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4시간 활동혈압계, 환자 순응도 & 진단 신뢰성 동시에 높인다

[인터뷰] 고대구로병원 이성복 임상병리사 반지형 커프리스 ABPM '카트비피 프로', 고혈압 관리 새 전환점

2025-09-29     김응민 기자

국내 고혈압 인구는 약 1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단발적으로 측정한 혈압만으로는 환자의 실제 생활 속 혈압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이에 24시간 활동혈압계(ABPM, Ambulatory Blood Pressure Monitoring)가 고혈압 관리의 새로운 표준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 반지형 커프리스 혈압계 '카트비피 프로(CART BP pro)'는 기존 커프형 장비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첨단 센서와 인공지능(AI) 분석으로 임상적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된 이후 의료 현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팜뉴스>는 '카트비피 프로' 급여 1주년을 맞아 ▲1편 급여 등재 이후 1년간의 성과와 시장 반응을 살펴보고 ▲2편 실제 임상 현장에서 기기를 활용 중인 고대구로병원 이성복 임상병리사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커프리스 ABPM의 임상적 의미와 향후 과제를 조명한다.

[팜뉴스=김응민 기자] 고혈압은 뇌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 정확한 진단과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진료실 혈압기만으로는 환자의 실제 혈압 상태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바로 '24시간 활동혈압(ABPM)'이다.

24시간 활동혈압은 일상생활 중 혈압 변동성과 야간 혈압 패턴을 파악해 합병증 위험 예측과 맞춤형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기존 커프형 방식은 환자가 장비를 24시간 동안 팔에 착용해야 해 불편이 컸다.

주목할 점은 최근 커프리스(cuffless) 방식의 24시간 활동혈압계가 도입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반지형 방식의 커프리스 ABPM '카트비피 프로'다. 환자의 거부감이 줄어 순응도가 크게 높아졌고 의료진 역시 연속적이고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새로운 형태의 활동혈압 측정 기술이 고혈압 관리의 혁신적 전환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팜뉴스>는 고대구로병원에서 근무 중인 이성복 임상병리사를 만나 ABPM의 임상적 중요성과 커프리스 ABPM 장비의 특장점 및 향후 과제 등을 짚어봤다.

고대구로병원 이성복 임상병리사

# 24시간 활동혈압(ABPM)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24시간 활동혈압은 환자가 일상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는 동안 정해진 간격으로 자동 혈압을 측정해 낮과 밤, 활동과 휴식 상황별 변화를 연속적으로 기록하는 검사다. 혈압은 계절·시간·감정 상태·신체 활동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겨울철이 여름보다 높고, 활동이 많은 낮이 밤보다 높다. 또한 스트레스, 통증, 카페인 섭취, 수면의 질 등 다양한 요인도 변동성을 키운다. 이 때문에 진료실에서의 단일 측정값이나 일반 가정에서 측정하는 혈압 만으로는 실제 생활에서의 혈압 패턴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반면, ABPM은 24시간 연속 데이터를 통해 평균치뿐 아니라 변동성, 주·야간 차이, 기상 직후 급상승 여부 등 ‘패턴’을 함께 보여주므로 진단과 치료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 ABPM을 측정하는 대상은 어떤 사람들인가?

입원 환자는 병원에서 혈압을 포함한 다양한 생체 신호를 측정하기 때문에 원내 환자보다는 통원 치료를 하는 외래 환자에서 주로 ABPM 측정이 이뤄진다.

24시간 활동혈압(ABPM) 측정 환자군

첫째 진료실에서는 높지만 생활 중에는 정상으로 나오는 백의고혈압 의심군
둘째 반대로 진료실에서는 정상이지만 활동·야간 혈압이 높은 가면고혈압 의심군
셋째 야간고혈압 또는 디핑(dipping) 패턴 이상(논디퍼, 야간 상승형 등)이 의심되는 경우
넷째 혈압 변동성이 큰 젊은 연령층으로, 업무 스트레스나 운동량 변화에 따라 수치가 크게 출렁이는 경우
다섯째 임신성 고혈압·당뇨병·만성신질환 등 고위험군과 기존 치료 중인데 조절이 어려운 환자군

이러한 환자들에게 ABPM을 측정하게 되면, 단회 측정으로 놓치기 쉬운 위험 신호들을 발견할 수 있어 이에 맞는 약물 조합과 복약 시간 조정, 치료 전략을 짤 수 있게 된다.

# 환자의 입장과 의료진의 입장 각각에서 ABPM이 주는 이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ABPM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우선 환자 입장을 살펴보면, 불안정한 혈압의 원인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야간에만 높다면 수면 질과 수면무호흡 가능성을 함께 평가할 수 있고, 기상 직후 급상승이 뚜렷하다면 아침 시간대 약물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둘째, 불필요한 약물 증량을 피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조기 치료를 뒷받침해 과소치료·과잉치료 모두를 줄인다. 셋째, 치료 전·후 ABPM 비교가 환자의 순응도를 높인다. 실제로 약물 시작 또는 변경 뒤 2차 ABPM에서 변동성이 줄고 야간 혈압이 정상화된 결과를 직접 확인하면 꾸준히 복용하려는 동기가 강화된다.

의료진에게는 진료실 혈압과 생활 속 혈압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 크다. 백의 및 가면고혈압 감별 뿐만 아니라, 아침 급상승과 야간 고혈압 확인, 시간대별 혈압 유형 분류가 가능해 항고혈압제의 선택과 용량, 투약 시간 조정에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ABPM으로 약물 효과를 정량 평가해 치료 전략의 객관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추가 검사나 입원 모니터링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 커프형과 커프리스 방식은 어떻게 다르나

기존에 주로 사용하는 커프형은 환자가 상완에 커프를 착용한 채로 24시간 동안 일상생활을 하면서 일정 주기로 혈압을 측정한다. 보통 낮에는 15~30분, 밤에는 30분~1시간 간격으로 측정하게 된다.

다만, 커프형 혈압계 특성상 혈압을 측정할 때 압박감을 느끼거나 소음이 발생해 업무 중 혹은 수면에 불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일부에서는 멍‧피부 자극 등이 생기기도 한다.

반면 커프리스 방식은 손가락에 착용하는 반지형 장비를 통해 광용적맥파(PPG) 신호로 혈압을 산출한다. 커프 팽창이 없어 소음·압박이 발생하지 않고, 환자가 측정 행위를 거의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5분 간격 연속 측정이 이뤄진다.

그 결과 야간 수면이 방해받지 않아 야간 혈압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생활 패턴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 데이터 확보가 용이하다. 또한 기기 관리 측면에서도 커프형 방식보다 훨씬 간편한 편이다.

# 그렇다면 커프리스 장비의 임상적 정확도와 실제 활용도는 어느 수준인지 궁금하다

본원에서는 작년부터 반지형 커프리스 장비인 '카트비피 프로(CART BP Pro)'를 도입해 임상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PPG 신호를 기반으로 5분 간격 자동 측정을 수행하며, 임상 비교에서 커프형과의 평균 오차가 수축기·이완기 모두 ±5.0mmHg 이내, 상관계수 0.7 이상으로 국제 표준인 ISO 81060-2 충족 기준을 만족한다.

국내 기준 다수의 병의원이 카트비피 프로를 도입하고 있으며 야간 측정 시, 방해 요소가 적어 디핑/논디핑 판별, 야간고혈압 검출에서 커프형 대비 데이터 완결성이 개선되는 경향이 관찰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초기 캘리브레이션이 필요하고, 반지 착용 위치가 돌아가면 신호 품질이 저하될 수 있어 의료진 및 환자에게 착용 교육과 점검을 병행하고 있다.

카트비피 프로로 측정한 야간 혈압 모니터링(자료=스카이랩스)

# 실제 임상 사례에서 커프리스 방식이 어떤 차이를 만들었는지 소개해 달라

가장 기억나는 사례로는 최초 커프형 검사에서 야간에 혈압이 충분히 하강하지 않는 논디퍼(Non-dipper)로 분류되던 환자가 커프리스로 전환하자 수면 방해가 사라지면서 정상적인 디퍼(Dipper) 패턴으로 재분류된 사례가 있다.

또 다른 케이스는, 진료실 혈압은 정상이었는데 두통과 어지럼증이 지속된 환자가 있었다. 그래서 커프리스 ABPM을 통해 24시간 활동혈압을 측정해보니 가면고혈압이 확인돼 조기 약물치료를 한 환자도 있었다.

어떤 환자는 커프형 방식이 주기적으로 팽창하면서 발생시키는 소음과 통증으로 검사를 중도 포기했었는데, 커프리스 방식을 사용하니 불편감이 크게 줄어 완전한 24시간 데이터를 확보한 경우도 존재했다.

# 커프리스 ABPM의 병원 내 운영 과정과 유지관리에서 고려할 점은 무엇인가?

기본적인 절차는 ▲외래 접수 ▲반지 사이즈 선정 ▲초기 캘리브레이션 ▲착용 위치 고정 교육 ▲귀가 후 24시간 활동혈압 측정 ▲기기 반납 및 데이터 회수 순으로 진행된다. 반지는 사용 후 병원용 소독 티슈로 소독·건조를 거쳐 충전한다.

커프형 대비 장점은 커프 소모·교체 주기, 여름철 냄새·위생 이슈가 적고 재처리 부담이 낮다는 점이다. 다만 네트워크·서버 연동 안정성이 간헐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병원 전산과 제조사 CS의 신속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 향후 커프리스 기술 고도화를 위해 보완돼야 할 점이 있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꼽고 싶은 점은 반지 사이즈 라인업 확대다. 기존 커프형 대비 장점이 많아 많은 환자들이 요구하는데 현재 사용되는 호수로는 손가락이 가늘거나 굵은 환자에게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핵심적인 부분은 아니지만 초기 캘리브레이션 작업을 보다 간소화하거나 자동화하는 기능도 추가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센서 정밀도와 동작 감내성 향상, 데이터 전송·서버 안정성도 강화되면 더욱 활용성이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과제들이 단계적으로 해소되면 커프리스 ABPM은 보다 폭넓은 환자군에서 표준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끝으로 고혈압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혈압은 단일 수치가 아니라 패턴으로 봐야 한다. 단 한 번의 수치로는 위험 구간을 놓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24시간 활동혈압(ABPM)은 매우 중요하며 정확한 데이터를 측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으면서 특히 수면을 방해하지 않는 커프리스 방식은 환자의 일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연속 데이터로 진단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치료의 정확도를 높인다.

환자에게는 불편이 적은 검사 경험을, 의료진에게는 신뢰성 높은 임상 자료를 제공하므로 커프리스 방식의 ABPM 측정계가 고혈압 관리의 새로운 표준 도구로 더 널리 활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