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DLBCL 치료 혜택, 선진국과 격차 커...암질심 역할론 도마 위
B세포 림프종 신약 예스카타 급여 도입 논의 3차치료 킴리아 사용 가능한 환자 실제로 적어 "2차치료 도입하면 60% 이상 사망 위험 줄여" 정부는 원론적으로 "살펴보겠다" 입장 밝혀
[팜뉴스=김민건 기자] "아니, 다른 나라도 아니고 한국이 그런가요?"
최근 김석진 대한혈액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이 미국 의료진과 미만성거대B세포 림프종(이하 DLBCL) 치료 이야기를 나누다가 상대방으로부터 겪은 반응이다.
미국 의료진은 세계적 수준과 동떨어진 한국의 치료 현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김 이사장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환자와 의료진이 겪어야 하는 현실이었다.
이 발언은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혈액암 환자 보장성 강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DLBCL 신약의 신속한 급여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나왔다.
김 이사장은 미국 의료진으로부터 "DLBCL 1차와 2차 치료에 무엇을 쓰고 있냐"는 질문을 받아 "1차는 R-CHOP 요법만 되고, 올해 7월 폴라이비 급여 기준이 설정돼 경제성평가를 거치면 빨라야 1년은 있어야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2차 치료는 세포독성항암 요법을 하고, 나이가 젊은 환자는 이식하는 정도 밖에 없고, 3차 치료에는 킴리아(티사젠렉류셀)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미국 의료진으로부터 "아니 다른 나라도 아니고 한국이 그렇다는 게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DLBCL 치료 기준을 말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국격을 떨어뜨린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국내 DLBCL 치료가 세계 수준과 많이 떨어진 것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실제 치료받는 환자 마음은 물론이고 치료하는 입장에서 밖에다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의사로서 현 시점에 가장 최고의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보람있는 일이지만, 현실은 글로벌 표준치료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여러 제한 때문에 효과가 좋지 않은 약을 써야 하는 것이다"며 "결과가 좋지 않은 약을 알면서도 쓸 수밖에 없는 게 혈액암 치료 의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 분배의 어려움을 이해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생명의 가치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이사장은 "국가에서도 중요성을 따져 (건보 재정을) 분배하는 게 참 어렵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재정보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그 부분에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암질환심의원회 결정 구조가 과학적 근거에 따라야지 경제적인 논리로 작동해선 안 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경제성평가 절차가 있으니 대규모 3상을 통해 충분히 (임상적 유용성을) 증명했다면 과학적 근거로만 결정해야 한다"며 "현재 암질심은 충분한 3상 연구가 있음에도 통과 여부를 걱정한다는 자체가 그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부산/경남 지역 유일의 CAR-T 세포치료제 센터가 있는 동아대병원 이지현 혈액종양내과 교수도 국내 치료 현실을 공개했다.
이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DLBCL 1차 치료 이후 1년 이내 재발한 환자에게 사용하는 표준치료는 CAR-T 치료 또는 이중항체 치료 신약이며 "CAR-T 세포 치료를 할 수 있냐, 없냐가 생존기간을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다"고 말했다.
재발/불응이 잦은 DLBCL은 기존 치료법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확률은 10~20%에 불과하다. 세계적 기준처럼 국내에서도 DLBCL 2차치료에 CAR-T 신약의 급여 적용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2차 이상 재발/불응한 환자의 전체생존기간은 평균적으로 6개월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죽을 날을 기다리며 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약이 나오지 않으면 시한부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DLBCL 치료에 쓰는 CAR-T 치료는 기전 특성상 환자가 하루라도 건강이 좋을 때 사용해야 '더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CAR-T 치료제는 DLBLCL 환자 혈액에서 채취한 면역 T세포를 분리해 CAR라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 발현 유전자를 삽입하면 암세포 표면에 특정 단백질 항원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조작을 가한 CAR-T 세포를 대량 증식해 환자에게 주입하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유전자세포 치료제 CAR-T다.
즉, 환자의 면역세포 기반 치료다. 환자 건강이 좋을수록 면역 세포 환경이 좋기 때문에 2,3차 이상 치료를 받은 경우 면역세포 기반 치료가 좋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앞서 김 이사장과 이 교수가 CAR-T 신약의 2차치료 급여화 필요성을 강조한 이유다. 현재 국내에선 노바티스 CAR-T 치료제 킴리아가 3차치료에 급여 적용을 받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3차치료까지 가서 킴리아 사용이 가능한 환자가 실제적으로 많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이 교수는 "실제 국내 RWD 데이터를 보면 임상연구 보다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은 훨씬 늦은 상황에서 치료를 받는, 좋지 않은 환경에서 치료를 받아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2차치료에 급여화를 추진 중인 길리어드사이언스 코리아의 예스카타(악시캅타진 실로류셀)는 3상 연구 ZUMA-7에서 2차치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했음에도 4년 동안 50% 이상의 환자가 재발 또는 사망하지 않은 결과를 냈다.
이 교수는 "전체생존기간이 6개월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우 충격적인 정도로 좋은 결과"라며 "임상 연구의 전체생존기간 그래프를 보면 2차 표준치료요법 대비 10% 밖에 좋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만, 표준치료를 받은 환자 중 50~60%가 3차치료에서 CAR-T 세포 치료를 받은 환자를 포함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즉, 3차치료에서 CAR-T 치료가 가능하다 해도 실제로는 2차치료에 사용하는 것보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이다. 이 교수는 "실제적인 차이는 절반 이상으로 본다"며 "예스카타를 사용한 경우 2년 시점에서 재발이나 사망 위험을 6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차치료에 CAR-T 치료제를 도입하면 혈액암 치료에서 절망에 빠진 환자에서 완치와 생존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실무 담당자는 사실상 원론적인 입장을 얘기했다.
김연숙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국내 DLBCL 치료가 세계적 기준에 맞지 않다고 했는데 기본적으로 고민과 논의의 전제는 국가별 건강보험과 약가제도의 차이다"며 "우리나라는 선별급여등재제도를 하고 있으며 장단점이 있다. 허가와 동시에 급여를 적용하는 미국과 영국에 비해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한계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오늘 이런 자리에서 논의와 고민을 통해 건강보험 제도의 장점을 살리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며 "어떤 약제와 질환이 됐든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맞춰 제도를 합리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최우선 순위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생존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혁신적인 약이라면 급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ICER 값에 신약의 혁신성을 반영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으며 약가 제도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하지만 혁신신약 개발을 유도하고,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신속 급여 등재라는 두 과제를 중요하게 가져가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숙현 심평원 신약등재부장도 "심평원은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부분을 검토하는 상황이며, 2차치료에서 CAR-T 치료제는 임상적 유용성 부분에서 암질심을 거쳐야 하고, 설정되는 환자군에 따라 약가가 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엡킨리(올해 6월 암질심 급여기준 설정)는 비용 부분을 살펴보고 있고, 컬럼비(한국로슈 이중특이항체 치료제)나 CAR-T 2차치료제는 임상적 부분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2차치료에 CAR-T가 처음 들어오기에 3차치료제인 킴리아와 비교하면서 운영할 확률이 있어 보인다"고 언급하며 "(예스카타는) 킴리아 급여 설정 환자군과 비교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킴리아처럼 성과기반 환급 제도 등을 도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부장은 "3차치료제는 급여가 되고 있으니 약가나 급여 기준을 동일 선상에서 볼 수는 있다"며 "다만, 2차치료는 처음이니 대상 환자군과 가격을 설정하는 부분에서 첫 단추를 (꿰매는데) 에너지가 좀 드는 것 같다"며 급여의 어려움을 돌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