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약가인하 쇼크...외자사, 위기 속 기회 공존

-오리지널-제네릭 약가 체계 연동 -53.55% → 40%로 조정 악재 -약가유연계약제 적용 기대감 -28일 건정심 발표 예고, 촉각

2025-11-25     김민건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팜뉴스=김민건 기자] 보건복지부의 제네릭 산정가를 현행 53.55% 대비 40% 수준으로 인하는 방안이 업계에 충격파를 주고 있다. 이 가운데 다국적제약업계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약가인하 폭풍이 광풍일지, 훈풍일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25일 다국적제약업계에선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이 제네릭이 진입한 오리지널 의약품의 매출 타격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가운데 약가유연계약제에 대한 기대감도 공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동일 성분 의약품을 하나의 가격으로 묶는 '동일성분·동일가격' 체계를 적용해 약가제도 체질을 전면적으로 손질하는 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오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올려 적용 시점, 약가인하 수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책 골자는 제네릭 산정가를 53.55%에서 40%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국내 제네릭 시장 규모가 연간 8~9조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10%~20% 인하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약 1.7~2.3조원 절감할 것으로 추정한다.

제네릭 시장 구조의 전면 재편이 이뤄지는 셈인데 혁신형제약기업 등 매출액의 7~10%를 R&D에 투자할 경우 '연구개발 우수기업'으로 선정, 인하 폭을 완화하거나 적용 시점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에도 제네릭 중심 구조인 국내 제약사들의 거센 반발을 누그러뜨리기에는 무리다는 평가다.

외국계제약사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오리지널 신약과 제네릭은 상호 연동되는 약가 체계를 적용받고 있어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매년 의료기관·약국이 실제 의약품을 구매한 가격을 확인하는 '실거래가 조사'를 한다. 이를 통해 현실 상황을 반영한 가중평균가(WAP)를 산출, 기준가 이하로 떨어진 경우 실거래가 약가인하를 단행한다.

실거래가 약가인하 기반 약가제도에서 오리지널 약가가 낮아지면 가중평균가가 떨어져 제네릭 약가가 인하된다. 반대로 제네릭이 더 저렴해지면 오리지널 약가도 실거래가 조사를 통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오리지널에 대한 최초 제네릭 등재 제품은 약가가산을 적용받아 오리지널 약가의 59.5%가 되며, 이후 1년 뒤 53.55%(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수행, 등록 원료의약품(DMF)을 사용한 조건 모두 만족 시)가 된다. 두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할 경우 45.52%,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38.69%를 받는다.

오리지널 신약은 특허만료에 따른 최초 제네릭 등재로 기존 약가가 100%에서 30% 일괄 인하돼 70%로 낮아지고, 1년 뒤에는 제네릭 약가 조건(생동 시험·DMF 충족 여부)에 따라 53.55%로 한 번 더 조정된다. 53.55%로 인하되는 오리지널과 제네릭 모두 약가산정율을 40%로 통일하는 것이 현재 개편안의 핵심이다.

결국 가중평균가가 낮아져 약가인하가 단행되면 제약사 매출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국은 가중평균가 기반 약가 인하 제도로 오리지널-제네릭을 하나의 가격사슬 체계로 묶어두고 있다. 제네릭 가격 인하는 곧 오리지널 약가 제한이다.

챗GPT로 구성한 이미지.

 

외국계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네릭 약가가 40%로 낮아지면 결국 가중평균가가 내려가 오리지널 신약을 낮은 약가로 등재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신약 등재 시 가중평균가가 40%로 내려가게 된다면 가중평균가 등재제도를 안 하려고 하거나 경제성평가나, 비급여 등재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네릭 약가 산정율을 40%로 개편한다면 향후 외국계 제약사들이 가중평균가 등재제도를 기피할 것이란 얘기다. 현재는 신약 급여 등재 시 비열등성 또는 유사 약제 비교로 약가를 산정할 때 가중평균가는 기존 대체(유사)약제의 실제 거래가를 기반으로 한다.

대체약제 약가가 제네릭 진입 이후 53.55%가 기준이지만, 개편 이후에는 40%가 된다. 외국계 제약사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급여 등재를 해야 한다.

이번 약가인하 개편안이 오리지널과 제네릭 간에 차별성을 두어 혁신신약에 우대를 주겠다는 것이지만 정책 취지와는 정반대로 건보 재정 절감만 생각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특허만료 의약품이 많은 다국적제약사는 기등재 품목과 신약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가 있기는 하다"며 "기존 오리지널 약제는 물론 향후 신약을 등재할 때 상대적으로 가중평균가가 영향을 미치며, 제네릭 약가가 낮아지면 신약 가치를 평가해 인정하는 경제성평가(ICER)의 비교 약제 기준까지 낮아져 불리해지는 등 여러 방면에서 안 좋은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계 제약산업계에선 숨구멍이 트이는 정책도 포함돼 있다. 그간 다국적제약사들은 혁신신약의 신속한 등재와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경제성평가(ICER) 탄력 적용, 위험분담제(RSA) 계약 약제에만 한정적으로 적용해오던 이중약가제 대폭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이번 개편안에 이중약가제로 불린 '약가유연계약제'가 포함돼 있다. 약가유연계약제는 실제 판매가와 표시가를 달리해 한국의 실제 약가가 공개되지 않는다. 세계 다른 나라가 참조할 수 없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혜국 대우 약가 정책(Most-Favored Nation, MFN)과 국제참조가격제(International Reference Pricing, IRP) 영향으로 글로벌 제약사 본사 차원에서 한국 상황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던 터다.

국내 도입되는 혁신신약의 급여 등재 속도가 더욱 빨라지거나, 국내에선 허가만 받아놓고 출시는 하지 않은 사태를 막을 것으로 기대되는 방안이다.

여기에 일각에선 표시가와 거래가에 따른 부가가치세에 대해서도 정부가 상당 부분 대폭 인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때문에 이번 개편안이 외국계 제약업계에는 태풍이 지나간 뒤 훈풍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외국계 제약사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복지부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약가유연계약제 대상과 내용이 어떨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변수라는 것이다.

업계에선 오는 28일 이후 내달 1일 열리는 협의체를 통해 더욱 구체적인 내용이 다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도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정심에서 전체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업계에 기대감과 함께 우려하는 분위기가 반반씩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약가인하 개편안이 혁신신약 가치를 인정하고 약가를 우대하는 방안에 초점을 두는 한편 국내 제약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제네릭 중심 사업 구조를 가진 국내 제약사가 대부분이다. 국내 제약업계에선 "제네릭 약가인하 정책에 따라 산업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