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자단체 902개, 734만명 활동…질환 다양화·규모 대형화 뚜렷
엔자임헬스인사이트센터, '2025 대한민국 환자단체 현황조사 보고서' 발간 암 관련 165개 최다, 단일질환 중 당뇨(65개) 가장 많아
[팜뉴스=김응민 기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환자단체와 관련된 대규모 통계가 나왔다.
헬스케어 전문 PR회사 엔자임헬스가 운영하는 헬스인사이트센터(센터장 강현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온·오프라인에서 활동 중인 환자단체는 575개 질환에서 총 902개, 약 734만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신생물(암) 관련 환자단체가 165개로 가장 많았으며, 단일 질환으로는 당뇨(65개) 관련 단체가 최다였다. 환자단체는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으며, 질환 다양화와 대형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환자단체의 정의는 2024년 12월 남인순 국회의원 등 22명이 발의한 '환자기본법'의 규정에 따라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투병 및 권익 증진을 위하여 조직된 단체'로 설정했다.
중앙행정기관, 시·도 비영리 등록단체는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프라인 활동 단체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했으며, 최근 1년간 활동이 없거나 상업적 목적이 명확한 단체는 제외했다.
국내 환자단체는 1990년대 태동기를 거쳐 2000년대 초중반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2000년까지 20여 개에 그쳤던 단체 수는 5년 단위로 100개 이상씩 증가하며 온·오프라인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디지털 환경의 발달로 결집이 용이해지고 익명성이 보장된 점, 정서적 연대와 정보 공유에 대한 수요가 맞물리며 2016~2020년 절정에 달했다가 2021년 이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회원 수 1,000명 이상 대형 단체의 비중도 높았다. 회원 수를 확인할 수 있는 788개 단체 중 절반이 넘는 407개(51.5%)가 1,000명 이상이었고, 1만명 이상 회원을 보유한 단체도 126개(15.9%)로 조사됐다.
중복 가입 여부를 제외하더라도 약 734만명(7,344,020명 이상)이 환자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 인구의 약 14.4%에 해당했다.
전체 902개 단체 중 미등록 민간단체 비중은 88.2%로, 등록·법인단체는 8.7%에 불과했다. 운영주체별로는 개인이 77.7%, 단체·협회 8.6%, 병원 및 의료진이 7.8%를 차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의 단체가 많아 개설과 운영이 용이한 반면, 이들은 주로 '정서적 연대 및 정보 공유'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반면, 한국환자단체연합회나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등록된 주요 연합단체는 정책·제도 개선을 통한 환자 권익보호에 집중하며 상이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질환군별로는 신생물(암) 관련 단체가 165개로 가장 많았고, 신경계질환(123개), 내분비·영양·대사질환(112개) 순이었다. 단일 질환 기준으로는 당뇨병(65개), 암(32개), 유방암(31개), 추간판탈출증(31개), 파킨슨병(28개) 순으로 많았다.
엔자임헬스인사이트센터 강현우 센터장은 "국내 환자단체의 폭발적 성장은 의료 시스템 내에서 환자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던 역사적 배경에 대한 대응의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질환 다양화와 규모의 대형화는 환자 중심 의료 환경의 필요성을 반영한 사회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주요 소통 채널은 온라인 카페, 밴드, 카카오톡 등 소셜 커뮤니티(82.5%)로 나타났으며, 그 외 홈페이지나 유튜브 등 외부 채널도 활용되고 있었다. 10%의 단체는 두 개 이상의 채널을 병행 운영했으며, 최대 8개 채널을 활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반면, 공지사항이나 의료정보 등 게시물의 외부 공개 비율은 20~40% 수준으로 낮았는데, 이는 개인 건강정보 노출 우려로 인한 폐쇄적 운영 경향으로 분석됐다.
강현우 센터장은 "이번 조사는 단순한 현황 파악을 넘어 환자단체의 역할과 가능성을 데이터로 구체화한 첫 시도"라며 "정부, 의료계, 산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협력 기반을 마련해 환자 중심 보건의료 환경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는 엔자임헬스인사이트센터에서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진행됐다. 1차 조사로 11,891개 단체를 선별한 후, 그중 활동성이 확인된 902개 단체를 대상으로 단체 유형, 운영주체, 규모, 운영현황 등을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