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경구용 PCSK9 억제제 임상 3상서 콜레스테롤 절반 낮춰
AHA 2025서 발표…하루 한 번 복용으로 치료 효율 향상 기대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 환자 3분의 2, LDL-C 목표치 55mg/dL 달성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경구약, 주사제 치료의 한계 극복 기대
[팜뉴스=우정민 기자] 미국 제약사 머크(Merck & Co.)가 개발 중인 경구용 PCSK9 억제제 엔리시타이드 데카노에이트(enlicitide decanoate)가 임상 3상에서 LDL 콜레스테롤(LDL-C)을 절반 이상 낮추는 데 성공했다. PCSK9은 간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 단백질로, 이를 억제하면 혈중 LDL 수치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이 알약은 주사제로만 가능했던 PCSK9 억제제 치료를 대체할 새로운 형태로,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심장협회(AHA) 2025 연례 과학 세션에서 발표됐다.
임상시험 ‘CORALreef Lipids’에는 심혈관 질환을 앓거나 위험이 높은 성인 2,912명이 참여했다. 엔리시타이드를 복용한 환자들은 24주 뒤 LDL-C가 55.8%(p<0.001)줄었고, 67.5%는 LDL-C를 절반 이상 낮추면서 55mg/dL(1.42 mmol/L) 이하로 떨어졌다.
위약을 복용한 그룹은 1.2%에 불과했다. 또한 비(非)-HDL-C는 53.4%, 아포지단백 B(ApoB)는 50.3%, Lp(a)는 28.2% 감소하는 등 다른 혈중 지질 수치도 함께 개선됐다.
비슷한 결과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가진 303명을 대상으로 한 ‘CORALreef HeFH’ 연구에서도 나타났다. 엔리시타이드를 복용한 환자들은 24주 뒤 위약군보다 LDL-C가 59.4%더 낮았고, 치료 4주차부터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 1년(52주) 후에도 61.5%의 감소율을 유지했다.
비(非)-HDL-C는 53%, ApoB는 49.1%, Lp(a)는 27.5% 줄었으며, 67.3%의 환자가 LDL-C 55mg/dL 이하로 낮아졌다. 이 결과는 고위험 환자에서도 꾸준하고 안정적인 치료 효과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효능뿐 아니라 안전성도 안정적으로 나타났다. 이상반응, 중대한 이상반응, 사망률은 위약군과 큰 차이가 없었고, 이상반응 때문에 복용을 중단한 비율도 엔리시타이드군이 3.1%, 위약군이 4.1%로 비슷했다.
연구를 이끈 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Ann Marie Navar 박사는 “기존 치료를 받아도 LDL-C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환자가 여전히 많다”며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알약 형태의 치료제는 이런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크 연구소 사장 Dean Y. Li 박사는 “엔리시타이드는 주사형 PCSK9 항체와 유사한 효능을 간편한 복용 형태로 구현했다”며 “승인이 이뤄지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심혈관 질환 환자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크는 이번 CORALreef 프로그램의 데이터를 규제 당국에 제출할 계획이며, 19,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 임상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14,500명 이상이 참여 중인 대규모 심혈관 결과 연구 ‘CORALreef Outcomes’이 진행되고 있어, 경구용 PCSK9 억제제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