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티어 유한양행이 전하는 라이선스 아웃 잭팟 핵심 포인트는?

말이 아닌 데이터가 협상 좌우…초기 단계 PoC 검증이 성공 열쇠 유한양행 R&D 이준형 이사, 2025 KIC서 발표 진행

2025-09-24     김응민 기자

[팜뉴스=김응민 기자] 국내 벤처·스타트업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라이선싱 아웃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폐암 신약 '렉라자'를 얀센에 기술수출해 국산 항암제 역사상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유한양행이 그 핵심 포인트를 공개했다.

사진. 유한양행 CI

지난 2024년 8월, 국내 제약산업에 있어 기념비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이 미국 FDA로부터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으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 받은 것이다. 

유한양행이 2015년 오스코텍의 자회사인 제노스코로부터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도입한 이후 물질 최적화 및 추가 임상연구 등을 통해 가치를 높여 2018년에 얀센에 라이선스 아웃하기까지 약 10년 만에 이뤄낸 쾌거로, 국산 항암제로는 최초의 미국 시장 진출 사례다.

주목할 점은 성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한 유한양행이, 렉라자를 통해 배운 라이선싱 아웃 '핵심 포인트'를 국내 바이오텍 및 스타트업 제약사에게 공개했다는 것이다. 

유한양행 R&D 전략기획팀 이준형 이사는 지난 23일 롯데호텔서울에서 개최된 2025 KIC(KoNECT International Conference)에서 '국내 대형 제약사가 기술도입 시 고려하는 핵심 전임상 데이터'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유한양행 R&D 전략기획팀 이준형 이사

이준형 이사는 "유한양행의 파이프라인 중 절반 이상(약 51%)은 스타트업으로부터 도입한 자산"이라며 "그만큼 협력의 기회는 열려 있지만, 단순히 좋은 기술이라는 주장만으로는 협상이 불가능하다. 임상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데이터나 확실한 PoC(Proof of Concept, 개념 증명)가 필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제약사들의 라이선싱 전략은 후기 임상보다는 오히려 초기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의 38%는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서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를 포함해 전세계 제약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국내 제약산업에서도 관찰된다. 과거에는 특정 요소만 충족되면 거래(deal)가 성사됐지만 이제는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에 접어 들어 보다 세밀한 데이터가 요구된다.

이 이사는 "연매출 2조원을 기록하고 있는 유한양행조차 가용할 수 있는 현금 자산은 제한적이다"라며 "어느정도 임상이 진행된 파이프라인은 상대적으로 높은 업프론트(upfront)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비용에 대한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약물 개발 전략에서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라며 "이미 어느정도 완성된 약물인 탓에 적응증 확장이나 새로운 환자군으로 타겟을 넓히는 등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여지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후보물질 탐색 단계나 전임상 등 초기 단계의 파이프라인은 상대적으로 도입 비용이 저렴하고 공동 연구를 통해 적응증 확장이나 환자군 설정 등 전략적 방향성을 반영할 수 있어 협력의 폭이 넓은 편이다.

문제는 초기 단계일수록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임상 데이터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는 '신뢰할 수 있는 PoC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기 파이프라인 단계에서 성공적인 기술거래가 성사되려면, PoC 데이터는 단순한 '효과 있음'을 넘어 ▲작용기전 검증(Mechanism validation) ▲인체 생물학적 연관성(Relevance to human biology) ▲데이터 신뢰성(Data reliability)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협상을 성공시키는 PoC 데이터 요건(자료=유한양행)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작용기전 검증'의 경우, 약물이 특정 타깃에 작용한다는 것을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 그는 렉라자의 개발 사례를 예로 들며 "동물실험에서 암세포가 사멸했다고 해도, 그것이 EGFR 억제를 통한 효과인지 여부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기술이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인체 생물학적 연관성이다. 단순히 세포 수준에서의 효능만으로는 부족하며, 질환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동물모델을 통해 임상 적용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PK/PD correlation(약동학·약력학 연관성)이 강조됐다. 가령 시험관 내 실험(In vitro)에서는 약효가 확인된 후보물질이 동물 실험(In vivo)에서는 약물 농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않았음에도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다른 타깃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임상에서 예측 불가능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기술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셋째로는 데이터 신뢰성을 꼽을 수 있다. 라이선싱 아웃을 희망하는 바이오벤처들은 흔히 '우리 약물이 효과가 있다'는 점만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체적으로 경쟁 약물 대비 차별성과 우월성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하나의 동물모델이 아닌 다양한 동물모델을 통해 반복 검증을 하거나 GLP(Good Laboratory Practice) 수준의 CRO를 통해 데이터를 재현하는 것도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요건으로 제시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체계적인 데이터와 파트너십의 핵심인 신뢰성도 강조했다.

이 이사는 스타트업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로 '데이터보다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말이 아니라 데이터가 협상의 성패를 좌우한다"라며 "단순 보고서가 아니라 식약처 IND 제출용 패키지처럼, 임상적 의미와 차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체계적 데이터 패키지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파트너십은 상호간의 신뢰가 기반돼야 한다"라며 "실패한 데이터나 한계점을 숨기지 말고, 문제를 공유해 어떻게 해결할 지를 보여준다면 협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거래를 진행하는 상대 제약사가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질환 분야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각 제약사마다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적 질환 영역이 다르다"며 "유한양행의 경우 항암, 대사, 면역 분야가 핵심이다. 바이오벤처가 라이선스 아웃을 준비할 때는 단순히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파트너사가 집중하는 치료 분야와 전략을 맞추는 것이 협상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