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신약 보장성 강화와 제네릭 약가 삭감 논쟁 재점화

건보 보장 방향 경증에서 중증 전환 필요 실거래가 상환제 개선해 이중가격제 가야 ICER는 산식이 문제, 돌봄 비용 반영해야

2025-09-24     김민건 기자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팜뉴스=김민건 기자]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혁신신약의 국내 급여 도입이 늦어지는 것은 제네릭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신약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제네릭 약가 삭감과 처방량을 줄여 건강보험 보장 방향을 경증에서 중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평가된다.

권 교수는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혈액암 환자 보장성 강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권 교수는 2022년 기준으로 국내 의료비 지출이 OECD 평균인 9.5%를 넘을 정도로 충분한 재정을 쓰고 있음에도 의약품 지출이 24%나 될 정도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의약품 지출 비중을 더 늘리는 것은 보험재정 전체 논리에 맞지 않다"며 "해외에서는 그 안에서 신약 급여도 하고 다 해주는데 우리나라는 24%나 비용을 쓰는데도 OECD 국가 중 신약 급여 비용이 꼴찌다.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 원인은 두 가지인데 제네릭을 많이 쓰고 있고, 제네릭 가격이 높아서다"며 "두 원인이 해결되기 전에는 구조적으로 (신속한) 신약 급여는 어렵다. 그래서 제네릭 가격을 내리든 처방량을 줄이든 둘 중에 하나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경증에서 중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권 교수는 "건강보험 제도를 처음 시작할 때는 국민에게 보험료를 내라고는 하는데 중증부터 보장하면 혜택을 받는 사람이 없으니 초기에 경증 보장을 강화한 것이다"며 "이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으니 우선순위를 바꿀 때가 왔다는 것에 국민도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도적으로 실거래가 상환제를 개선해 이중가격을 도입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실거래가 상환제는 실제 의약품이 거래되는 가격을 인정하고, 요양기관이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약을 구입하면 차액을 인센티브로 제공함으로써 저가 구매를 유도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낮은 고시가를 표시가로 유지하는 현 상황에선 한국이 다른 나라의 약가 참조국이 되버려 신약 도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권 교수는 "고시가는 100만원이어도 50만원에 사게 해주면 신약이 빨리 들어올 수 있지만, 실거래가 상환제를 유지하면서 고시가를 유지하는 구조에선 절대 빠르게 들어올 수 없다"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신약을 수출하는 만큼 이중가격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5년간 제네릭에 약가를 많이 주고, R&D 비용도 지원했는데 왜 바뀌는 것 없냐고 한다. 이제는 약가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실거래가 상환제 개선을 적극 논의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혁신신약의 경제성평가에 사용하는 ICER 값 산출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사회적 요구도에 따라 ICER 값을 고무줄처럼 늘렸다가 줄였다가 여러 신약에 적용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사회적 비용과 돌봄 비용을 반영하고 있지 않는 산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권 교수는 "ICER 값 산식을 바꾸는 게 선진화를 위한 중요한 문제이며 맞춤형 치료 시대에선 더 이상 1차, 2차, 3차 치료를 얘기하는 것은 점점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며 "30년 전에 만든 패러다임으로 약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맞춤형 치료 시대에 맞는 정책적 대응이 있어야 하며 환자 중심으로 제도가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급속 성장한 후유증으로 남아있는 손봐야 할 근본적인 제도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다"면서 "밑바닥부터 고쳐야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데 뒤늦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