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설명의무’에 발목 잡혀 보험금 지급

-고지의무 효과 제대로 안내 안 해 계약 유지 판단 -법원 “설계사, 진료 확인 없이 직접 서명 받아”

2025-11-25     우정민 기자
게티이미지 뱅크

[팜뉴스=우정민 기자]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고지의무 위반 시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피보험자가 치료 이력을 숨기고 가입한 경우라도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6일, J씨의 유족 A씨가 C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보험사가 보험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2023가단549*960).

재판부는 고지의무 위반 여부 자체보다, 보험설계사가 그 의무와 위반 시 발생하는 법적 효과를 계약자에게 명확히 설명했는지가 이 소송의 핵심이라고 보았다.

A씨는 2020년 6월 부친 J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설계사 F씨는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 서식을 제시했지만, J씨의 과거 치료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대부분 항목을 직접 ‘아니오’로 기재했고, J씨는 이에 서명만 했다.

2022년 9월 J씨가 사망하자 유족은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중요한 사항을 사실과 다르게 알렸다”며 같은 해 11월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사는 약관 조항을 근거로 미고지가 계약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족은 설계사가 약관의 핵심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J씨에게 실제 치료 여부를 충분히 확인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고지의무 위반 시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안내받지 못한 채 작성된 서류를 근거로 해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보험사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고지의무의 의미와 위반 시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식 상단에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일반 가입자가 어떤 항목이 계약 해지 사유가 되는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됐다.

더불어 설계사가 실손보험 청구 내역만 확인한 채 다른 항목을 모두 ‘아니오’로 기재한 상황을 두고 재판부는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재판부는 보험사의 해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보험계약 체결 과정에서 설명의무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계약자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는 중요한 과정임을 다시 보여줬다. 약관만 건네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계약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안내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