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보심단, 숙면과 인지기능개선의 역학관계는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한약학과 류종훈 교수

2025-11-06     김응민 기자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한약학과 류종훈 교수

앞서 상편에서도 소개했지만, 천왕보심단 제제의 의약품 허가 사항을 고려하면 천왕보심단이 스트레스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들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여기서 굳이 예상이라고 한 것은 간헐적인 보고는 있지만, 잘 조절된 임상시험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의약품이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허가가 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품목의 경우에는 기초 연구는 물론 임상시험을 통해 그 근거를 더욱 탄탄히 할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기업의 매출은 물론 국민 건강 향상에도 훨씬 바람직한 방향이다. 

우리나라의 한방 제약산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제약회사가 있는데, 일본계 제약사 쯔무라(株式会社ツムラ)다.

쯔무라는 2004년부터 육약처방(育藥處方)의 개념을 도입하여 집중적으로 그 처방의 근거를 구축하고 있다. 쯔무라에서 도입한 육약처방이라는 것은 '의료 수요가 높지만, 신약으로도 치료가 어려운 질환에 특이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는 한약 처방'을 말한다.

이 회사가 육약처방으로 설정한 처방은 대건중탕(大建中湯), 억간산(抑肝散), 육군자탕(六君子湯), 우차신기환(牛車腎氣丸), 반하사심탕(半夏瀉心湯)이다.

이 5개 처방의 2024년도 총매출액은 4,000억 원(100엔 = 1,000원으로 계산) 정도며, 우리나라의 의약품 시장으로 본다면 한 회사의 5개 제품이 연간 약 1,300억 원의 실적을 낸 것이다(일본 의약품 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의 약 3배로 추정된다).

이처럼 쯔무라의 5개 처방이 이 정도의 매출을 가져올 수 있었던 근간에는 처방의 근거 구축이 있으며, 그 근거는 기초 연구는 물론 임상 연구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우리도 한약제제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회사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약제제를 키울 필요가 있다. 

게티이미지

일본은 쯔무라를 포함하는 제약회사들이 한약 연구를 집중적으로 지원해 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한국한의약진흥원을 포함하여 국가적으로 지원을 해 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한약제제에 대한 근거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는 처방이 없는 실정이다. 

유명 트로트 가수가 광고하던 경옥고도 여러 제약회사가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 매출액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기초 및 임상 연구는 미미하다.

2022년도 발간된 리뷰(review) 논문에 의하면, 경옥고 연구의 대부분이 기초 연구이며 임상 연구는 3개에 불과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심지어 그중 1개는 사례 보고에 불과하다(Kim et al., Medicine (Baltimore). 2022; 101(45): e31311).

이처럼 근거 중심 의학을 지향하고 있는 현대 의료의 시각에서 보면, 한약제제는 여전히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개념에서 경옥고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Cho et al., Kor J Pharmacog. 2020; 51(4): 310-316), 천왕보심단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호에는 천왕보심단이 인지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하여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하여 서술하고자 한다. 

인지기능은 문제를 인식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하는 방법 또는 과정을 생각해 내는 능력을 말하는데, 문제 해결 방법을 생각해 내는 것이 갑자기 떠오르는 영감에 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주로 과거의 경험이나 체험 등을 응용하게 된다.

이때 과거의 경험이나 체험을 기억해 낼 수 있는 기억력이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기억력과 인지기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서, 기억력 저하는 인지기능 저하를 가져오며, 인지기능 저하는 기억력 감퇴를 포함하여 전반적인 정신상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림 1. 동물실험을 통한 천왕보심단 제제의 인지기능 손상 회복능 평가. 스코폴아민(scopolamine, Sco) 투여로 나타나는 인지기능 손상이 천왕보심단 제제(CWBSD) 투여로 회복됨을 수동회피 시험(A)과 수미로 시험(B)을 통해 확인한 결과임

기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적으로 감퇴하게 되는데, 감퇴의 방지를 위해서는 반복적인 도출 및 도출을 통한 재기억이 필요하며, 기억력 개선은 인지기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신경세포의 손상으로 기억력 감퇴가 나타난다면 전반적인 인지기능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신경세포의 손상을 미연에 방지하고, 손상되고 있는 신경세포가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면, 기억력뿐만 아니라 인지기능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수면은 기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충분한 수면은 건강한 뇌 기능을 유지하게 하지만,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뇌 기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기억력 등에도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건강한 수면 유지가 기억력 및 인지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사실은 많은 연구로도 증명되고 있다.

그렇다면 수면에 효과적인 약물이 인지기능에도 효과적일 수 있어, 저자의 연구실에서는 불면과 건망의 효능·효과를 갖는 천왕보심단 제제 삼진제약 '안정액' 등이 인지기능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정하에 연구를 진행하였다. 

'안정액' 등 천왕보심단 제제를 2주간 투여한 후 인지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실험한 결과, 다양한 실험에서 모두 손상된 기억을 회복시키는 결과를 확인하였다(그림 1).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효과가 신경세포 가소성(可塑性, plasticity)에 의한 것일 수 있음을 전기생리학적 평가 방법으로도 확인하고(그림 2), 논문을 발표하였다(Park et al., J Ethnopharmacol. 2025; 343: 119500. doi: 10.1016/j.jep.2025.119500). 

그림 2. 전기생리학적 방법을 통한 천왕보심단 제제의 인지기능 개선 기전 연구 결과. 천왕보심단 제제(CWBSD)의 투여로 시냅스 가소성 증가를 확인한 결과이며, 정량화한 것이 오른쪽 막대그래프임

따라서 본 저자의 연구 결과는 천왕보심단이 인지기능에도 유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효과는 천왕보심단 제제의 효능·효과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결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특히 건강한 수면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강화시켜 도출을 용이하게 함과 더불어 시냅스 가소성의 증가를 통해 인지기능을 증가시킨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천왕보심단 제제가 건강한 수면을 통한 인지기능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임상 연구에서도 확인된다면, 천왕보심단 제제를 K-한방의 대표적인 처방으로 키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

글.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한약학과 류종훈 교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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