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동맥 고혈압 환자가 40대에 죽는 이유, 그리고 윈레브에어

폐소동맥 얇아지게 만들어 근본 개선 "4제 병용으로 생존, 초기 치료 중요"

2025-08-20     김민건 기자
윈레브에어

[팜뉴스=김민건 기자] 20년 만에 새로운 기전의 신약 윈레브에어(소타터셉트)가 등장하면서 폐동맥 고혈압(Pulmonary Hypertension, PH) 치료 중요성이 커졌다. 윈레브에어는 액티빈 신호전달을 억제(Activin Signaling Inhibitor)하는 첫 번째 혁신 의약품(First-in-class)으로 두꺼워진 폐동맥 혈관이 다시 얇아지게 만들어 우심실이 제 기능을 하게 만드는 근본적 치료 효과가 있다.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40대, 그리고 여성에서 많이 발병된다. 희귀질환이지만 희귀질환으로 인식되지 못하면서 많은 환자가 40~50대에 급성심장사 등으로 죽어야 했다.

정욱진 대한폐고혈압학회 회장(가천대 길병원 심부전폐고혈압센터장)은 지난 12일 한국MSD 윈레브에어 키트주(소타터셉트, 이하 윈레브에어) 허가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 병용요법이며 그 다음으로 경험 있는 전문의에 의한 치료가 진행돼야 한다"며 윈레브에어 등장 이후 빠른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로 폐동맥 고혈압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팜뉴스는 20일 폐동맥 고혈압은 어떤 질환인지, 윈레브에어가 폐동맥 고혈압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왜 받고 있는지 전한다.

▶폐동맥 고혈압이란 

고혈압은 대동맥(중심 동맥) 압력이 140-90mmHG 이상을 말한다. 폐동맥 고혈압(이하 폐고혈압)은 폐 순환계 혈압이 20mmHG 이상인 경우이다. 

우리 신체의 폐 순환계에는 좌심실과 우심실이라는 두 개의 펌프가 신체 혈액을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오른쪽 심장에서 나온 혈액은 폐로 나가 산소 교환을 한 다음에 다시 왼쪽 심장으로 돌아오는 '만나지 않는 8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좌심실과 우심실은 1분에 60~100회 정도 혈액이 돌게 만드는 펌프 역할을 한다. 정맥의 피가 흐르는 폐동맥 압력이 20mmHG를 초과하면 우심실에서 피를 못 보내게 되고, 좌심실에 비해 얇은 구조의 우심실이 망가짐으로써 환자는 심장사 등을 겪는다. 이를 폐고혈압이라고 하며 전 세계적으로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었다.

폐고혈압은 1~5군으로 분류하며 폐동맥 고혈압(3%, 1군), 심부전(좌심장 질환 폐고혈압, 65%, 2군), 폐섬유화증(폐 질환과 저산소혈증 폐고혈압, 30%, 3군), 급성폐색전증 후 폐혈관 증식 폐고혈압(3%, 4군), 특발성 폐고혈압(5군)이 있다. 

 

2·3군 폐고혈압이 전체 환자의 95%를 차지한다. 4·5군은 희귀질환이다. 국내 폐고혈압 환자 50만 명 중 4~5만 명이 2·3군이며 희귀질환인 4·5군은 각각 6000명으로 추산한다.

1군 폐고혈압은 특발성(이유가 없는) 또는 유전적 요인으로 폐소동맥 벽이 두꺼워지면서 내강이 좁아져 협착되면서 발생하는 반면, 2~5군 폐고혈압은 심장이나 폐 질환, 특발성으로 발생하는 2차 질환이다. 고혈압, 심부전, 판막 질환 등 심장과 관련한 병 모두 나이와 관계가 있지만, 폐고혈압 1군은 40대 그리고 여성에서 많이 발견되는 특징이 있다.

앞서 정 회장은 "의사 생활을 하면서 폐동맥 고혈압은 치료법이 없었다. 윈레브에어가 나오게 됐고, 새로 알아가는 질환이다. 폐고혈압 환자 6000명 중 제대로 치료받는 환자는 1500~2000명, 약을 쓰는 경우는 2500명 수준, 우심부전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으며 2제 또는 3제 병용요법을 하는 환자는 1500명 수준이다. 새로운 질환인 만큼 고혈압처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고혈압 치료 초반부터 효과있는 치료제를 써야 하는 이유

폐고혈압 환자는 우심실이 망가지면서 심부전 또는 급성 심장사로 빨리 죽게 된다. 폐동맥 중에서 가장 끝단의 폐소동맥(심장에서 피를 보냈을 때 산소 교환이 이뤄지는 폐포가 있는 동맥)이 점점 두꺼워져 내강이 좁아져 압력이 높아짐으로써 피를 내보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폐고혈압 환자의 오른쪽 심장이 커지면서 우심실부전이 오게 되고 그러면 부정맥이 잘 생긴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멈추는 경우가 잦아지고 결국 우심부전 아니면 심장 돌연사가 발생한다.

폐동맥 고혈압 유형

 

지금까지 개발된 약제는 두꺼워진 폐소동맥을 확장하는 효능,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네 번째 신약으로 등장한 윈레브에어는 두꺼워진 폐소동맥이 다시 얇아지게 만드는 '리버스 리모델링' 기전으로 더 이상 동맥이 두꺼워지지 않게 만들어 압력을 낮출 수 있다. 병이 진행하지 않게 만들어 환자가 오래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은 "폐고혈압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진행성 질환인 만큼 강한 약을 사용해서 암처럼 증식하지 못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적당히 약을 써서 상태가 나빠지고, 또 다른 약을 써서 상태가 나빠지다가 환자는 결국 죽게 된다. 그래서 초기에 병이 진행되지 않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치료 방향을 강조했다.

실제 정 회장의 환자 중에는 급성 심장사한 경우가 있다. 환자는 BMPR2 유전자 양성에 특발성 폐고혈압이었다.  당시 환자 나이는 19살. 정 회장은 15년간 순차적 병용 치료를 적용해 3제 병용까지 이어갔다. 하지만 환자가 30대 초반에 집에서 급성 심장사했다. 

정 회장은 "치료하지 않으면 5년 생존율이 34%이고 평균 생존기간은 2.8년이다. 48세에 진단하면 가까스로 50세를 넘어 사망하는 것이다. 보험이 허용하는 한계 안에서 최대한 빨리 병용 투여로 강력한 치료제를 초기에 사용해 압력을 낮춘 다음, 경구제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국내에서 진행한 '피닉스' 연구에서 457명을 대상으로 1년 이내 병용요법을 한 환자 45%의 생존율이 80%까지 올릴 수 있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병용 투여 비중을 30%에서 40%로 15%p만 올리면 80%까지 생존율을 올려 5년 동안 2명만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환자 사례는 윈레브에어 4제 병용요법 효과를 보여준다. 정 회장은 "전싱 경화증이 폐고혈압 중에 가장 나쁜 유형인데 48세 중반에 진단받아 경구제 3제와 윈레브에어를 3주 마다 주사로 쓰면서 4제 병용을 한 환자는 56세가 됐다. 고혈압처럼 폐고혈압도 조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모범적인 국내 사례이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한 달 약값만 900만원

하지만 윈레브에어는 비급여(현재 미출시)이다. 정 회장은 "젊은 나이의 여성들이 환자 중 80%이고, 남성도 중요하다. 우리가 이제는 이 병을 발견만 하면 안 되고 희망을 가지고 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윈레브에어가 이러한 효과를 보일 수 있는 이유는 동맥고혈압을 유발하는 액티빈(activin)의 과다 발현을 차단해 질병의 근본 원인을 개선해서다. 액티빈은 TGF-β 계열에 속하는 단백질 복합체로 세포 성장을 조절한다. 액티빈이 과도하게 활성화될 경우 폐동맥 혈관벽이 지나치게 증식해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진다.

반면, 같은 TGF-β 계열에 속하는 골형성단백질(BMP) 수용체는 세포 성장을 억제한다. 두 신호 간에 균형이 깨질 경우 폐혈관 구조가 변형돼 폐동맥고혈압이 발생한다.

윈레브에어는 액티빈과 TGF-β 계열 단백질에 결합, 성장을 촉진하는 액티빈 신호를 억제하고 액티빈과 골형성단백질 경로 간 균형을 회복한다.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진 혈관 증식을 억제하고 변형된 폐혈관 구조를 개선해 폐고혈압 증상을 완화하는 비결이다.

 

허가 임상인 STELLAR 3상에서 윈레브에어는 위약 대비 6분 보행 거리(Hodges–Lehmann 추정치)를 40.8m 증가시켰고, 임상적 악화 또는 사망 위험을 84% 개선했다. 윈레브에어를 사용한 환자의 38.9%가 6분 보행 거리, NT-proBNP 수치, WHO 기능분류 등 다중 지표의 개선을 확인했지만 위약군은 10.1%에 그쳤다.

현재 국내 폐고혈압 진료 지침(대한심장학회와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의 2020년 기준)은 WHO-FC 기능등급 II단계 이상부터 약제 치료를 시작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치료 약제 계열은 엔도텔린 수용체 길항제(ERA)와 PDE-5 억제제(PDE-5i), 프로스타사이클린 유사체(PCA) 3가지이다. 단독요법으로 3개월 이상 투여 후 임상적 반응이 충분하지 않을 때 작용기전이 다른 약제 1종을 추가한 2제 병용 요법을 사용할 수 있으며, 2제 요법으로 3개월 이상 투여 후 임상적 반응이 충분하지 않을 시 작용기전이 다른 약제 1종을 추가한 순차적 병용투여가 가능하다.

글로벌 가이드라인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2024년 세계폐고혈압심포지엄(World Symposium on Pulmonary Hypertension)에서 진료 지침은 진단 3~4개월 후 위험 평가 결과에 따라 저위험군(low-risk) 군을 제외한 모든 환자 군에서 새로운 계열의 폐동맥고혈압 치료제인 액티빈 신호전달 억제제 추가 병용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 폐고혈압은 진단도 쉽지 않다. 흉부 엑스레이, 폐기능 검사, 심초음파검사 등을 시행해 확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폐동맥에 카테터를 삽입, 혈관사진 촬영과 폐동맥압을 측정하는 우심도자술이 필수적이다. 우심도자술을 통해 평균 폐동맥압(mPAP) 20mmHg 초과, 폐동맥 쐐기압(PAWP)* 15mmHg 이하, 폐혈관저항(PVR) 2 wood units(WU)을 초과한 경우 폐고혈압으로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