ미 FTA 장기적 안목으로 보자

조 실장은 한ㆍ미 FTA 협상에 대해 결국은 국내 제약 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했다.

조 실장은 “단기적으로 보면 한ㆍ미 FTA가 국내 제약 산업에 출혈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한ㆍ미 FTA는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ㆍ미 FTA 자체를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내 제약 산업 발전을 위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