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프렌리맙, IgA 신장병증 단백뇨 51.2% 획기적 감소
-APRIL 억제 통해 근본 병인 차단, 안전성도 확인 -3상 중간 분석 심각 이상반응 위약군보다 낮아
[팜뉴스=우정민 기자] 만성 신장병의 대표 원인 중 하나인 IgA 신장병증(IgA Nephropathy)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신약 후보 ‘시베프렌리맙(Sibeprenlimab)’이 단백뇨를 절반 이상 줄이는 뚜렷한 효과를 보였다.
오츠카제약이 주도한 3상 임상시험 ‘VISIONARY’ 중간 분석 결과, 시베프렌리맙 투여군은 위약군보다 단백뇨가 51.2% 줄어,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기존 치료로는 신부전 진행을 막기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시베프렌리맙은 IgA 신장병증의 원인 단백질 ‘APRIL(A proliferation-inducing ligand)’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체 치료제다. 즉,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정확히 찾아 그 작용을 차단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APRIL은 염증을 일으키는 비정상 단백질인 갈락토스 결핍 IgA1(GD-IgA1)의 생성을 촉진해, 신장의 여과 기능을 담당하는 사구체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31개국 240개 기관에서 생검으로 확진된 성인 환자 5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시베프렌리맙 400mg 투여군(259명)과 위약군(251명)으로 나뉘어 100주 동안 4주 간격으로 피하 주사를 맞았다.
9개월(40주)째 진행된 중간 분석에서, 시베프렌리맙을 맞은 환자들의 24시간 요단백-크레아티닌 비율(UPCR)은 처음보다 50.2% 줄었고, 위약군은 2.1% 늘었다. 두 그룹 간 차이는 51.2%(96.5% 신뢰구간 [CI], 42.9~58.2; P<0.001)로 명확했으며, 12개월(52주) 시점에서도 단백뇨는 56.6% 감소해 효과가 지속됐다. 이는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니라, 병의 진행이 실제로 늦춰졌음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혈액 검사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치료 48주 후, 시베프렌리맙 투여군은 염증 단백질 APRIL이 95.8%, 질병 관련 단백질 GD-IgA1이 67.1%, 면역글로불린 총 IgA가 68.8%, IgM이 74.5%, IgG가 35.0%각각 감소했다. 이러한 면역 인자의 변화는 단백뇨와 혈뇨 개선으로 이어졌다.
단백뇨가 하루 0.5g 미만으로 낮아진 환자 비율은 시베프렌리맙군이 34.3%, 위약군이 12.7%였다. 혈뇨가 지속된 환자 비율은 시베프렌리맙군이 19.8%, 위약군이 69.0%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경향은 성별, 인종, 연령, eGFR 수준, SGLT2 억제제 병용 여부 등 다양한 환자군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안전성도 우수하게 확인됐다. 전체 이상반응 발생률은 시베프렌리맙군 74.1%, 위약군 82.1%로 비슷했으며 대부분 경증에서 중등도 수준이었다. 감염 관련 이상반응이 가장 흔했고(39.0% vs 32.7%), 상기도 감염(14.7% vs 13.9%)과 비인두염(12.4% vs 10.0%)이 주로 보고됐다.
코로나19(9.7%)와 인플루엔자(8.1%) 발생률이 위약군보다 다소 높았으나, 심각한 사례는 없었다. 심각한 이상반응(SAE) 발생률은 시베프렌리맙군 3.5%, 위약군 4.4%로 큰 차이가 없었으며,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시베프렌리맙의 단백뇨 감소 폭이 현재 승인된 부데소니드, 스파센탄, 아트라센탄, 입타코판 등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치료제가 면역 전체를 억제하는 방식이라면, 시베프렌리맙은 질환에 직접 관여하는 단백질만 선택적으로 억제해 부작용 위험을 낮추면서 치료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중간 분석은 시베프렌리맙이 IgA 신장병증의 근본 원인을 직접 억제해 단백뇨와 혈뇨를 함께 개선하고 신장 기능을 보호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연구는 진행 중이며, 24개월간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변화율과 장기 안전성 데이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향후 최종 결과에서 시베프렌리맙이 신부전 진행 억제 효과를 입증한다면, IgA 신장병증 치료 방식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출처: V. Perkovic, M.B., B.S., Ph.D. et al., “Sibeprenlimab in IgA Nephropathy — Interim Analysis of a Phase 3 Trial”, N Engl J Med (2025). doi:10.1056/NEJMoa251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