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I 없이 빅타비와 견준 머크 2제 요법 등장

3상 시험서 비열등성 확인… 규제 심사 본격화 이슬라트라비르 기반 후속 연구로 치료 범위 확대

2025-11-20     우정민 기자

[팜뉴스=우정민 기자] HIV 치료가 약물 구성을 간소화하는 흐름 속에서 머크(Merck & Co.)가 인테그레이즈 억제제(INSTI)를 사용하지 않은 2제 조합(doravirine/islatravir, DOR/ISL)으로 길리어드의 빅타비(Biktarvy)와 동등한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

기존 표준 치료와 다른 조합으로 설계된 이번 연구 결과는 HIV 치료 전략의 방향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DOR/ISL은 바이러스 유전정보를 사람 세포 DNA에 끼워 넣는 데 필요한 효소를 차단하는 INSTI를 포함하지 않는 조합이다. 핵심 성분인 이슬라트라비르(Islatravir, MK-8591)는 HIV가 RNA를 DNA로 전환해 복제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 DNA가 이어지지 못하게 막는 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 전위 억제제(NRTTI)로, 여러 단계에서 복제를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머크는 치료 경험이 없는 537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3상 시험(MK-8591A-053)에서 48주 기준 HIV-1 RNA 50 copies/mL 미만 도달률이 빅타비와 비열등하다는 결론을 확인했다.

이 결과는 글로벌 시장 흐름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빅타비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3제 조합으로 HIV 치료에서 널리 사용되며 최근 분기 매출이 37억 달러에 달한다.

이 속에서 머크는 DOR/ISL의 상세 데이터를 학회 발표와 규제 제출 단계로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며, 바이러스가 억제된 성인의 요법 변경 적응증은 이미 FDA에 NDA가 접수됐다. 최종 결정 예정일은 2026년 4월 28일로 정해졌다.

한편 길리어드는 bictegravir와 장기 작용 캡시드 억제제 레나카파비르(lenacapavir·선렌카/예즈투고)를 결합한 경구 2제 조합을 연구하고 있다. 기존에 여러 정제를 복용하던 68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48주차 결과가 기존 치료와 통계적으로 유사하다고 발표하며, 두 회사가 서로 다른 경로에서 단일 정제 기반 치료를 확장하는 흐름이 드러나고 있다.

머크는 이슬라트라비르를 중심 약물로 삼아 주 1회 복용 치료제와 월 1회 경구 예방요법(PrEP) 등 후속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35년 이상 HIV 연구를 이어온 회사로서 단기 억제 효과뿐 아니라 복약 편의성과 장기 치료 전략까지 고려한 다양한 접근을 준비 중이다.

DOR/ISL은 INSTI 없이도 기존 표준 요법에 근접한 억제 효과를 보여주며 HIV 치료에 새로운 흐름을 제시했다. 다만 장기 안전성, 규제 심사, 후속 임상 자료가 향후 치료 전략 결정의 핵심 요소로 남아 있으며,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는 추가 데이터가 가늠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