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법인 통한 50억 리베이트…대학병원 이사장 일가 기소
검찰, 의약품 도매상 대표 A씨 등 8명 불구속 기소 실체 없는 유령법인 통해 병원 이사장 가족에 배당금 허위급여 등 50억 제공
[팜뉴스=우정민 기자]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 의약품 도매상의 유령법인 설립을 통한 신종 리베이트 제공과 국내 대학병원 이사장 일가의 거액 수수, 입찰 조작 사건의 수사 결과를 내놓으며 8명을 재판에 넘겼다. 약 50억 원 규모의 리베이트가 오간 사실이 밝혀지자, 교묘하게 진화한 수법과 대학병원 내부의 뿌리 깊은 부패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약품 대표 A씨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종합병원 3곳에 의약품을 납품하며 리베이트만을 목적으로 유령법인을 세웠다. 이사장 가족이 지분을 취득하도록 하고 배당금으로 34억 원을 건넸다. 여기에 가족을 허위 직원으로 등재해 급여를 지급하거나, 법인카드와 골프장 회원권을 사적으로 쓰게 해 16억 원을 더 제공했다. 결국 유령법인을 통한 리베이트 규모는 50억 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갑 의료재단 이사장 B씨는 배당금과 허위 급여, 골프장 회원권, 법인카드 사용으로 18억 원을 챙겼다. 을 의료재단 의료원장 C씨는 배당금과 법인카드 사용을 통해 22억 원을 받았고, 병 의료재단 이사장 D씨는 아들과 며느리의 허위 급여, 배당금, 상품권으로 10억 원을 수수했다. 피고인들은 약사법의 특수관계 판매금지 규정을 피하려고 지분을 49%만 보유하거나, 의료재단끼리 지분을 교차 취득하는 방식까지 썼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유령법인이 ○○약품 빌딩 내 창고를 주소지로 하고, 자금 집행은 부사장이 총괄하며 직원들이 겸직하는 등 실체가 전혀 없는 허울뿐인 회사임을 확인했다.
또 다른 범행도 있었다. ○○약품 대표 A씨는 △△대학병원 이사장 E씨와 명예이사장 F씨에게도 수억 원을 건넸다. E씨는 A씨뿐 아니라 도매상 G씨, H씨로부터 현금 8억 5천만 원을 받았고, F씨는 A씨에게 고문료 명목으로 4억 원을 챙겼다. 이들은 차용 계약이나 고문 계약을 내세워 거래를 정상으로 위장했으며, 특히 E씨는 법인 자금을 차용금으로 처리한 뒤 2년 후 부실채권으로 대손상각 처리하는 수법을 썼다. 더 나아가 E씨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업체들이 낙찰되도록 2025년도 △△병원 의약품 입찰을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병원 구매관리팀이 낙찰 업체와 투찰가를 미리 정리한 시나리오를 업체들과 공유했고, A·G·H사가 시나리오대로 참여해 낙찰됐다. 검찰은 다른 진료재료 입찰에서도 담합 정황을 확인했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2023년 12월 제보를 계기로 수사에 착수해 2025년 1월과 4월 압수수색을 진행한 뒤 8월 8일 A씨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수사를 통해 과거 현금과 상품권 위주의 리베이트 범행이 유령법인 배당금 방식으로 진화했음을 확인했고, 경쟁입찰 도입에도 불구하고 대학병원 이사장 일가가 영향력을 행사해 리베이트를 받고 입찰을 조작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불법 리베이트 범죄에 끝까지 대응하고,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