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톡신 핵심기술 지정, 심판의 날은 오리라
산업통상자원부가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생산공정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결정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국제적 기준과 상충하며, 과학적 근거 또한 빈약하다.
국내 톡신 산업 초기 상업화된 균주는 미국에서 도입됐다. 당시 국내 모 대학 연구실은 이를 연구 목적으로 실험했을 뿐, 독자적 발견이나 창의적 개발과는 거리가 멀다.
생산공정 역시 1940년대 산츠 박사가 인류에 공여한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미 공개된 기술을 국내용으로 재해석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것은 논리적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균주와 생산공정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결과적으로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은 봉쇄됐고, 특정기업에는 사실상의 특혜가 제공됐다. 의혹이 충분히 제기될 만한 사안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 행정 판단을 넘어 산업 구조를 특정기업 중심으로 고착시키고, 경쟁을 제한한 결과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산자부 생명공학 분야 전문위원 2명은 10년 이상 장기 연임하며 결정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숙원사업, 즉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를 막아온 수문장이었다.
이들 전문위원 2명은 단순 자문과 심의에 그치지 않고, 사실상 의결권을 행사하며 후발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적극적으로 제한한 정황이 확인된다.
균주와 생산공정을 핵심기술로 간주하는 산자부의 시각은 과학적 근거가 취약하다. 독창성과 창의성이 결여된 기술을 보호 대상으로 삼는 일은 정당성을 상실한다.
국제 기준을 보면, 미국 FDA, 유럽 EMA, 일본 PMDA 등은 균주 자체를 국가 기밀로 지정하지 않는다. 국내 지정은 세계적 관행과도 배치된다.
이 결정으로 후발기업들은 기술 접근이 어렵게 되었고, 시장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산업 전체의 혁신 속도 또한 심각하게 저해됐다.
균주와 공정 데이터를 핵심기술로 지정한 정책은 행정 신뢰성 문제를 드러냈다. 전문위원 자문과 심의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김정관 산자부 장관과 감사원의 직권조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순 행정 위반 차원을 넘어, 법적·수사적 판단이 필요한 중대한 사안임은 분명하다.
국가와 정부는 산업계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톡신 생산공정과 균주 자체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즉시 철회돼야 하며, 공정한 경쟁 환경과 기술 혁신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후발기업의 진입 장벽을 제거하고, 산업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신뢰 없는 산업에서는 미래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
부당한 지정과 특혜의 대가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산자부와 감사원, 수사기관의 책임 있는 판단과 단호한 조치가 요구된다. 심판의 날은 오리라.(Behold, judgment day co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