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의 서막: 1편 '진단'

서울대 약대 김영식 명예교수 칼럼

2025-11-25     김응민 기자
서울대 약대 김영식 명예교수

대학에서 30년 근무하고 퇴임을 하고 나니 종종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화에 관련된 질환이 점점 증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노화의 정도도 건강검진에서 필수적으로 활용하는 혈액 검사로 실제 나이와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명성 있는 학술지 Nature Medicine(2024)에 발표된 논문(30권, 2450-2460쪽)에 노화에 따른 질환 18종류가 제시되었다. 혈액 내의 단백질은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생물학적 나이 측정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나이에 따른 질병, 이환율(사망 여부와는 관계없이 특정 질병이나 건강 상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 및 사망률 위험 예측에 활용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본 연구에서 2,897개의 혈장 단백질로 구성된 AI 기반의 프로테오믹(단백체) 플랫폼을 사용하여 단백질 기반의 연령 시계를 개발하고, 영국 바이오뱅크(n=45,441)에서 이환율(병에 걸리는 비율)과 사망률을 예측하는 데 이 시계의 유용성을 탐구했다.

연대기적 나이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204개의 단백질을 확인했으며, 그 프로테오믹 노화가 18가지 주요 만성 질환(심장, 간, 신장, 폐 질환, 당뇨병, 신경퇴행성 질환, 암 포함)의 발생률뿐만 아니라 주요 질병 및 모든 원인에 따른 사망 위험과도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프로테오믹 노화는 텔로미어(염색체 끝부분이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는 보호 캡, 세포의 수명을 결정하는 요소로서 길이가 길수록 정상 세포분열이 잘 일어남) 길이, 노쇠 지수를 포함한 나이 관련 생물학적, 신체적, 인지적 기능 측정과도 관련이 있었다. 특히나 인종에 관계가 없다는 것도 입증하였다.

위에 열거한 질환 중에서도 치매를 포함한 신경퇴행성 질환은 환자를 포함해 가족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오랜 기간 황폐해지고 많은 고통이 따르게 된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Aβ) 축적과 타우 단백질 과인산화로 인해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환자 수와 사회경제적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발간 2024년 국내 치매 현황에 따르면 국내 2023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는 940만 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 5천1백만 명 중 18.5%를 차지하였으며 2023년 65세 이상 치매상병자 수(치매에 해당하는 여러 질병명을 포함하는 환자 수,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기타 명시된 원인에 의한 치매, 상세불명의 치매 등을 포함하는 환자 수)는 96만 명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 950만 명 중 10.2%이다.

65세 이상의 치매 환자 수는 90만 명을 넘고 있으니 전체 인구를 고려하면 100만 명을 넘는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2025년 현재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는 국내 인구수보다 많은 5,700만 명을 넘어섰으며, 2050년에는 1억 5천만 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증가는 고령화에 따른 인구 증가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진단은 신경 심리검사, MRI, 뇌척수 검사 또는 뇌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에 의존했으나, 비용과 접근성의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바이오마커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진단에 관해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특히 p-Tau181, p-Tau217, Aβ42/40(혈액 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두 가지 형태인 Aβ42와 Aβ40의 상대적인 농도를 비교하여 계산되며 일반적으로 Aβ42의 비율이 낮으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간주) 등의 단백질은 조기 진단, 병 단계 구분, 치료 반응 모니터링에 활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질병의 진단 전환점은 질량 분석법과 항체 기반 검출 방법의 발전으로 혈액 내 미량의 표적 분자도 정밀하게 측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방법을 먼저 Aβ에 적용한 후 변형된 형태의 타우 단백질에 적용하여 최근 상품화가 이루어진 혈액 기반 진단법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러한 개선된 분석법으로 얻은 결과는 알츠하이머병과 다른 질환을 구별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특이적 변화를 보여주었다. 알츠하이머병 진단의 새로운 기준이 마련된 것이다. 

2025년 4월 Nature 학술지(vol. 640, S11)에 앞으로 혈액 내에 있는 바이오마커 단백질의 양을 측정하여 치매를 진단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칼럼이 실렸다. 알츠하이머병은 1906년에 처음 기술되었다. 그 후 한 세기 동안 환자가 사망한 후에야 질병에 대한 진단을 확정할 수 있었다.

신경과 의사는 환자의 뇌에서 끈적끈적한 Aβ 단백질 플라크(딱딱해진 덩어리)와 과인산화가 된 타우 단백질 덩어리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경세포 손상이 발생하며, 이러한 변화는 임상 증상 나타나기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된다. 이런 두 종류의 단백질 마커를 활용하여 환자의 생전에 더욱 확실하게 진단하는 방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게티이미지

2000년대에는 뇌척수액에서 질병 관련 바이오마커를 분석하여 치매의 조기 진단 및 치매 발생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검사를 견딜 수 있지만 침습적(검사용 장비 일부가 체내 조직 안으로 들어가는 의료 행위)이고 불편하게 느낀다. 그 후 10년 동안 PET과 같은 신경 영상 기술이 발전하여 뇌의 Aβ 플라크를 비침습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진단 기술은 비급여로 ​​비용이 많이 들고, 검사 속도가 느리며,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결과, 신경과 전문의들은 기억력 검사나 행동 관찰과 같은 임상적 평가에 여전히 크게 의존해 왔다. 이러한 방법은 특히 알츠하이머병과 다른 형태의 치매를 구별할 때 오류의 여지가 많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혈액을 이용한 조기 진단 방법이 간절해졌다. 

최근 혈액을 활용하여 치매를 진단하는 시스템이 미국 FDA에서 5월과 10월에 각각 허가되었다. 일본의 후지레바이오 다이어그노스틱스의 루미펄스 G(Lumipulse G)는 2025년 5월에 승인되었고, 스위스 로슈의 엘렉시스(Elecsys)는 pTau181 양을 측정하는 방법이며 2025년 10월에 승인되었다.

루미펄스 G는 혈액 내 두 단백질인 pTau217과 Aβ1-42의 비율을 측정하여 질병의 징후를 감지한다. pTau217은 타우 단백질의 217번이 인산화된 것을 의미하고, Aβ1-42는 Aβ 단백질의 아미노산 1번에서 42번까지의 펩타이드를 뜻한다.

임상 환자 신경에서 Aβ 플라크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혈액 마커는 알츠하이머병의 기존 바이오마커와 높은 일치도를 보인다고 한다. 

엘렉시스 pTau181 검사는 인지 기능 저하가 있는 5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알츠하이머병 가능성을 배제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1차 진료 환경에서 특별히 승인된 최초의 진단법이다. pTau181 검사는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인 인산화된 181번 아미노산을 가지고 있는 타우 단백질의 혈장 내 양을 측정함으로써 치매 여부를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이 방법의 특징은 인지 기능 저하를 경험하는 55세 이상 환자의 일차 진료 의사가 알츠하이머병의 병리를 배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일차 진료 환경에서 97.9%의 정확도로 알츠하이머병의 병리를 배제할 수 있으며 음성 결과는 알츠하이머병이 아닐 가능성임을 보여준다.

국내에는 이 진단법이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침습적으로 뇌척수액을 취하여 대학병원과 대형 수탁 전문 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다.

혈액을 이용한 진단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로는 질병 초기에 치매 여부를 발견하면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약물을 이용하여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검사한 후 수치가 너무 높으면 스타틴을 처방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10년 전만 해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방법이다. 

간편한 진단법을 이용한 후 결과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일까? 최근에 개발된 Aβ 항체에 대한 치료제가 임상에서 질병 진행 속도를 유의하게 늦추는 효과를 보였고 FDA 허가도 받았다.

혈액 검사로부터 치매이거나, 치매로 진행될 수 있는 환자들에 대해 이러한 항체치료제를 사용하여 정도를 완화하거나 늦출 수가 있는 길이 보이게 된 것이다. 진단과 치료라는 의학적 도구가 마련된 것이다. 다음에는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에 관해 논의하고자 한다.

글. 서울대 약대 김영식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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