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D 이야기: 역사
[정재훈 교수] 시리즈 칼럼
지난 5월, 영국 BATH 대학의 Oliver J. Perkin 박사가 "운동을 통해 겨울철 비타민 D 감소 또는 부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Advanced Science 2025, 12: 2416312」에 발표하였다.
영국인 51명이 참가하였으나 대조군 20명과 운동군 21명이 계획된 프로그램을 이행하였다. 햇빛이 부족한 10월에서 4월 사이 10주 동안 운동군은 주 4회 실내 운동을 처방받았고, 대조군 참가자들은 평소 생활 방식을 유지했다.
그 결과, 겨울 동안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비타민 D 혈중 농도의 감소율이 약 25%인 반면, 운동을 한 사람들의 수치는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칙적인 운동이 겨울철 활성 비타민 D 대사산물인 1,25(OH)₂D₃의 혈청 농도를 유지하며, 체중 감소 없이도 과체중 남녀의 25(OH)D₃ 수치 감소를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퍼킨 박사는 "겨울철 비타민 D 수치가 걱정된다면 매주 규칙적인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비타민 D 보충제로 얻을 수 없는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할 수도 있음"을 주장했다.
지난 몇 차례 칼럼에서 정리했던 '비타민 C 이야기'에 이어 이번 칼럼부터 '비타민 D의 생리적 역할'에 관한 과학적 정보를 정리하고자 한다.
# 비타민 D의 발견
각기병(beri-beri)과 구루병(rickets) 같은 영양 결핍 질병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던 19세기에 von Liebig를 포함한 영향력 있는 독일 화학자들은 단백질 12%, 미네랄 5%, 지방 10~30%, 그리고 나머지는 탄수화물로 구성된 식단을 최적 식단으로 권고하였고, 이에 대한 신뢰는 20세기 초까지 유지되었다.
그러나 이를 부정하는 여러 과학적 발견들이 줄을 이었고, Lunin과 Magendie, Hopkins, Funk가 식단과 관련하여 동물 실험을 시행하였다. 권장 비율의 정제된 식이 성분을 동물에게 섭취시켰는데, 권장 식이 섭취 동물의 생존율이 매우 낮았고 연구자들은 건강을 위해 다른 미량 영양소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Eijkman은 네덜란드령 동인도 제도 수감자들에서 높은 각기병 발생률을 조사·연구하였다. 이 수감자들은 주로 도정미를 섭취했고, 쌀겨를 함께 제공하면 각기병이 발생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Eijkman은 도정미에 각기병을 일으키는 독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쌀겨가 이 독소를 해독한다는 잘못된 가설을 주장했다.
이를 다른 관점으로 본 Eijkman의 동료인 Grïjns(1911년)는 연구 내용을 다시 검토하여 껍질에 각기병을 예방하는 중요하고 필수적인 영양소가 들어 있음을 증명했고, 그 영양소가 비타민 B1(thiamine)이다. 이 결과는 비타민 연구의 촉매가 되었다.
영국의 Edward Mellanby 경은 스코틀랜드에서 구루병 발병률이 극도로 높다는 사실에 대해 우려하던 중에 McCollum의 연구를 보고 구루병이 영양 결핍의 문제임을 직시하였다.
그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주식인 오트밀을 햇빛을 차단한 환경에서 개들에게 먹였다. 그 개들에서도 인간의 질병과 같은 구루병이 나타났다. 대구 간유를 개들에게 먹였고, 구루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 그래서 비타민 A가 구루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가정했다.
이 무렵 존스 홉킨스 대학교로 옮긴 McCollum은 새로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비타민 A가 구루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를 검증하는 실험을 했다. 산소 주입으로 비타민 A를 파괴한 대구 간유를 복용하게 하였음에도 구루병은 나타나지 않았으나 안구건조증과 비타민 A 결핍증이 나타났다.
McCollum과 그 연구팀은 구루병을 예방·치료할 수 있는 물질이 비타민 A가 아닌 새로운 비타민임을 확신하고 이를 비타민 D라고 명명하였다.
1916년 위스콘신 대학교의 Harry Steenbock은 염소에게 야외에서 햇볕을 충분히 쬐면 칼슘의 양성 균형 상태가 유지되지만, 햇빛이 없는 실내에서 키우면 칼슘의 음성 균형 상태로 되는 것을 발견했다.
1919∼1922년, 비엔나의 의사인 Huldshinsky와 영국의 Chick 등은 구루병을 앓는 어린이를 여름 햇빛이나 인공 자외선에 노출하면 치료될 수 있음을 발견했고, Hess와 Unger도 햇빛이 구루병을 치료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그 이후 Steenbock 교수는 햇빛과 칼슘 균형 간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쥐와 쥐의 사료에 자외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쥐뿐만 아니라 사료에 자외선을 조사해도 구루병을 예방·치료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즉, 식품과 피부에 있는 비활성 지질이 자외선에 의해 활성 구루병 치료제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고, 이를 1925년 JBC에 발표했다. Steenbock 교수는 이 공정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고, 이 특허를 통해 구루병의 퇴치를 유도하였다. 1924년 Hess와 Weinstock도 독자적으로 방사선 조사가 구루병을 예방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 비타민 D의 분리
구루병의 주 인자로서 비타민 D의 존재가 명확해졌고 그 물질은 비누화되지 않는 분획(non-saponifiable fraction)에서 발견되었으나, 비타민 D의 화학 구조는 1931년 Askew 등이 에르고스테롤(ergosterol)의 방사선 혼합물에서 비타민 D₂(ergocalciferol)를 분리함으로써 나중에 밝혀졌다.
비타민 D₂는 분리·확인된 최초의 비타민 D이다. Windaus와 Linsert는 비타민 D₂와 루미스테롤(lumisterol)의 부가물에서 생성된 인공물인 비타민 D₁을 확인하였다. 1935년, Windaus 연구팀은 7-디히드로콜레스테롤(7-dehydrocholesterol, provitamin D₃)을 분리하였고, 1937년 Windaus와 Bock이 비타민 D₃(cholecalciferol)를 확인하였다.
비타민 D₃는 7-디히드로콜레스테롤에 자외선을 조사하면 피부에서 생성되는 천연 비타민 D이다. 비타민 D₂는 버섯이나 효모에 함유된 식물성 비타민 D이다. 비타민 D₃가 7-디히드로콜레스테롤에 자외선을 조사하면 피부에서 생성된다고 추정하고 있었는데, 1978년 Esvelt 연구팀이 비타민 D₃를 실제로 분리하고 질량 분석법으로 확인하여 그 사실을 증명하였다.
그 전에 Holick 연구팀은 자외선 조사 시 피부에서 Pre-비타민 D₃가 생성된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그 이후 Velluz 연구팀과 Havinga 연구팀이 자외선 조사 과정의 화학적 변화 과정을 규명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10분 만에 쉽게 관련 정보를 취득할 수 있지만, 과학자들이 비타민 D를 발견하고 그 구조를 확인하기까지 60여 년이 걸렸다. 다음 칼럼에서 비타민 D의 화학적 특성과 생리활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글. 정재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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