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음료, 여성 우울증 유발 요인 지적...장내 특정 세균이 열쇠

독일 연구팀 932명 분석, 탄산음료 섭취 많은 여성 우울증 진단 및 증상 심각도 높아 탄산음료 섭취가 장내 ‘에거텔라’ 균 증식시켜,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생물학적 경로 규명

2025-09-26     우정민 기자
게티이미지 뱅크

[팜뉴스=우정민 기자] 탄산음료 한 잔이 주요 우울장애(MDD)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다기관 공동연구팀은 임상 진단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탄산음료 섭취와 우울증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됐으며 특히 여성에게서 그 영향이 두드러졌다고 최근 밝혔다.

독일 ‘마르부르크-뮌스터 정동장애 연구(Marburg-Münster Affective Study)’ 자료를 분석한 이번 연구는 주요 우울장애 환자 405명과 건강한 대조군 527명 등 총 93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탄산음료 섭취량이 많을수록 우울증 진단 가능성이 비례해 높아졌다(교차비 1.081). 특히 이러한 연관성은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여성 참가자의 경우 탄산음료 섭취가 우울증 진단 확률을 유의미하게 높였을 뿐 아니라(교차비 1.167), 증상의 심각도와도 뚜렷한 관련성을 보였다.

반면 남성 집단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남성이 평균적으로 더 많은 탄산음료를 섭취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여성에서 더 민감한 반응이 나타난 점을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24일 의학학술지 JAMA Psychiatry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성별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단서로 장내 미생물을 지목했다. 탄산음료에 포함된 단순당은 장내 환경을 교란시켜 염증성 세균을 늘릴 수 있으며, 실제로 여성 참가자 가운데 탄산음료 섭취가 많은 경우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는 양상이 관찰됐다. 특히 ‘에거텔라(Eggerthella)’ 균의 비율이 높아졌는데, 이 균은 우울증 발생과 관련된 미생물로 알려져 있다.

후속 분석에서는 탄산음료가 에거텔라 균을 증가시키고, 이 변화가 다시 우울증 위험을 높이는 매개 효과가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탄산음료가 우울증 진단에 미치는 영향 가운데 3.82%, 증상 심각도에 미치는 영향 가운데 5.00%가 에거텔라 증가로 설명됐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식습관과 정신 건강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생물학적 경로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하루 한두 잔의 탄산음료만으로도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신체 활동으로 상쇄되지 않는다”며 섭취를 줄이는 정책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가 관찰 연구라는 점에서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우울 증상 때문에 단 음료 섭취가 늘어나는 역방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식단이 장내 환경을 바꾸고, 이러한 변화가 정신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 경로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출처: Sharmili Edwin Thanarajah, MD et al., “Soft Drink Consumption and Depression Mediated by Gut Microbiome Alterations”, JAMA Psychiatry(2025). doi:10.1001/jamapsychiatry.2025.2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