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동맥 고혈압 전문가 "리버스 모델링 윈레브에어, 근본적 치료 기대감 커"

12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몰 국내 허가 간담회 3제 병용 시 효과 더욱 좋지만 진단·치료 어려워

2025-08-13     김민건 기자

[팜뉴스=김민건 기자] "순차적으로 최대한 약물을 사용해서 15년 동안 치료를 받았던 30대 초반 환자였는데 3제 병용까지 했음에도 집에서 급성심장사를 했다. 이후 깨달은 것은 평균 폐동맥압과 저항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고혈압처럼 폐동맥 고혈압도 조절해서 20mmHG 아래로 낮춰야 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치료 개념이 되고 있다."

정욱진 대한폐고혈압학회 회장(가천대 길병원 심부전폐고혈압센터장)

정욱진 대한폐고혈압학회 회장(가천대 길병원 심부전폐고혈압센터장)은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로즈룸에서 열린 한국MSD 윈레브에어 키트주(소타터셉트, 이하 윈레브에어) 허가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횡단보도를 것는 것 자체가 보통 사람의 100미터 달리기와 같다. 30초를 넘기지 못 하고 숨이 차는 것인데 폐동맥 고혈압은 40대 여성 환자에서 가장 많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질환'으로 부른다"고 말했다.

폐동맥 고혈압은 고혈압과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고혈압은 전신 순환계에 혈압이 높은 것으로 대동맥(중심 동맥) 압력이 140-90mm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반면, 폐고혈압은 정맥 피가 흐르는 폐동맥 압력이 20mmHG를 초과한 경우다.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두 가지 이유로 사망한다. 첫 번째는 심장의 약한 근육인 우심실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우심실은 혈액을 보관했다가 심장으로 보내는 '약한 펌프'이기 때문에 압력이 조금만 높아져도 제 역할을 못한다.

폐동맥 고혈압 치료가 중요한 이유도 산소 교환이 이뤄지는 폐소동맥이 두꺼워지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선 3개 기전 9개 약물이 있는데 모두 근육 자체를 원래대로 만들어서 내강을 넓히는 게 아니라, 혈관 확장 자체를 목표로 한다.

앞서 정 회장은 "마치 암처럼 증식하며 진행하는 질환으로 지금까지 개발된 약제 3가지는 이 부분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 4번째로 등장한 약제가 윈레브에어(소타터셉트)다. 윈레브에어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폐소동맥이 다시 얇게 만든다. 국내 의료진이 '리버스 모델링'이라고 부르는 효과다. 얇아진 폐동맥은 저항을 낮출 수 있다.

이전 치료제와 달리 폐동맥고혈압 발생 원인 중 하나인 액티빈 신호 전달을 억제(Activin Signaling inhibitor, ASI)하는 새로운 기전 덕분이다. 

윈레브에어는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진 폐소동맥 혈관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폐동맥을 재형성하고, 우심실 기능을 되돌릴 수 있다.

김경희 대한폐고혈압학회 진료지침위원장(인천세종병원 심장내과)은 윈레브에어의 임상적 가치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는 "질환의 근본 원인에 접근한다는 점에서 폐동맥고혈압의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대한폐고혈압학회 진료지침위원장(인천세종병원 심장내과)

윈레브에어 허가 임상인  STELLAR 3상을 보면, 위약 대비 6분 보행 거리(Hodges–Lehmann 추정치)를 40.8m(95% CI, 27.5-54.1; P<0.001) 증가시켰다. 김 위원장은 40미터(여성 129명, 남성 34명)가 증가한 것을 "굉장한 수치다. 효과적인 것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데이터다"고 말했다. 

임상에서 단독 치료 시 9명, 2제 병용 56명, 3제 병용 98명이었다. 김 위원장은 "위약군 대비 임상 악화의 상대 위험이 48% 감소했다. 3제를 쓰는 데도 더 이상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없는 환자는 폐 이식을 고려하기도 한다. 윈레브에어는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빨리 조절할 수 있어 획기적인 약제이고, 필요한 약제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를 보면,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1960년대 미국 데이터 기준으로 5년 생존율 34%, 평균 2.8년 생존했다. 굉장히 치명적인 결과로 48세 진단 시 50세를 겨우 넘겨 사망한다.

문제는 진단까지도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국내 전체 폐고혈압 환자는 50만 명으로 보며 이 가운데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5000명 수준이다. 다시 이 환자 중에 치료받는 환자는 3000명이며, 제대로 치료를 받는 환자는 1500명에 불과하다.

특히 폐동맥 고혈압은 갱년기 증상과 비슷한데, 환자의 80%가 40대 여성인 점을 고려하면 적절한 시기에 정확한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정 회장은 "폐고혈압은 엑스레이, 심전도로 의심하고, 심초음파 검사를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혈압계 같은 심장초음파를 봐야 의심을 해서 확진, 치료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평균 2.5년에서 3년이 초진부터 확진까지 기간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을 3배 개선할 수 있으며, 20년 가까이 생존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