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약침으로 척수 손상… 의료중재원 4천만 원 조정

경부 약침 시술 중 통증 좌측 팔 마비  병원 측 주의·설명의무 위반 4천만원 지급 조정 성립

2025-11-18     우정민 기자
게티이미지 뱅크

[팜뉴스=우정민 기자] 경부 통증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40대 여성이 신경근회복술(약침) 시술 중 척수 천공을 입어 척수손상과 영구 장애를 안게 됐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시술 과정에서 필요한 주의와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병원 측이 환자에게 4천만 원을 지급하도록 결정했고, 양측은 이를 받아들이며 사건은 정리됐다.

이번 사건은 한방 약침 시술이 얼마나 안전하게 이뤄졌는지, 그리고 의료진이 기본적인 주의의무를 다했는지에 관심이 모였다. A씨는 2021년 2월 경부와 우측 팔·어깨 통증으로 피신청인 한방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과거에도 같은 병원에서 경부 질환을 치료받은 이력이 있었으며, 입원 당일 한방 검진과 경추부 MRI 검사를 마친 뒤 침술치료가 계획됐다.

오후에 진행된 신경근회복술(약침) 시술 도중 A씨가 갑작스러운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자 시술은 즉시 중단됐다. 이후 팔과 목에 강한 통증과 감각 이상, 저체온증이 이어졌다고 그는 진술했으며, 2024년 3월까지 다른 대학병원 신경외과에서 경부 척수손상 진단을 받고 치료를 지속했다.

시술 전후의 변화는 매우 뚜렷했다. 시술 전에는 좌측 팔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시술 직후 진료기록에는 ‘좌측’ 후경부·상완부 통증과 팔을 움직이지 못하는 증상이 새롭게 기재됐다. 2021년 2월 MRI에서는 특이 소견이 없었으나, 며칠 뒤 다시 촬영된 MRI에서는 C3-4 수준 척수 좌측 부위에 신호 변화와 국소적 출혈이 확인되며 손상 시점이 시술 직후였다는 점을 강하게 뒷받침했다.

감정 과정에서도 이러한 연관성은 더욱 또렷해졌다 병원 측은 약 4cm 깊이로 자침했다고 밝혔고, 실제 감정에서도 피부부터 척수까지의 거리가 비슷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시술 깊이와 해부학적 거리가 겹치자 감정부는 “다른 설명이 없다면 이번 손상은 척수 천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중재원 조정부는 경추가 신경과 혈관이 밀집된 부위이고, 신경근회복술에는 일반 침보다 긴 특수침이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술의 각도와 깊이를 더 세밀히 조절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의가 충분하지 않아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척수 인접 부위를 깊게 찌르는 시술 특성상 위험에 대한 사전 설명이 부족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조정부는 신청인이 30대 초반이라는 점을 고려해 맥브라이드 평가표의 두부·뇌·척수 항목에서 장해율 20%를 적용하고, 장래 소득 감소 가능성과 정신적 손해 등을 함께 반영해 보상액을 산정했다.

위장장애나 우울감 등 추가로 제기된 증상은 시술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부족해 인정되지 않았지만, 장기간 진통제를 복용한 점은 위자료 판단에 일부 반영됐다.

병원 측이 4천만 원 지급 조정안에 동의하면서 사건은 정리됐고, 신청인은 "이번 시술과 관련해 더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