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 창고 직원서 제약 영업부장 발탁
학교ㆍ병원 설립 꿈 안고 모든 어려움 극복 척박한 환경서 출발 … 대형병원 처방전 확대 외국어 공부 등 자기 개발에도 시간 투자
2006-01-10 이상구
[한국메디텍제약 박영진 부장]
이 같은 일반적인 코스와 달리 도매업소에서 근무한 후 능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제약업계로 이직한 흔치 않은 인물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 인물은 도매업계에 잘 알려진 ‘우리 시대의 최고 성실 맨’으로 불리우는 한국메디텍제약 박영진 부장. 2006년을 맞아 그에게서 그동안의 험난한 인생역정과 향후 목표,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한 자기개발 모습에 대해 들어봤다.
의약품 도매에 첫발을 내딛은 이유
“제가 지난 1988년부터 일했던 통조림 음료 도매업을 그만두고 약업계에 투신한 것은 1993년이었습니다. 어차피 도매업을 할 바에야 의약품을 취급하면 환자들을 도와주고 돈을 벌어 나중에 병원 설립 등 사회적으로 뜻 깊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죠.”
물론 당시 제약사에 근무하는 친척 한 분의 영향이 작용, 그의 추천으로 세영약품에 입사했다는 박 부장의 회고이다.
“저는 약업계에 입문하기 전 일반 도매업을 통해 돈의 흐름을 배웠습니다. 현금이냐 가계당좌, 어음 또는 물건을 바로 주고 돈을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물건을 납품하고 월말에 수금할 것인지 등등 돈의 흐름을 배우는데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박 부장이 세영약품에서 처음 일한 것은 창고업무였다고 한다. 창고에서 제약사 약품을 수령하고 관리하면서 그는 약품에 대한 가장 기초를 공부했다.
“당시 저는 자원해 창고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창고에서 근무하며 약품의 인서트페이퍼(사용설명서)를 매일 같이 공부했습니다. 이처럼 1년 반 정도 근무하며 공부하니까 약품관리에 대해 눈이 떠지더군요. 이후 98년 4월 세영약품을 떠날 때까지 4년 정도 의원영업을 담당했습니다.”
현재도 일부 그렇지만 당시 도매업소 영업사원들은 영업 말고도 잡무가 많았다고 한다.
박 부장의 경우 오전 8시 출근, 전날 주문 제품에 대해 주문서를 쓰고 사무실 잡무를 처리하는 등 오전에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한다. 이후 거래처 의원이 35곳 정도여서 하루에 6~7개 정도 의원을 방문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갈 정도였다.
“의원 영업을 시작하고 1년 정도 익숙해지니까 직접 대표를 통해 의약품 입찰을 배웠습니다. 대표도 제약사 병원부 출신이어서 나름대로 정통 코스를 밟았다고 생각합니다.”
제약사로 옮긴 후 역할
좁디좁은 약업계에서 이처럼 열심히 일하는 박 부장을 그냥 놔둘 리가 없을 것이다.
당시 태진제약(현 한불제약)의 김종배 이사가 이레약품(현 한국메디텍제약) 영업이사로 자리를 옮기며 박 부장을 스카웃 해 갔던 것.
“김 이사 제의를 받고 98년 4월 이레약품에 입사했습니다. 당시는 대광제약이 97년 11월 부도를 낸 후 이레약품 김상일 사장이 98년 3월 인수한 직후였습니다. 누구나 짐작이 가지만 경황이 없고 영업조직이 전혀 구축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상황이 이러했지만 좌절만 할 수 없었다고 박 부장은 강조했다. 본인 능력을 높이 평가해 스카웃한 김 이사 기대도 저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당시 서울 시내 25개구를 매일 한구씩 방문했습니다. 제 업무가 도매영업인만큼 한국의약품도매협회가 발행하는 약업인 수첩을 입수해 병원도매업소와 약국도매를 파악한 후 병원도매를 방문, 영업했습니다. 당시에는 영업이라고 하지만 회사를 소개하고 인사를 하는 수준이었다고 하면 맞을 것입니다.”
당시 이레약품은 병원에서 처방 가능한 품목들이 15개 정도 있을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부도 여파와 생산 중지 등으로 인해 5개월 가까이 박 부장이 맡은 도매업소 매출은 거의 없었다는 것.
“시간이 점점 흘러가니까 조금씩 발로 뛴 영향이 나오더군요. 입사 5개월 후 매출이 월 1,400만원 정도였으니까요. 이같은 상승세는 99년 4월경까지 매달 20% 증가로 계속돼 입사 1년 만에 3500만원 정도의 매출이 달성됐습니다.”
이같은 상승세를 바탕으로 이레약품은 99년 6월 1일자로 한국메디텍제약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한 단계 도약을 선포하게 된다. 이후 박 부장 매출은 8개월여 만에 다시 배로 뛰어 7,000만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대형병원 영업의 노하우
“서울 시내 도매업소를 모두 뒤진 후에는 수원과 인천을 묶어 1달에 한 번 정도 다녔습니다. 한 달을 4주 단위로 나눠 영업했고 멀리 원주까지 다녀온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당시에는 부도 후 인수된 회사 영업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누구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