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뚱뚱해지는 호모 사피엔스 III: 비만의 생체지표

[청론보건연구소 정재훈 소장] 시리즈 칼럼

2025-11-26     김응민 기자
사진. 정재훈 청론보건연구소장

비만을 해결할 수 있는 첩경은 비만을 예시·통제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의 발견이다. 지난 칼럼에서 비만 치료에 대한 고찰을 예고하였으나, 학습과 논리의 선후를 고려하여 비만의 생체지표에 관한 내용을 먼저 정리하였다.

2025년 10월 13일 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온라인판에 비만 생체지표의 탐색에 관한 고찰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논문에서 보듯이 멀티오믹스 등의 첨단기술이 비만 형성의 분자적 기전과 바이오마커를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지만, 건강 상태와 생활 환경, 기타 요인들을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비만 형성의 기전을 통제할 수 있는 획기적인 특정 생체지표를 찾아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이다.

이 논문의 발표에 앞서 올해 8월 Eveline Gart는 혈액 내 비만 관련 생체지표를 아래 그림과 같이 정리하여 Int. J. Mol. Sci. [2025, 26(15), 7576]에 발표하였다. ELISA 또는 전기화학발광 기반 다중 분석법으로 유사 연령대의 정상 체중(BMI < 25; n = 40)과 비만(BMI > 30; n = 40)인 성인 혈액 시료에서 기보고된 90개 이상의 바이오마커를 분석·비교했다.

그림. 비만 시 특징적으로 변하는 생체지표 [출처: Int. J. Mol. Sci. 26(15), 7576]

만성 염증 및 대사이상과 관련된 바이오마커들, 즉 아디포카인, 인터루킨, 케모카인, 보체 인자, 산화 LDL 등이 비만군에서 증가했고, 그 변화 정도는 연령대와 성별의 차이가 있었다.

최근 연구를 통해 miRNA(마이크로알엔에이)와 지방세포, 산화 스트레스 지표, 마이크로바이옴 등 다양한 잠재적 바이오마커가 제시되었고, 이는 비만의 진단과 이해에 유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간략하게 아래 표에 정리했다. 

아디포사이토카인은 비만과 관련 질환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심혈관 질환 진단에 있어 아디포사이토카인은 중요한 지표이고, 플라스미노겐 활성인자 억제제-1(PAI-1)도 비만 관련 대사 질환의 독립적인 위험 인자로 확인되었다.

이 외에 아디포넥틴(adiponectin), 오멘틴(omentin), 아펠린(apelin), 렙틴(leptin), 레지스틴(resistin), 지방산 결합 단백-4 등도 비만의 바이오마커로 제시되었다.

  산화 스트레스와 저강도 염증 인자의 발현이 BMI 및 허리-엉덩이 비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산화제인 F2-이소프로스탄(isoprostanes)은 지질 산화의 지표로 사용되며, 비만으로 인한 생리적 변화와 심혈관 질환의 예측에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루타치온 과산화효소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과 함께 항동맥경화 활성을 나타낸다. 보체 인자 3(complement factor 3)과 단핵구 화학주성 단백-1(MCP-1)은 지방의 축적을 촉진하며 죽상동맥경화증 및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와 관련이 있다.

표. 비만 관련 주요 바이오마커 요약

소아 대상 임상 연구에서 miRNA 4종, 즉 miR-222와 miR-142-3p, miR-140-5p, miR-143이 비만 환자에서 과발현되었고, 비만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FLD) 및/또는 인슐린 저항성을 가진 소아에서 과발현되는 miRNA 2종, 즉 miR-122와 miR-34a가 확인되었다.

순환 miRNA는 비만 및 심혈관 질환과 같은 다른 질환의 유망한 진단 바이오마커이기도 하다. 또 다른 연구에서 비만에 관여하는 8개의 miRNA, 즉 PTEN 유전자(hsa-miR-130b-3p, hsa-miR-142-5p, hsa-miR-148a-3p, hsa-miR-21-5p, hsa-miR-23a-3p, hsa-miR-26b-5p, hsa-miR-320a 및 hsa-miR-486-5p)가 보고되었다.

이 지표들은 대사 질환이나 증후군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순환 miRNA 수치의 변화를 조기에 감지하면 비만과 대사 질환의 예방이 가능할 수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에 감염된 경우 비만율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정확한 인과관계가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감염에 따른 염증 반응이나 렙틴(leptin; 음식 섭취를 제어)·그렐린(ghrelin; 음식 섭취를 촉진)과 같은 위장관 호르몬의 균형이 관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장내 미생물총은 과체중 및 비만의 발생에 관여한다는 보고가 많다. 숙주-미생물총 상호작용은 양방향으로 작용하며 비만을 조절할 수 있다.

비만은 영양소 섭취 및 에너지 대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장내 미생물총의 구성도 식단의 영향을 받는다. 식이와 숙주의 장내 환경은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 소장 통과, 내인성 분비, 소화, 흡수, 미생물총 균형 및 장 장벽 기능은 숙주의 대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생물의 대사 산물도 숙주의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

장내 미생물 군집을 변화시키고 장 장벽을 손상하면 숙주의 면역을 변화시키고 비만의 위험과 진행을 증가시킬 수 있다. 숙주 특이적 특성(예: 유전적 변이)은 식이와 미생물 군집 관련 대장 환경의 변화에 대한 개인별 민감도 및/또는 회복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까지의 근거는 장내 미생물총이 비만 관련 질환의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식이섬유, 프리바이오틱스, 신바이오틱스, 비타민, 미네랄, 지방산을 포함한 특정 식이 요소들이 장내 미생물총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 간 다양성으로 장내 미생물 군집 구성 및 균형이 다양하고 복잡해짐을 고려할 때 일관된 알고리즘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인간 분변 미생물의 이식이 동물 모델에서 체중 증가와 비만에 영향을 미치지만 사람에서 그 인과관계를 입증한 근거는 제한적이다.

미생물 성장을 조절하는 숙주 매개변수를 정량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효균과 위해균의 구별, 최적 숙주-장내 미생물 군집 표본 또는 균형 미생물 군집을 제시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 있다.

그림. 비만과 마이크로바이옴 [출처: Ann NY Acad Sci. 2024; 1540: 61–88]

바이오마커는 비만을 포함한 질병의 진단 및 관리의 핵심 요소이다. 비만은 매우 복잡한 생물학적 반응의 결과이다. 비만의 다면적인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생체지표는 없다. 결국 다양한 지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개인별 비만 발생 기전과 해결 방안을 추적할 수밖에 없다.

최근 AI를 필두로 차세대 시퀀싱, 다중 오믹스 분석, 고해상도 이미징, 스마트 센서 등 다양한 혁신적 기술이 바이오마커와 그 생체 기전의 추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특정 바이오마커 또는 멀티 바이오마커의 타깃팅을 통해 비만을 더 잘 특성화하고 개인 맞춤형 예방·치료 전략을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청론보건연구소 정재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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