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페네브루티닙, 재발형·진행형 MS 동시 효과 입증
재발형 MS 재발률, 96주간 유의미하게 감소 진행형 MS 장애 지연 효과, 오크레부스와 동등
[팜뉴스=우정민 기자] 스위스 제약사 로슈(Roche)가 다발성경화증(MS) 치료제 후보물질 페네브루티닙(fenebrutinib)의 임상 3상에서 재발형(RMS)과 일차 진행형(PPMS) 환자 모두에게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두 유형의 MS에 동시에 효과를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BTK(브루톤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 계열 가운데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슈는 10일(현지시간) RMS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시험 ‘FENhance 2’에서 페네브루티닙이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경구 제제인 이 약물은 기존 치료제 테리플루노마이드(teriflunomide, 상품명 오바지오)보다 연간 재발률(ARR)을 뚜렷하게 낮췄으며, 치료 기간은 최소 96주였다.
RMS는 전체 MS 환자의 약 85%를 차지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장애가 점차 악화되는 질환이다. 이번 결과는 RMS 환자의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데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페네브루티닙은 면역체계가 자기 몸을 공격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BTK 억제제다. 기존 면역억제제보다 표적이 명확하고, 혈액-뇌 장벽(BBB)을 통과해 중추신경계(CNS)에 직접 작용할 수 있다.
이 약은 면역세포인 B세포를 억제해 염증을 줄이고, 뇌 속의 소교세포(microglia) 활동을 완화해 신경 손상을 늦추는 두 가지 작용을 동시에 가진다. 로슈는 이러한 특징이 다발성경화증의 주요 증상인 장애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슈는 일차 진행형 MS 환자 985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 ‘FENtrepid’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페네브루티닙은 현재 PPMS 치료에 승인된 유일한 약인 오크레부스(OCREVUS, ocrelizumab)와 비교해 장애 진행 속도를 늦추는 효과에서 비열등성(non-inferior)을 입증했다.
최소 120주간의 치료 결과, 오크레부스보다 약간의 우세한 효과가 24주 시점부터 나타나 임상 기간 내내 이어졌다. PPMS는 전체 MS 환자의 약 15%를 차지하며, 진행이 빠르고 치료가 어려운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로슈 최고 의료책임자(CMO) 레비 가라웨이(Levi Garraway) 박사는 “페네브루티닙은 RMS 환자의 재발을 줄이고 PPMS 환자의 장애 진행을 늦춘 첫 사례”라며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경구 치료제로 두 환자군 모두에서 효과를 보인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간 관련 안전성도 기존 연구와 유사한 수준으로 확인됐으며, 추가 평가가 진행 중이다.
로슈는 현재 두 번째 RMS 임상시험인 ‘FENhance 1’을 진행 중이며, 결과는 2026년 상반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회사는 두 연구의 데이터를 종합해 규제당국에 승인 신청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