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비의료인에 수술 맡겨 징계… 간호사 단독 X레이 유죄 판단

-비의료인에 절개·봉합 맡긴 B병원 사건…“침습적 처치는 보조 범위 넘어선 의료행위” -간호사 단독 X-ray 촬영도 무면허 판단…“의사 판단·지시 없으면 위법” -업무 효율·관행과 무관…법원 “면허 체계가 환자 안전의 최소 기준” 

2025-11-24     우정민 기자
게티이미지 뱅크

[팜뉴스=우정민 기자] 의료인의 면허가 지닌 책임과 경계가 최근 연이어 선고된 판결에서 다시한번 명확히 드러났다. 비의료인에게 수술을 맡긴 사건과 의사 관여 없이 X-RAY 촬영이 이뤄진 사건 모두, 의료행위는 반드시 면허의 통제 아래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확인했다.

대구의 B병원을 운영한 의사 A씨를 둘러싼 사건은 이 원칙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6일, A씨에게 내려진 2개월 면허정지 처분이 합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2025구합540*6).

A씨는 2019년 두 차례 수술 과정에서 응급구조사 C와 간호조무사 D에게 피부 절개와 봉합, 그리고 신체 내부의 금속기구(스크류·플레이트 등)를 제거하도록 지시했다. 해당 행위로 벌금형을 받은 뒤, 항소심에서 2024년 8월 선고유예가 확정됐고, 보건복지부는 이를 고려해 기준 3개월에서 3분의 1을 감경한 2개월 정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A씨는 이러한 침습적 보조 업무가 앞으로 진료지원간호사(PA) 제도 논의에 따라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처분 취소를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금속기구 제거가 단순 보조가 아니라 상당한 침습성을 가진 의료행위 자체라는 기존의 전문적 견해를 다시 확인했다.

재판부는 위반이 두 차례에 불과하더라도 국민이 의료인에게 기대하는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미 충분히 감경된 처분인 만큼 재량권 남용은 없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판단 기준은 의사가 간호사에게 업무를 위임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지난달 28일, 평택시 D소아청소년과의원 간호사 P씨가 독립적으로 X-RAY 촬영을 진행한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했다(2025고단8*0).

P씨는 조사 과정에서 “원장이 바빠 보여 따로 묻지 않았고, 내가 해야 할 것 같아 촬영했다. 지시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 ‘독립적 판단’을 문제의 본질로 보았다.

대법원 판례는 간호사의 진료보조가 의사의 판단과 책임 아래에서 일부 업무가 위임될 때만 허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행위의 필요성을 간호사가 스스로 판단해 수행한 경우에는 위법이라는 기존 법리가 이번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재판부는 유죄 자체는 분명하다고 보면서도, 초범이라는 점과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사실, 그리고 P씨가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는 사정을 종합해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두 사건은 의료행위에서 의사가 담당해야 할 주도성과 책임이 얼마나 핵심적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의료현장의 여건이나 업무 효율을 위한 내부 판단이 있더라도, 면허가 정한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결국 무면허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침습적 처치에 대한 법원의 태도는 더욱 단호하다. 환자의 안전과 신뢰를 지키는 최소 기준이 바로 면허제도라는 점이 이번 판결을 통해 분명히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