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펜] 파드셉+키트루다 급여,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

2025-11-20     김민건 기자
김민건 기자

[팜뉴스=김민건 기자] 올해 10월 29일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서 파드셉(엔포투맙 베도틴)과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를 함께 쓰는 병용요법이 제8차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 급여 기준이 설정됐다.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서 긴 기다림을 견디며 첫 관문을 넘었는데 문제는 또 시간이다. 임상적 유용성은 암질심에서, 비용·경제성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본다.

첫 번째 공은 약평위로 넘어갔다. 이후 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이 있다. 두 번째 문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다.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은 통상적인 항암제 급여 안건이 아니다. 키트루다는 전 세계 매출 1위 면역항암제이고, 파드셉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운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이다. 현재 제약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ADC 신약과 면역항암제 조합이 처음으로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두드리는 사건이다.

신약-신약 간 병용요법 급여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서로 다른 제약사의 혁신신약 두 개를 동시에 평가해야 하는 시대가 본격화했음을 알리는 시그널이기도 하다. 시험대 위에 올라간 첫 주자다. 

그런데 암질심 급여 기준 설정까지 과정을 보면 신약-신약 간 병용 급여에 대한 정부 정책과 제도가 잘 준비돼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급여 신청 이후 보완자료 제출, 선제적 재정분담안 제시, 올해 9월 암질심 제외까지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암질심에 상정조차 되지 않던 시기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답한 이후에야 암질심을 통과할 수 있었다.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은 이미 임상(EV-302)에서 확실한 효과를 입증했다. 전이성 요로상피암 말기 환자 3명 중 1명에서 완전관해(CR) 가 나왔고, 기존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대비 전체생존기간(OS)을 2배가량 연장했다. 국내 의료진은 "반응이 나온 환자들은 2년 이상 항암 반응이 유지되는 비율이 70% 이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완전관해 30% 데이터만 놓고 보면 "급여 기준을 설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게 현장 반응이었지만, 제도와 절차 그리고 재정이라는 현실의 벽이 생각보다 높았다. "급여 평가는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과연 암질심의 중심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1차 치료에서 승부가 갈리고, 고령 환자 상당수가 2차·3차 치료로 넘어가지 못하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질환이라면 더욱 그렇다.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처럼 1차 치료에서 완전관해와 생존기간 2배 연장을 보였다면 중심은 암질심이나 약평위가 아니다. 약가협상을 하는 건보공단이나 복지부 건정심도 해당하지 않는다. 모든 기준을 '환자' 중심으로 놓고 본다면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의 난제는 두 제약사의 신약이 얽혀있다는 사실이다. 파드셉(한국아스텔라스제약)과 키트루다(한국MSD)의 품목 허가권자가 다르고, 약가 구조도 다르며, 급여 전략도 각기 다르다.

암질심까지는 한국아스텔라스가 전면에서 이끌었다. EV-302(파드셉+키트루다 병용, 전이성 1차 치료)·EV-301(파드셉 단독, 전이성 2차) 데이터를 만들고 선제적으로 재정분담안을 제시했다. 앞으로 시작할 약평위와 약가 협상 단계부터는 MSD의 참여 여부가 중요해졌다. 협상의 판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아직 정부 측에선 정해진 '기준', 즉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다. 

심평원·건보공단·복지부와 아스텔라스·MSD가 1호 사례를 만들어가야 한다. '첫 사례라서 어렵다'는 이유로 시간을 보내선 안 된다. '첫 사례라서 더 빨리 기준을 만들자'며 급여까지 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환자 한 명이 더 죽거나, 살게 될 것이다.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가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 급여화를 통해 새로운 시험을 맞이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심평원과 건보공단 관계자의 더욱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재정적 부담과 분담 사이에서 서로 간에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 아스텔라스와 MSD도 각각의 이해관계를 내려놓아야 한다. 

건보 재정은 무한하지 않다. 비용효과성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그러나 재정적 논리만을 앞세우기에는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은 '파급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효과가 있다. 단독요법으로 시작한 첫 허가 이후 2년 7개월 만에 암질심 관문을 넘긴 현재 시점에서 약평위, 약가협상 단계는 앞선 과정을 반복해선 안 된다. 

신약 급여 평가 기준을 꼭 환자를 중심에 놓고 살폈으면 한다. 이후부턴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이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증명해 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