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인슐린, 유전자 따라 효과는 상이
고용량 경구 인슐린 자가항체 생성 예방 증거 불충분 CT·TT형선 자가항체 증가 경향 뚜렷… 연구진 “유전 기반 맞춤형 예방 필요”
[팜뉴스=우정민 기자] 유럽 5개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경구 인슐린(oral insulin)’이 1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은 영아의 자가항체 생성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지만, 특정 유전자를 가진 영아에게서는 병의 진행을 늦추는 뚜렷한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기반한 맞춤형 예방 전략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POInT(Primary Oral Insulin Trial)’는 생후 몇 개월 된 영아에게 인슐린을 입으로 투여해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당뇨병 발병을 막을 수 있는지를 살펴본 첫 임상시험이다. 독일, 폴란드, 스웨덴, 벨기에, 영국 등 5개국의 7개 의료기관이 참여했으며, 24만 명이 넘는 신생아 중 1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은 1050명을 선별했다.
대상자는 무작위로 인슐린 투여군(528명)과 위약군(522명)으로 배정돼 생후 4~7개월부터 3세까지 매일 아연과 결합된 결정 형태의 인슐린 제제를 복용했다. 용량은 7.5mg에서 시작해 22.5mg, 이후 67.5mg까지 단계적으로 증량했다.
연구 결과, 인슐린을 복용한 영아의 10%(52명), 위약군의 9%(46명)에서 자가항체가 생기거나 당뇨병이 발병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HR 1.12, p=0.57). 5년 내 누적 발병률도 인슐린군 10.9%, 위약군 10.1%로 비슷해 전체적으로는 예방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슐린 유전자(INS gene)의 특정 변이(rs1004446)에 따라 치료 반응은 뚜렷하게 달랐다. 특히 ‘CC형’ 유전형을 가진 영아들의 경우, 인슐린이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보호 효과를 보였다. 이 유전형은 인슐린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C와 C로 구성된 형태로, 1형 당뇨병에 취약한 특성을 지닌다.
이 집단의 5년 내 당뇨병 또는 이상 혈당 발생률은 인슐린군 3.5%, 위약군 10.1%로 나타났으며(p=0.016), 위험비(HR 0.38)로 경구 인슐린 투여군의 발병 위험이 위약군보다 통계적으로 낮았다.
반면 ‘CT형’과 ‘TT형’은 각각 C와 T, 혹은 T와 T의 염기서열 조합으로,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유전형이지만 인슐린 복용 후 자가항체가 더 잘 생기는 경향을 보였다(HR 2.10, p<0.05). 이는 동일한 치료라도 유전자의 구성에 따라 반응이 정반대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자가항체가 형성된 아이들에게서도 경구 인슐린은 일정한 보호 효과를 보였다. 자가항체 발생 후 3년 동안 당뇨병으로 진행하지 않은 비율은 인슐린군 63.2%, 위약군 35.5%로 큰 차이를 보였다(p=0.048). 저혈당 발생률은 인슐린군 0.03%, 위약군 0.08%로 매우 낮았으며, 귀 관련 부작용이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경미했다.
연구진은 “모든 영아에게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유전자형에 따라 인슐린이 질병 진행을 늦출 수 있음이 확인됐다”며 “향후 연구는 유전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정밀 예방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1형 당뇨병 예방의 방향을 ‘유전자 맞춤 치료’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출처 : Anette-Gabriele Ziegler, MD et al., “Efficacy of once-daily, high-dose, oral insulin immunotherapy in children genetically at risk for type 1 diabetes (POInT): a European, randomised, placebo-controlled, primary prevention trial”, The Lancet(2025). doi:10.1016/S0140-6736(25)0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