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제약 산업, 2035 비전 선포 ‘신약 개발 혁신’으로 세계 향한다
신약 둔화와 공급 불안정 위기 돌파 혁신 접근성 신뢰 3대 축으로 단순화 환자 ‘경험 전문가’로 공동창조 추진 실행력 높일 수치 목표 제시
[팜뉴스=우정민 기자] 일본 제약 산업이 2035년까지 국민 건강 증진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일본제약공업협회(제약협)는 최근 ‘제약협 산업 비전 2035’를 발표하고, 신약 창출 부진과 의약품 공급 불안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협회는 “일본 그리고 세계에 전달하는 혁신적 신약 개발”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우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혁신 역량 강화와 국내 산업 기반 확충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비전은 기존의 다섯 축을 ‘혁신’, ‘접근성’, ‘신뢰’라는 세 가지 전략으로 단순화해 실행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혁신(Innovation) 부문에서는 기초 연구부터 실용화까지 이어지는 신약 개발 생태계의 연결을 강조했다. 대학, 신생 기업, 수탁연구기관, 공공기관 간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 초기 단계에서 자주 발생하는 ‘기초 연구와 실용화 사이의 큰 간극’, 즉 ‘죽음의 강(River of Death)’을 극복하고, 외부 아이디어와의 접점을 넓혀 신약 개발 주제를 다양화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건강·의료 데이터의 활용, 임상시험 환경 개선, 약사 제도 및 세제 개편, 지식재산 제도 정비 등을 통해 일본 시장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접근성(Access) 전략은 혁신적 치료제를 국민에게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일본은 2015년 이후 의약품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해외에서 승인된 신약이 늦게 도입되거나 도입되지 않는 드러그 랙(drug lag)과 드러그 로스(drug loss), 그리고 의약품 공급 불안정 문제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제약협은 보험자, 의료계,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평시와 비상시 모두 의약품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신뢰(Trust) 부문은 산업과 사회 간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고령화와 노동 인구 감소로 인한 의료·복지 부담 증가에 대응해, 제약 산업이 신약 공급을 통해 건강 수명 연장과 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윤리성 강화, 투명한 경영, 환경 대응,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 기여 등도 함께 추진된다.
이 세 가지 전략의 기반에는 ‘공동창조(Co-creation)’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환자와 시민을 ‘질병을 경험한 전문가’로 간주하고, 신약 개발 전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시키는 협력 구조를 의미한다. 신약 개발 주제 설정, 임상시험 설계, 출시 후 약물 사용 개선 등 다양한 단계에서 환자의 의견이 반영되며, 의료진, 정부, 기업, 창업 투자사 등과의 연계를 통해 협력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된다.
제약협은 이번 비전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각 위원회의 활동과 긴밀히 연계하고, 일본에서 개발된 신약의 수, 의약품 시장 성장률 등 구체적인 수치를 토대로 실행 목표를 설정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제약협 산업 비전 2035’는 일본 제약 산업이 사회적 신뢰와 경제적 역동성을 회복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이 전략은 기초 연구의 실용화 간극 해소, 신약의 조기 도입과 안정적 공급 체계 구축, 환자 참여 기반의 신약개발 구조 도입, 수치 기반 실행 목표 설정, 산업과 정부, 시민 간의 협력 체계 등과 관련해 유사 과제를 가진 한국에서도 정책 방향 설정에 참고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