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제네릭 약가인하', 방향도 수치도 불분명

-이틀 연속 간담회에도 기준 오락가락 -업계 “혼선만 커졌다”

2025-11-19     노병철 기자

[팜뉴스=노병철 기자] 보건복지부가 제네릭 약가개편과 관련해 연이틀 업계와 간담회를 열었지만, 정책 방향과 구체적 수치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해 업계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기존 ‘53.55% 대비 40%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하루 뒤에는 모호한 표현만 반복한 탓이다.

복지부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회는 18일 오후 다시 간담회를 열고 제네릭 약가제도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복지부는 “단일한 수치 중심 접근이 아니다”라며 “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함께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혁신형 제약기업을 포함해 매출 대비 7~10% 수준의 R&D 투자를 지속하는 기업군을 우수기업으로 분류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보다 완화된 단계적 인하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적용 기준과 방식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서 윤웅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은 “2012년 일괄약가인하 당시와 지금은 산업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하며 “국내 제약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10%에 불과한데 단기간의 대규모 약가인하는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정부에 강하게 전달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제기된 ‘약가일괄인하’ 해석은 일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과도하게 단정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단계 인하와 제도 정비 방향을 업계와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정부의 발언 역시 구체적 수치나 적용 기준 없이 ‘감내 가능한 범위’라는 모호한 표현에 그치면서 업계는 혼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어제는 40% 인하 가능성을, 오늘은 기준 없는 원론적 이야기만 나왔다”며 “정부 메시지가 하루 사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일괄인하’ 기조에서 후퇴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급여 재평가 제외 성분군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제네릭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는 기존 40% 인하안이 현실성이 크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5~10% 수준의 소폭 인하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는 관측을 전했다.

복지부는 특정 수치가 확정된 바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 연구용역 결과와 건정심 논의 과정에서 △인하 폭 △적용 방식 △단계 기간 △우수기업 인정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정부 메시지가 오락가락할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생산·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책 방향 자체는 이해하지만, 기준도 시점도 모호하면 기업은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는 불만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의 부담을 고려해 급격한 인하 대신 정밀 설계 기반의 단계적 조정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R&D 투자 비중을 기준으로 한 차등 조정 검토는 업계 압박을 완화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중소·중견 제네릭 중심 기업들은 “R&D 투자 비중 기준은 대형사 중심으로 유리하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또 다른 산업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오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관련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인하 폭과 방식, 단계 기간 등 핵심 쟁점은 이때 윤곽이 상당 부분 드러날 전망이다.

결국 제네릭 약가 개편은 ‘가격 인하’ 자체보다 어떤 방식으로, 어느 시점에, 누구에게 적용하느냐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잇따른 간담회에도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