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 10년 성공은 과거, 이제는 새로운 챕터 써나가야 할 때"

가장 첫 과제 조직 소통 강화 조직 운영 90%가 '인사' 업무 트로델비로 항암 시장 구조 학습   3년 단위 중장기 과제 원칙

2025-08-05     김민건 기자

[팜뉴스=김민건 기자] 지난 2023년 9월 최재연 MSD 대만 대표이사가 자신의 한 챕터를 끝냈다. 3년 만에 한국에 복귀한 그는 다음 날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대표로 바로 새 챕터를 시작했다. 이날은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최 대표는 "지난 11년간 길리어드는 성공적인 성과를 이뤘다. 이후 새로운 성장의 챕터를 준비하는 시점에 있었다. 대표로 부임하면서 가장 먼저 세운 목표는 '완치를 향한 과학 혁신'을 바탕으로 한국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최재연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대표

 

그간 감염 예방에 전문성을 가졌던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가 항암제를 비롯해 더욱 폭 넓은 파이프라인을 가진 제약사로 변모하는 첫 단계,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 갈 첫 단계로 최 대표를 선택한 것이다.

최 대표는 제약 업계 경력만 20년에 달하는 베테랑이다. 그는 일라이 릴리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세일즈, 마케팅, 인사까지 제약사 비즈니스의 전주기를 거쳤다. 

그의 또 다른 이력은 한국 외에서 활동이 활발했다는 점이다. 일라이 릴리 시절 중국 광저우 세일즈 담당, 미국 인디애나주 인사 디렉터, MSD 대만 대표이사까지 활동한 사실상의 해외파다.

최 대표는 그간 자신이 경험했던 모든 전문성을 새로운 길리어드 구축에 쏟아붓고 있다. 최 대표는 부임 이후 "조직 내 시너지를 극대화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환자 중심의 혁신을 현실로 만드는 것에 주력해왔다. 길리어드가 나아간 방향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의 제도, 환경을 보며 그 발전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최근 다자사출입 기자모임과 인터뷰를 가졌다. 최 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예상할 수 있었다.

다음은 최 대표와 일문일답.

최재연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대표

 

▶취임 2년이 됐다. 취임 당시 설정했던 주요 목표들이 현재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나. 

"대표 취임 당시, 단기적 과제보다는 3년 단위 중장기적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2년차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전체 목표 중 약 3분의 2 정도 달성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맡았던 조직들은 대체로 성과가 저조하거나 조직 내·외부 어려운 환경 속에 놓여 있었던 경우가 많아 초기 과제로 '성과 정상화'가 요구됐다. 

그러나 길리어드는 달랐다. 작지만 강한 조직으로서 간염 및 HIV 치료제 분야에서 매우 성공적인 성과를 보여왔고, 실제 입사 후에도 이러한 평가가 유효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지난 11년간의 성공 이후 조직 내부에서는 다음 단계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외부 환경 역시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었다.

입사 당시만 하더라도,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의 조직 분위기는 다소 조용한 편이었다. 코로나 시기에 입사한 인원이 많아 부서 간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고, 매트릭스 구조 하에서 타 부서와 협업 방식에 대한 혼란도 일부 존재했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수행한 과제는 향후 조직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직 구조와 마인드셋을 정립하는 일이었다.

현재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는 약 100명 규모의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구성원 개개인의 직업 의식과 전문성이 매우 뛰어난 편이다. 

이러한 조직 문화적 특성을 개선하기 위해, 취임 이후 ‘소통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다양한 노력을 전개했다.  

타운홀 미팅, 사내 뉴스레터, 케이 미팅(K-meeting)과 같은 소규모 교차 기능 간 회의,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공식적인 교류의 장을 마련했으며, 지방 근무 직원들과는 직접 1:1 미팅을 진행하며 소통을 확대해 나갔다.

남은 과제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세부 마일스톤을 단계적으로 달성해 나가는 일이다. 지금까지 경영 방향은 ▲두 번째 챕터를 위한 조직 비전 수립 ▲핵심 성과 달성을 위한 구조적 기반 마련 ▲조직 내 긴밀한 소통 강화를 통한 실행력 제고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앞으로는 이를 기반으로 각 단계별 목표 달성에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지속 가능한 실행력과 내부 결속력이 필요하며, 이와 관련해 조직 문화 측면에서도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부임 당시 길리어드의 지난 10년간의 성공에 고민이 있었다고 했는데, 자세히 들을 수 있나.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대표로 부임했을 당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지난 10여 년간의 빠른 성장 이후 조직 전체가 다음 단계로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2011년 국내 법인 설립 이후 길리어드는 특히 바이러스성 질환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으며, 2019년부터 4년간은 C형 간염 치료제 4종을 연이어 출시하며 최대 99%에 달하는 완치율을 기록하는 등 매우 압축적인 성장을 경험했다. 이러한 성과와 훌륭한 인재들이 조직 내에 있다는 점은 큰 자산이었지만, 동시에 대표직 수행에 대한 무게감도 상당했다.

앞으로는 간염뿐 아니라 HIV 분야에서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HIV는 진단 단계에서부터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진단에서 치료와 예방, 완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명확한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환자 중심의 치료 전략과 조기 개입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는 만큼, 전주기 관점에서의 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항암제 분야는 길리어드에게 비교적 새로운 영역으로,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5월 트로델비의 국내 허가 이전까지는 '길리어드가 항암제를 개발 및 공급한다’'는 인식 자체가 시장 내에 뚜렷하지 않았고, 일부에서는 길리어드의 자회사인 카이트(Kite)를 통해 항암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는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트로델비를 통해 전문가 네트워크, 급여 체계, 진료 접근 방식 등 항암제 특유의 시장 구조를 학습했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제도와 의료 현장에 존재하는 과제에 대해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많은 생각을 가지고 길리어드에 합류한 것 같다. 길리어드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길리어드는 창립 38년 차의 비교적 젊은 제약사이지만 '최고', '최초', '완치'와 같은 단어를 주저 없이 사용하는 매우 독특한 기업이다. 

글로벌 미션인 '가장 어려운 질환 분야에서 완치를 목표로 모두가 건강한 세상을 만든다'는 지향점은 제약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대담함을 보여준다. 

길리어드의 이러한 철학에 깊이 공감했고, 이 미션을 한국 시장에서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길리어드에 합류하게 됐다."

▶2025년 사업 목표와 성과라고 한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나.

"길리어드는 명확한 세 가지 중점 치료 영역을 갖고 있다. 첫째는 바이러스성 질환, 둘째는 염증성 질환, 셋째는 항암 치료 분야다. 

2025년의 주요 사업 목표 중 가장 상징적인 성과는 ‘트로델비’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라고 생각한다. 

과거 대외협력부에서 다양한 약제의 급여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 트로델비 급여는 여러 측면에서 매우 뜻깊은 사례이다. 특히 트로델비는 혁신성을 기반으로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 기준이 유연하게 적용된 첫 사례로, 국내 약가 제도 내에서 새로운 전례를 만든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 

트로델비는 삼중음성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 TNBC) 치료제로서,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15%를 차지하는 비교적 젊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기존 치료 옵션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에서 절박한 미충족 수요를 반영한 치료제였다.

기존 제도 하에서는 급여 적용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정부 기관, 의료진, 환자단체, 언론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특히 언론은 환자의 목소리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정책 결정자와의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해 주셨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여를 해주셨다고 생각한다. 이 사례를 통해 ‘환자를 중심에 둔 협력이 이루어질 때, 실질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중장기 목표는 무엇인가.

"중장기적으로는 염증성 질환 분야의 치료 영역 확대와 함께, 바이러스성 질환 중 C형 간염(HEP C) 완치에 대한 접근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다. 

우리는 WHO가 제시한 2030년 ‘C형 간염 퇴치’ 목표에 맞춰 한국 역시 그 흐름에 동참하고 실질적인 공헌을 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B형 간염에 있어서는 조기 치료를 통한 환자 예후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HIV 분야에서는 진단부터 치료, 예방과 완치까지 연결되는 다리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방금 말한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한 자신만의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어떠한 리더십이 필요한가.

"이러한 전략을 추진함에 있어 ‘비전의 명확화’와 ‘내부 실행력 강화’에 리더로서 방향성을 설정하고, 구성원 모두가 공동의 목표를 명확히 이해한 채 각자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성과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길리어드의 글로벌 미션을 한국 시장에서도 실질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다.

리더십의 본질은 구성원이 현재보다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고 도전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그들과 같은 마음으로 함께 뛰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구성원이 나아갈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 역시 리더의 역할이라 판단한다.

길리어드에 합류한 이후 바이러스성 질환 및 HIV 분야는 개인적으로 경험이 부족했던 영역으로, 현재도 팀원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이에 따라 스스로 추구하는 리더십은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로 실천에 최선을 다하는 리더십’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통’ 역시 리더십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이를 꾸준히 강조하고 실천하고 있다.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하며, 이를 바탕으로 조직 내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제 길리어드는 HIV 등 감염 예방에서 암 치료까지 폭 넓은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길리어드는 2030년까지 10개 이상의 기존 치료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혁신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완치 또는 완치에 가까운 치료를 통해 기존의 치료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전략적 비전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글로벌 전략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나, 각국의 제도적 차이, 특히 건강보험 체계로 인해 도입 속도에는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 환자들에게 최대한 신속하게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길리어드 항암제 임상시험의 약 80%가 수행되는 핵심 국가이며, 임상 참여 속도가 빠른 만큼 제도적 연계를 통해 신속한 치료 접근과 급여 적용을 도모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길리어드 역시 환자 중심의 혁신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는 만큼, 정부와 공동의 목표를 바탕으로 더욱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최근 2~3년 간 국내에서 고무적으로 느낀 점은, 식약처와 심평원을 포함한 보건당국이 점점 환자 중심의 사고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기술 발전에 비해 제도 변화가 더뎠지만, 현재는 ‘환자에게 더 빠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공통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최근 트로델비 급여 사례를 통해 치료가 환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체감했다. 특히 자녀가 환자인 부모와의 관계에서 겪는 정서적 혼란에 주목해, 길리어드는 환자 가족의 심리적 어려움을 돕는 동화책 ‘모험의 유리병’을 제작했다. 

이처럼 앞으로도 혁신 치료 옵션 개발은 물론, 정신적·사회적 건강까지 포괄하는 포용적 치료 환경 조성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글로벌 시장과 한국에서 간격을 줄이기 위한 길리어드만의 파이프라인 전략이 있는지 궁금하다.

"바이러스성 질환 영역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전략은 조기 치료 확대다. B형 간염은 기존 기준보다 더 이른 시점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정부도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C형 간염은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완치로 이끄는 것이 주요 과제다. 

HIV는 국내 진단율이 OECD 내 유사 GDP 수준 국가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편견 없이, 보다 편리하게 진단을 받고 예방 또는 치료를 통해 완치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바이러스성 질환 분야에서 조기 진단과 예방, 치료 접근성 향상을 중심으로 글로벌과 한국 간의 간극을 줄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도입 예정인 파이프라인이나 기존 품목 중에 새로운 허가, 급여 계획은 무엇인가.

"국내 파이프라인 관련 계획은 아직 허가되지 않은 적응증이 있어 조심스럽지만, 항암 분야에서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치료제인 트로델비의 적응증 확대를 계획 중이다. 

또한 HIV 예방 분야에서는 1년에 2회 주사로 99% 예방 효과를 보이는 장기 지속형 PrEP 주사제가 2025년 6월에 미국 FDA 허가를 받았다. 해당 제품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향후 국내 환자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방향성 측면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성과를 평가할 때, 지표를 환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 도입 시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필요한 혜택이 돌아가는지’를 함께 고민한다면, 도입 지연 문제도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재연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대표

 

▶제약사 경력을 보면 항암제 부문과 인사 부문을 모두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이 현재 길리어드 항암제 분야의 성장 전략 수립에 어떤 인사이트를 주고 있는지 궁금하다.

"길리어드에서 항암제 분야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느낀 점은, 오히려 항암 분야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던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방식이나 경험에 기반한 접근이 때로는 새로운 도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는 무엇보다도 균형을 잡는 데 집중했다. 특히 이전에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렇게 하면 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를 통해 유연하고 열린 접근이 가능했다.

다행히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구성원들이 조직에 합류했고, 이들이 각자 다른 조직에서 겪은 성공뿐 아니라 실패의 경험까지도 투명하게 공유해 준 점은 매우 큰 자산이 됐다. 최근에는 국내 4개 기관과 ‘HOPE’라는 이름으로 다자간 MOU를 체결하며 외부 협력 기반도 강화하고 있다. 

고객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다가갔을 때, 오히려 진정성 있는 피드백과 실질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초보적인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 약점이 아니라, 겸손한 접근과 학습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항암 분야에서의 성공은 단지 제품 출시나 시장 점유율로만 평가되어서는 안된다.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치료 옵션을 넓히는 데 기여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언제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릴 수도 있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트로델비가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획득한 급여 사례가 이후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매 순간 새로운 과제와 환경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묻고 듣고 배우는 자세가 중요하다. 제약회사는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이 아니며, 정부, 의료진, 환자 등 다양한 파트너의 현실과 고민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것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큰 자산이다. 여러 조직에서 쌓은 경험들이 융합되며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리더십 수행에 있어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인사 업무를 맡았던 경험은 대표로서의 역할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조직 운영은 ‘인사가 90%’라고 생각하며, 비즈니스가 결코 비개인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늘 체감해 왔다. 

겉으로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의사결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결정이 각 개인에게는 매우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런 점을 인식하면서, 구성원들과의 소통에 있어 항상 진정성과 세심함을 갖고 접근하려 노력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보건의료 정책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가 정부와 협력하려는 방향은 무엇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소셜 미디어(SNS)에 '희귀질환자와 중증난치질환자가 조기에 진단받고,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더 넓고 두터운 보장으로 의료 안전망을 강화하겠습니다'는 문구를 올렸다. 

정부가 직면한 건강보험 재정 관리 등과 관련한 과제가 많다는 점과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다만 재정 운용에 대한 성과 지표를 설정할 때, 비용 효율성뿐만 아니라 환자 중심의 치료 결과와 생존율 등의 지표를 글로벌 스탠다드 관점에서 재검토해 조기 진단과 적기 치료 여부를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련해서 협회(KRPIA)도 정부와 활발히 소통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한 국가의 보건 문제는 곧 국제적 문제라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각국은 보건의료 정책과 규제 환경에 있어 보다 긴밀한 국제 협력 체계를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2019년부터 항암 분야 공동 연구·관리 프로젝트인 오르비스(Project Orbis)가 운영 중이며, 신약 공동 심사 플랫폼인 AST(accumulus synergy training)도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국가 간 공동 심사와 국제 협력을 통해 신속하고 효과적인 심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공조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