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형 당뇨약 대표 ‘메트포르민’, 노인성 황반변성 예방 효과 ‘글쎄’
美 160만명 의료기록 분석…“발병·진행 위험 유의한 차이 없어” 메트포르민 효과 둘러싼 오랜 논쟁, “예방 효과 없다”는 결론에 힘 실려
[팜뉴스=우정민 기자]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메트포르민(Metformin)이 노인성 황반변성(AMD)의 발병이나 악화를 막는 데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전역 70개 의료기관에서 수집한 160만 명 이상의 의료기록을 토대로 분석한 이번 연구는, 그간 논란이 이어져 온 ‘메트포르민의 황반변성 보호 효과’ 가설에 새로운 시각을 더하고 있다.
메트포르민은 혈당 조절뿐 아니라 항암·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등 노화 관련 질환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이어지며 오랫동안 ‘만능 약’으로 주목받아왔다. 안과 분야에서도 당뇨망막병증과 녹내장 위험을 낮춘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황반변성 예방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반복됐다. 일부 연구는 위험 감소 가능성을 보였으나, 다른 연구에서는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했고, 여러 연구를 합친 분석에서도 연구 설계가 제각각이어서 일관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콜 아이 연구소(Cole Eye Institute, Cleveland Clinic)의 캐서린 E. 탤컷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최근 의학학술지 JAMA Ophthalmology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미국 내 70개 의료기관에서 확보한 65세 이상 160만여 명의 의료기록을 바탕으로 추적 분석을 진행했다. 황반변성이 없는 일반인과 초기·중기 황반변성 환자를 구분한 뒤, 메트포르민 처방 여부에 따라 발병 및 진행 위험을 비교했다. 분석 과정에서는 나이·성별·인종·고혈압·당뇨병·흡연 여부 등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통계적으로 보정해 정확성을 높였다.
분석 결과, 메트포르민을 처방받은 집단은 비처방군과 비교했을 때 황반변성이 새로 발생할 위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상대위험도[RR] 0.90, 95% 신뢰구간[CI] 0.86~0.94). 이 같은 경향은 5년, 10년 장기 추적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미 초기 황반변성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메트포르민 복용 여부에 따라 중증 단계로 진행될 가능성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황반 중심부 세포가 점차 위축되는 지도모양위축(GA)으로 진행될 위험은 RR 0.87(95% CI 0.76~1.01), 눈에 비정상 혈관이 생기는 신생혈관성(습성) 황반변성으로 악화될 위험은 RR 1.03(95% CI 0.91~1.17)로, 모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연구팀은 방대한 자료를 활용했지만, 과거 기록을 기반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처방 기록만으로는 실제 복약 순응도, 복용량, 복용 기간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탤컷 박사는 “이번 대규모 분석 결과는 메트포르민이 황반변성의 발생이나 진행을 막는 데 뚜렷한 보호 효과를 갖는다는 가설을 뒷받침하지 않는다”며 “약물 용량이나 장기 복용이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면 앞으로 환자를 장기간 추적하며 살펴보는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Darren A. Jindal, PhD et al., “Metformin and the Development of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JAMA Ophthalmology(2025). doi:10.1001/jamaophthalmol.2025.3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