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 꿈꾼 조혈모세포이식이 악몽으로, 이식편대숙주질환 "레주록 급여화 절실"

20일 오후 국회 정책토론회서 목소리 낸 환자들 "한 달 약값만 1000만원, 간병비·폐 이식비 보다 저렴" 1·2차 치료와 달리 섬유화 진행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

2025-08-21     김민건 기자

[팜뉴스=김민건 기자] 완치를 꿈꾸며 받은 조혈모세포이식이 급·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GVHD)이라는 또 다른 악몽의 시작이었다.

2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 3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중증·희귀합병증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이식 이후 또 다른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환자들의 현실이 드러났다.

네이버 카페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우 모임'을 운영하는 A씨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조혈모세포 이식 또는 수혈을 받은 환자 중 절반 가량이 겪는 중증 합병증이다. 신체 전신을 비롯해 장기에 다발적인 숙주 반응으로 염증을 비롯해 섬유화, 비가역적 장기 손상이라는 치명적인 증상을 일으킨다.

섬유화가 진행된 경우 장기 기능이 상실돼 만성장애를 겪거나 또 다른 장기이식에 따른 감염 위험 증가로 사망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폐나 간이 섬유화된 경우 비가역적으로 돌이킬 수 없다. 이 경우 사망 위험도는 72%나 되며 기관지폐쇄증후군 환자 5년 생존률은 13%에 불과하다. 구강이나 위장관이 섬유화된 경우에는 음식물 섭취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 핵심은 '조직 섬유화'를 억제하는 것이다. 문제는 1·2차 치료제는 섬유화 억제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1차치료는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 하지만 50%는 스테로이드 불응성, 의존성, 불내성 등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2차치료에는 자카비(룩소리티닙)를 쓸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절반은 부족한 효과로 3차치료를 받아야 한다.

현재 3차치료에는 레주록(벨루모수딜)이라는 신약을 쓸 수 있다. 레주록을 주목하는 이유는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만을 위해 개발된 신약으로 염증과 섬유화 모두를 표적하는 새로운 기전의 유일한 신약이어서다. 

하지만 국내에선 비급여 상태로 써야 하고, 한 달 약값은 1000만원대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이날 국회를 찾은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들은 "조혈모세포이식 이후 발생한 이식편대숙주질환이 또 다른 고통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으며 3차치료제 레주록이 유일한 희망이다"고 호소했다.

네이버 카페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우 모임'을 운영하는 A씨는 이 자리에서 10년째 중증도 이상의 이식편대숙주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임에도 가족의 도움을 받아 현장에서 현실을 알렸다.

A씨는 "현재 폐 이식을 기다리고 있거나, 집에서 휠체어를 타고 계신분들이 나오고 싶었지만 올 수 없었다. 그나마 제가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왔지만 저 역시 지체장애 4곳과 호흡 장애를 가지고 있어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가 항상 동행하면서 옷을 갈아입거나 씻겨주고 있으며, 눈도 잘 뜨지 못하고 밤마다 산소 호흡기를 끼고 잠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레주록정 건강보험 급여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레주록은 기존 2차치료제 효과가 없는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3차치료제로 한 달 약값만 1000만 원이 넘지만 지금처럼 보험 적용이 되지 않으면 대부분 환자는 치료를 시작조차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폐 등 내장 장기 그리고 근육의 섬유화로 평생 병상에 누워 살며 죽는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A씨는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는 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크게 증가시키는 문제이다. 치료 기회를 놓쳐 폐 이식, 간병, 장기요양으로 이어지면 사회 전체가 지불하는 비용이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들에게 레주록 급여화는 생명을 살리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을 절감하는 합리적 선택이라고 설득했다.

◇항암 보다 이식 이후 더 힘들어진 삶, 믿기 힘들어

중학생 때 만성이식편대숙주질환이 발병해 20대 초반의 성인이 된 B 환자의 사연도 소개했다. 토론회 현장에 오고 싶었지만 불가능한 상황으로 자신의 영상이나마 틀어달라는 간곡한 부탁이 있었다.

이 환자는 소아 림프종 진단 이후 5년째 투병 중으로 하루 종일 산소 발생기에 의지해야 하며, 휠체어 없이 움직이는 게 불가능하다. 

그는 "항암 치료보다 이식 이후 삶이 더 힘들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요. 합병증으로 폐가 망가져 숨쉬기 조차 어렵고, 화장실 가는 일조차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당연했던 숨쉬기와 걷기가 너무나도 멀게 느껴진다"고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다행히 효과가 있는 치료제가 레주록이다. 문제는 한 달 약값이 1000만 원이 넘는다는 것이고 산정특례도 끝나버려 막대한 치료비를 부모님이 모두 감당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마음이 무겁다. 제가 바라는 것은 특별하지 않다. 산소 호흡기 없이 숨 쉬고, 휠체어 없이 걸어서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웃을 수 있는 평범한 삶이다"고 전했다.

A씨와 B씨의 소망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비용 때문에 치료 기회를 잃는 일이 없도록 꼭 제도적 지원을 마련해달라는 간절한 기도이다.

또 다른 문제로 산정특례 기간도 있다. 현재 동종조혈모세포 이식  환자의 산정특례는 5년이 지나면 종료된다. 하지만 이식편대숙주질환은 평행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액의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는 이유이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고통의 시작, 가장 두려워

이날 또 다른 환자도 자리했다. 급성골수성 백혈병 환자라고 자신을 밝힌 최혜경 씨다. 그는 2019년 4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1차치료에 실패한 뒤 2차치료에서 고강도 항암요법으로 부분 관해에 도달했다. 3차치료 후 완전 관해돼 12월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다.

최유경 환우

 

그러나 이식 후 만성이식편대숙주 질환이 발생해 5년 동안 고통받고 있다. 그는 "완치를 꿈꾸며 조혈모세포이식을 선택했지만, 혈액암 치료가 끝난 뒤 다시 시작된 이 질환은 언제 끝날지 모른 끝없는 고통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식편대숙주질환이 발생했을 때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언제 끝날지, 얼마나 악화할지도, 알 수도 없는 불확실성이 가장 무섭고 지금도 몸 곳곳에서 숙주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피부와 폐, 자궁에 숙주 반응을 겪고 있다. 그는 "다른 증상들이 언제 나타날지 몰라 늘 두려운 것이 저를 비롯해 많은 환자들의 현실이다. 이 병은 단기 치료로 끝나지 않고 산정특례 기간이 종료된 이식 이후에도 긴 투병이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의 마지막 희망도 다른 환자와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그는 "혈액암과 싸워 이겼던 것처럼 이식편대숙주 반응과의 긴 마라톤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마지막 무기다"고 전했다.

◆다음은 현장에서 만난 네이버 카페 환우회 대표 A씨와 일문일답.

 

A씨가 팜뉴스와 현장 인터뷰를 하면서 점점 섬유화가 진행돼 굳어가고 있는 자신의 팔을 보여줬다. A씨가 들 수 있는 최대 팔 높이다.

▶환우회 카페는 언제 어떻게 만들었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았고 2017년부터 이식편대숙주질환 2차치료제를 사용했다. 

당시 의사로부터 이식 전에 이식편대숙주질환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를 못 들었다. 산소 발생기를 사용하기 시작할 정도로 나빠졌을 때 '내가 왜 아픈지' '치료 방법이 있는지' '어떻게 아픈지'를 다 얘기하고 싶은데 말할 시간도 없다. 아직도 그런 분위기가 있다. 이식 밖에 답이 없는데 거부감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어디 물어볼 곳이 없었고 환자들한테 물어보고 싶어도, 백혈병 카페에서 얘기를 해도 이식편대숙주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끼리 모여 있는 곳이 없었다.

그런데 이식편대숙주병은 백혈병 환자 뿐만 아니라 모든 혈액암 환자 그리고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 자가면역 질환 환자들도 발생한다. 분명히 다들 숙주병이 있을 것이고  이식편대숙주질환 카페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019년에 카페 모임을 만들어서 병을 알렸는데 환우회 카페를 만든 가장 큰 목적이 나처럼 의사가 얘기해주지 않은 것, 내가 아는 것을 공유해서 나처럼 나빠지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식은 안 하면 죽고, 하면 죽을지 살지 모른다. 가끔 카페에 '이식을 하기 싫다'는 글이 올라오는데 그래도 해야 된다고 단호하게 얘기한다. 다만, 이식밖에 답이 없다고 하더라도 자기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는 알고 치료를 해야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식편대숙주질환으로 산소 호흡기 끼고 누워 있는 중증 환자는 하나같이 '괜히 이식을 했다'고 한다. 그냥 그때 (신체 장기가) 굳어가게 놔둘 걸 이 정도로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

▶환우회 카페 회원은 몇 명인가.

"현재 1400명 정도 가입했다. 이식한 사람들은 무조건 가입한다. 그 중에 진짜 중증으로 가는 환자는 10% 정도 되는 것 같다.

▶환우회를 대표해서 오늘 정책토론회에 나왔다고 했는데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나.

"처음에 휠체어 타시고 산소 발생기를 쓰시는 분들을 모시려고 했다. 그런데 그분들이 거동이 굉장히 힘들고 감염 우려가 있다. 폐렴 한 번 걸리면 바로 사망하시는 분들이라서 오늘 자리에 참석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 분(앞서 B씨)의 영상을 찍어서 가지고 왔다. 나 또한 오늘 발표된 숙주 반응을 다 겪었다. 그래서 지금 팔과 다리가 특정 높이 밖에 올라가지 않는다. 양팔과 양다리를 비롯해서 사지에 지체장애를 받았다. 현재 양쪽 어깨 고관절은 다 인공관절이고, 무릎은 이번에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 

인공관절은 1차치료제 부작용 때문이다. 1차 치료제를 오래 쓸 수 없는 이유가 이런 부작용 때문인데, 결국 나는 1차치료 효과도 못 보고 부작용만 얻은 채 2차치료로 넘어간 상황이다.

2차치료제를 7년 전부터 자비(비급여 본인부담 100%)로 복용하면서 한 달에 300~400만 원을 부담했고, 1년에 4000만원 씩 거의 2억원을 썼다. 2차치료제가 급여화된 지 이제 1년 밖에 안 됐고, 내 경우 산정특례가 끝났기 때문에 100만 원 정도 내고 있다.

(이렇게 비용을 썼지만) 결국에 폐 섬유화가 진행해서 산소 호흡기를 쓰고 있고, 몸이 다 딱딱해졌다. 배가 굽혀지지 않고, 고개도 들 수 없다. 섬유화로 진행하는 것은 2차치료제가 못 막은 것이다.

레주록이라는 3차치료제가 새로 나왔는데 섬유화 진행 억제에 특화된 약이다. 빨리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한 달 약값이 1000~1200만 원이다. 가장으로서 가족들에게 희생을 요구해야 하니 약이 있다는 얘기도 쉽게 할 수가 없었다. 이 약을 먹으면 나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급여화가 되더라도 나는 산정특례가 끝나서 300~400만원(본인부담 30%) 정도 내야 한다. 예전에 2차치료제 전액 자비로 사용했을 때와 똑같다. 하지만 레주록을 썼을 때 효과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때문에 환자들을 대표해서 나왔다.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다른 환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중증 환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경제적 부분인가.

"맞다. 치료제를 쓸 수 없는 것이 가장 어렵다. 이 병이 중증이 아니고 중등도 이상만 돼도 사실 사회생활이 굉장히 불편하다. 몸을 써서 일하는 일은 할 수가 없다.

나 같은 경우도 눈에 숙주 반응이 심해서 컴퓨터를 오래 볼 수가 없다. 사무직도 힘들기 때문에 결국 가장이 아프다거나, 가장이 아니어도 치료비 때문에 온 집안 자체가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다.

레주록 급여화도 있지만 산정특례 연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혈액암이 재발한 게 아니기 때문에 연장이 안 된다고 한다. 3차치료제인 레주록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는데 이식편대숙주질환은 희귀 질환이 아니다. 모순되는 부분이다.

희귀의약품과 희귀 질환을 일관성 있게 한다면 5년 정도 산정특례 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 레주록도 50만 원 정도에 복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정부가 추진해줬으면 한다. 정부 역할은 비용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국민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치료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정부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이다."

▶레주록이 급여화가 된다면 다른 환자는 얼마나 부담해야 하나.

"정부와 제약사가 가격 협상을 해야 하지만 산정특례가 되는 환자는 한 달에 50~100만 원 정도일 것이다.    

사실 3차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는 한정돼 있어 많지 않다. 2차치료제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못 쓰는 환자 등 대상자가 많다. 하지만 레주록정은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다. 적은 재정으로 몇 명의 환자들을 살릴 수 있다면 빨리 급여화하는 게 맞다. 선등재 후 협상 등 제도도 있다.

당장 오늘 같이 오고 싶었던 친한 환자가 있는데 카페에 접속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친한 환자 대부분을 떠나보냈다. 어느 날 카페 접속 횟수가 줄어들면 어김없이 돌아간 것이다. 대부분 레주록 대상자들이다. 

2차치료제가 효과가 없는데 3차치료를 했으면 절반은 아니어도 10~20%라도 살렸을 수 있다. 그러면 가치있는 일이 아닌가. 지금 연락이 안 되는 분들이 돌아가셨거나 폐 이식을 받은 분들이다. 폐 이식은 건강보험을 받아도 억대 비용이 든다. 

레주록을 써서 폐 이식까지 안 간다면 사회적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나처럼 근육이 섬유화된 폐 숙주 반응 대상자 외에도 병상에 누워 지내는 환자들의 간병비, 장기요양비, 폐 이식비를 다 더한다면 솔직히 레주록 급여화 비용보다 더 많이 들 것이다.

정부가 레주록 약값만 보지 말고 사회적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것까지 포괄적으로 생각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