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지병·알코올 중독 친구 사망, 법원 ‘질병사망’판단 2억 보험금 확정

법원, 외부 침입이나 특이 외상 없는 내적 요인 사망으로 판단 보험사 명의 도용 및 고지의무 위반 주장 모두 기각, “인과관계 입증 책임 보험사” 판시

2025-08-19     우정민 기자
게티이미지 뱅크

[팜뉴스=우정민 기자]  오랜 지병과 알코올 중독을 앓던 친구의 사망을 두고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망인의 사망 원인을 ‘질병사망’으로 판단하고 사망수익자인 친구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11일 수원지방법원 제6민사부는 1심에 이어 보험사의 주장을 배척하고 보험금 지급 의무를 확정했다(2024나70*04).

이번 판결은 사망 원인 규명과 함께 명의 도용, 고지의무 위반, 사회질서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됐다. 보험사는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질병사망으로 볼 수 없고 계약도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외부 요인이 아닌 내적 요인에 따른 사망을 질병사망으로 인정했다. 명의 도용, 고지의무 위반, 사회질서 위반 주장도 모두 증거 부족으로 기각됐다.

A씨는 친구인 망인 C씨와 보험사 B 사이에 2021년 12월 체결된 보험계약의 사망수익자다. 계약에는 일방상해사망 5천만 원과 질병사망 2억 원 보장이 포함돼 있었다. C씨는 2022년 4월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체검안서에는 사망 종류가 ‘기타 및 불상’, 직접사인이 ‘심폐정지’로 기록됐고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다. 경찰은 알코올 중독과 주거지에 쌓인 술병 등을 근거로 내적 요인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하며 내사 종결했다. C씨는 통풍과 고혈압 등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A씨는 C씨가 질병으로 사망했으므로 보험사가 보험금 2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사는 원인이 특정되지 않았고 계약도 무효라며 맞섰다. 구체적으로 A씨가 명의를 도용했다는 점, 망인이 고혈압과 당뇨 치료 사실을 알리지 않아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점, A씨가 보험금 취득을 목적으로 계약을 유도해 사회질서에 반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보험사에 보험금 2억 원과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했다. 재판부는 시체검안서, 외상 부재, 경찰의 ‘자연사’ 판단, 망인의 음주 및 지병·약물 복용 사실 등을 종합해 질병사망으로 봤다. 명의 도용 주장은 보험설계사가 망인 주거지에서 직접 서명을 받은 사실이 확인돼 기각됐다. 고지의무 위반도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아 인정되지 않았고, 사회질서 위반 주장 역시 증거가 부족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결론을 유지했다. 약관에 질병 정의가 없다는 점을 들어, 특정 진단명이 없어도 외적 요인이 배제되고 내적 요인이 인정되면 질병사망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경찰이 내사 종결했으며 발견 당시 상황과 약물 복용 등을 고려할 때 자살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알코올 중독과 지병 등을 종합해 내적 요인에 따른 사망이 타당하다고 재확인했다. 명의 도용은 증거 부족으로, 사회질서 위반 주장은 C씨가 수익자를 A씨로 지정한 과정, 보험료 자동이체 계좌가 C씨 명의였던 점, 계약 건수가 적었던 점, A씨가 사망에 관여한 흔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기각됐다. 고지의무 위반도 치료 이력은 있었으나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 고혈압·당뇨가 직접 원인이라는 증거도 부족했고, 음주와의 결합으로 사망했다는 근거도 없었다.

이번 판결은 사망 원인이 특정되지 않아도 외부 요인이 배제되고 내적 요인이 인정되면 약관상 질병사망으로 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명의 도용, 고지의무 위반, 사회질서 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사의 면책·해지 주장은 사실과 인과관계를 보험사가 입증해야 함을 다시 확인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