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멧세라 품었다...비만약 '월 1회 투약' 혁신 가속
-멧세라 인수금 100억달러로 상향, 노보노디스크 철수 -비만 개발 실패 딛고, 한 세대 앞선 경쟁력 확보 성공
[팜뉴스=김민건 기자] 화이자가 비만 치료제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며 현재의 경쟁자들 보다 앞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주 1회 투약하는 GLP-1 계열보다 개선된 투약 주기를 가진 경구·주사제형 파이프라인이 다시 화이자 손에 들어왔다.
최근 비만 치료제 개발사 멧세라를 둘러싼 화이자와 노보노디스크 간에 벌어진 100억달러 인수 경쟁에서 멧세라 이사회가 화이자 손을 들면서 일단락됐다.
멧세라 이사회는 7일(현지시간) 화이자가 제시한 수정된 합병 계약 승인을 만장일치로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주주 가치 측면과 거래 성사 가능성을 판단한 결과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10월 말부터 3회에 걸쳐 멧세라에 인수 제안서를 냈다. 이때까지 화이자가 제시한 금액은 최초 49억달러(7조1000억원)였으며 마일스톤 달성 여부에 따라 73억달러(10조5000억원)까지 커지는 규모였다. 노보노디스크가 100억달러(14조5000억원)로 계약 규모를 키운 게 치열한 인수 경쟁으로 번졌다.
멧세라 이사회가 화이자 보다 더 '우월한 제안'으로 받아들였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멧세라를 놓친다면 화이자로선 비만 치료제 시장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는 반면, 노보노디스크는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는 상황으로 흘렀다.
화이자는 노보노디스크가 멧세라에 제시한 최대 100억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에 맞불을 놨다. 화이자는 주당 최대 86.25달러를 지급하는 10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새로 제시하는 한편, 반독점법 위반과 계약 위반 소송도 불사한다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했다.
멧세라의 비만 파이프라인은 현재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자체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 실패 이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화이자에게 멧세라는 미래 핵심 먹거리다. 향후 10년간 비만 치료제 시장은 1500억달러(2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그 핵심이 GLP-1 계열이기 때문이다.
멧세라 비만 파이프라인인 GLP-1 계열 경구 또는 주사제형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함에도 화이자가 100억달러 규모의 상향된 금액을 제시하고 반독점 리스크를 제기하면서까지 노보노디스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이유다.
결국 노보노디스크는 "회사 전략 차원에서 필수적인 거래는 아니었으며, 파이프라인 보강 차원이었다.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과 기업 인수 탐색을 계속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화이자의 멧세라 인수전 승리는 비만 치료제 경쟁 판도를 완전히 뒤바꾸는 결정적 시점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비만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노보노디스크 위고비(비만)·오젬픽(당뇨), 일라이릴리 마운자로(비만)·젭바운드(당뇨)는 주 1회 주사로 투약한다. 당뇨 또는 비만 치료는 정해진 투약 기간이 없다는 점에서 '장기 투약'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덜 맞고, 더 좋은 효과를 내는 치료제가 높은 가치 평가를 받는다.
앞서 화이자는 자체 개발하던 경구용 GLP-1 로티글리프론·다누글리프론, PF-06954522 모두 임상 1~2 단계에서 실패했다. 로티글리프론과 다누글리프론은 안전성 문제였지만, PF-06954522는 경쟁사 약물 대비 효능 등 시장 경쟁력 부족에 따른 전략적 판단이 배경이었다.
암젠의 경우 GLP-1과 GIP 수용체 이중작용제인 마리타이드가 2상 연구에서 월 1회 주사 결과 52주 안에 평균 체중 감량률 20%를 달성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와 릴리도 월 1회 투약하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중 또는 삼중 작용제 개발에 앞서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주 1회 투약하는 GLP-1+아밀린 유사체 이중 작용제 카그리세마(세마글루티드+카그릴린타이드)가 3상 단계이며, 릴리는 주 1회 주사하는 GLP-1+GIP+글루카곤 삼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 그리고 1일 1회 경구 복용하는 GLP-1 작용제 오포글리프론이 3상 단계에 있다.
멧세라는 아직 시장 경쟁자들이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월 투약 파이프라인을 다수 가지고 있다. 월 1회 투약이 가능한 파이프라인 MET-097i(주 또는 월 1회)을 비롯해 아밀린 유사체 MET-233i(월 1회)과 경구용 GLP-1RA MET-097o, 경구용 아밀린 유사체 MET-233o, 경구용 GLP-1/GIP 이중작용제 MET-GGo 등을 가지고 있다.
월 1회 투약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곧 시장 점유율로 이어지고, 매출 확대를 의미한다. 주 1회 투약 비만 치료제를 넘어 앞으로 핵심이 될 '월 단위 투약 주기'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바로 차세대 비만 치료제 경쟁에 진입하는 것이다.
화이자가 멧세라를 인수하는 전략적 가치가 여기에 있다. 후발 주자인 화이자가 멧세라를 인수하면 노보노디스크와 릴리를 추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앞서가는 역전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반면 노보노디스크와 릴리는 암젠 그리고 화이자와 치열한 경쟁을 예상해야 한다.
한편, 멧세라와 화이자는 11월 13일 주주총회 이후 신속하게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