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피젠트로 다시 숨 쉬는 중증 천식 환자 "운동도 다 가능, 꿈이 현실이 돼"
"예전처럼 돌아갈까 두려워, 급여 된다면 나같은 경우 없을 것" 김주희 한림대성심병원 교수 "폐기능 20%에서 80%까지 회복, 소아기부터 장년기까지 영향, 경중만으로 판단 어려운 질환 경구 스테로이드 줄이고, 직·간접적 사회경제 비용도 감소"
[팜뉴스=김민건 기자] "치료 전에는 매일 숨이 차는 느낌을 받다보니 뛰기, 계단 오르기, 빠르게 걷기 모두 부담이 너무 컸죠. 아침마다 기침 발작이 심해서 일상생활이 매우 힘들었는데 세수를 할 때마다 진땀이 나서 세숫대를 붙잡고 쉬는 경우가 많았어요."
최근 중증 천식 치료를 위해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를 찾은 최세권 씨가 팜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다.
중증 천식 환자인 최 씨는 간단한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천식 발작은 생과 사를 오가는 문제였다. 그는 "예측할 수 없는 천식 발작은 심한 경우 기절할 만큼 위험하다. 폐기능 검사 중 날숨을 강하게 내쉬다 의식을 잃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인터뷰 자리에서 힘껏 숨을 쉬고, 웃으면서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전한 것은 매우 놀라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매일 아침 세수와 양치질을 쉽게 할 수 있다.
그의 삶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듀피젠트(두필루맙)라는 치료제를 사용하면서부터다. 최 씨는 "수영이나 탁구 뿐 아니라 30분 동안 달리기가 가능할 정도로 이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활동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를 통해 최 씨의 폐 기능 수치는 건강했을 때와 비교해 약 80% 수준까지 개선됐다. 그는 "치료 이전이 0이라면 지금은 100으로 증가한 것 같은 차이를 느낀다. 듀피젠트 치료로 증상이 확연히 개선됐고, 앞으로 이 약 없이는 내 삶이 불가능할 만큼 반드시 필요한 치료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듀피젠트를 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국내에선 건강보험 급여화 적용이 되지 않아서다. 기존 치료는 최 씨와 같은 사례가 있을 정도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는 현실이다.
최 씨가 김주희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교수를 만나 호산구성 중증 천식이라는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10여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병원을 여러 군데 옮겨다니면서 3번의 비염 수술과 알레르기성 천식 치료용 흡입제 등을 처방받아 사용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그 사이 병은 더욱 악화했고 김 교수로부터 "90세 COPD 환자의 폐 상태와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매우 큰 충격이었다. 제한적인 국내 치료 환경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탓에 병을 키운 셈이다.
최 씨는 "천식 증상에 따라 삶의 질 차이가 매우 크며, 약을 쓰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일상 자체가 어렵다. '아수라 백작' 같은 양면성을 경험하는 삶"이라고 했다.
특히 중증 천식에서 예측 불가능한 발작이 가져올 문제를 경고했다. 상태가 괜찮을 때는 멀쩡해 보이지만, 발작이 시작되면 스스로 제어가 되지 않아 주변에 피해를 줄 수 있어서다.
실제 최 씨는 차를 운전하던 중 갑자기 기침이 심해져 혼절했는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적이 있었다. 그는 "그 이후부터 운전을 하다 발작이 올 것 같으면 무의식적으로 속도를 줄이는 습관이 생겼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위험까지 다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칼을 숨기고 생활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힘겨웠던 투병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 그의 마음 한켠에 있다. 현재의 행복한 일상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다.
최 씨는 "정확한 진단과 듀피젠트 치료를 통해 새로운 삶을 얻었고,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듀피젠트가 비급여이기에 이 약 없이는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상태를 가능한 오래 유지하고 싶은 게 가장 간절한 바람이다. 듀피젠트 급여가 빠르게 이뤄진다면 더 많은 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팜뉴스는 최 씨를 진료한 김주희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 알레르기 내과 교수를 만나 중증 천식 치료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중증 천식의 증상, 합병증, 환자 예후 등이 일으키는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심각한 질환인가.
"중증 천식은 일반적인 흡입 스테로이드와 기관지 확장제 치료로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환자들은 거의 매일 기침, 호흡곤란, 가래 등의 증상으로 일상생활과 수면에 큰 지장을 받고, 연 2회 이상 천식 악화로 응급실 방문이나 입원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러한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 경구용 스테로이드를 자주 또는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중증 천식에 해당한다.
중증 천식 환자는 경구 스테로이드 사용 비율이 높아 단기적 부작용 뿐만 아니라 골다공증, 당뇨, 고혈압 등 장기적인 합병증 위험도 크다. 또한 폐 기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부담도 매우 높다."
▶말한 것처럼 환자들도 중증 천식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고 있나.
"오랜 기간 동안 천식을 앓아온 환자들은 증상이 악화될 때까지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넘게 불편함을 감내해온 환자들을 접할 때마다, 조금만 더 일찍 적극적으로 검사와 치료를 받았더라면 삶의 질을 훨씬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기존 치료로 호전되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중증 천식 치료는 어떻게 진행하는지 또 기존 치료제 대비 IL-4와 IL-13 두 가지 염증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는 듀피젠트가 가지는 임상적 차별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중증 천식 치료는 먼저 정확한 진단과 감별을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중증 천식으로 오인될 수 있는 다른 질환을 배제하고, 환자가 처방약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동반질환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기존 치료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 흡입 스테로이드 용량을 증량하고, 기관지 확장제와 추가 조절제를 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면 환자의 염증 표현형을 평가해 생물의약품 사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현재 사용하는 생물의약품 대부분이 호산구성 알레르기 염증, 즉 제2형 염증 반응을 표적한다. 모두가 제2형 염증을 표적한다 하더라도 약제마다 면역학적 표적이 서로 다르기에 작용 기전이 상이하다.
생물의약품은 일반적인 흡입제보다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의료진은 담당 환자 상태와 특성을 파악해 가장 적절한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천식 치료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듀피젠트는 IL-4와 IL-13이라는 두 가지 주요 염증 경로를 동시에 차단해 다양한 염증세포와 염증매개 물질에 영향을 준다. 기존 치료에 비해 더욱 강력하고 포괄적인 항염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차별화된 약제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스테로이드 치료를 장기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안다.
"대다수 의료진은 원칙적으로 스테로이드 사용을 지양한다. 그러나 중증 천식 환자가 증상이 악화되어 호흡곤란 등을 보이는 경우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구 스테로이드를 처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게다가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기 때문에 환자들은 추가 진료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여기에 더해 경제적 부담이나 병원 방문 어려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경구 스테로이드 처방이 반복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경구 스테로이드 치료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어쩔 수 없이 스테로이드를 반복 처방하게 되면, 환자가 '이 약만 먹으면 괜찮다'고 인식하게 된다. 실제로는 천식이 잘 조절되지 않고 있음에도 그 심각성을 간과하는 것이다. 둘째, 중증 천식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상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구 스테로이드는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 불과하며, 반복 사용 시 심각한 합병증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중증 천식을 장기간 방치할 경우 예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환자가 가능한 한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듀피젠트 QUEST 연구에서 한국인 하위 그룹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연간 중증 악화 발생률 완화와 호산구 수치가 150 이상인 환자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현재 치료 상황에서 어떤 가치가 있는 결과인가.
"이 연구 결과는 듀피젠트가 호산구 300~400 이상 환자뿐 아니라 더 낮은 호산구 수치를 가진 환자에게도 충분한 치료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중증천식 환자의 경우 고용량 흡입스테로이드와 잦은 경구스테로이드 사용으로 인해 호산구 수치가 300~400 이상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듀피젠트는 해당 환자에서도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듀피젠트가 특히 효과적인 환자가 있나.
"천식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듀피젠트 사용 기준에 대해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특히 제2형 염증 반응이 강하게 나타나는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제다. 현재 듀피젠트로 처방 받는 임상 최 씨의 경우, 호산구 수치와 호기산화질소(FeNO) 수치 모두 매우 높았고, 폐기능의 변동 폭 또한 컸다. 이에 더해 만성 비부비동염과 비용종 등 동반 질환도 보유하고 있었다.
환자의 임상적 경험뿐 아니라 실제 치료 반응, 약제 사용 이력, 기존 임상 연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듀피젠트가 가장 적합한 치료 옵션으로 판단했다. 더욱이 듀피젠트는 만성 비부비동염과 같은 중증 천식 동반 질환에 대한 적응증도 보유하고 있어 복합적인 증상을 가진 환자에게 특히 유용한 약제라고 본다.
앞서 최 씨 사례를 살펴보면, 듀피젠트 치료 전 증상이 심했을 때 폐 기능 수치는 약 20% 정도로 매우 낮았다. 그러나 임상을 통해 듀피젠트로 치료한 후 진행한 검사에서는 78~80% 수준으로 회복했다."
▶아직 듀피젠트 중증 천식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데, 경제적 부담이 실제 치료 접근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안타깝게도 아직 비급여라 환자 입장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따르고, 치료 접근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대부분 3~6개월 정도 치료를 유지하다가 비용 문제로 잠시 중단한 뒤, 증상이 다시 악화됐을 때 치료를 재개한다.
듀피젠트 치료 효과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지만, 증상이 악화된 이후에야 다시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사회적 불평등이 건강 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했으며,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체감하고 있다. 개별 의료진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정책 결정자들의 관심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고 국민적 관심과 지지도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중증 천식에서 좋은 치료제가 등장하는 반면, 국내 약제 접근성은 낮은 현실이다. 의료 전문가로서 제언을 한다면 어떤 얘기를 해줄 수 있나.
"암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정책 우선순위에 놓이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천식은 일시적인 질환이 아니라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다. 소아부터 청년기, 장년기까지 삶의 긴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단순히 경중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내 생물의약품 급여기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엄격해서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 실제 진료 현장을 반영해 급여 기준을 완화하고,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정책 입안자들이 중증 천식의 중대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중증 천식 환자들이 보다 실효성 있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마련해주기를 바란다. 일정 수준의 비용 부담이 따르지만 급여 기준 완화 시 장기적인 경구 스테로이드 사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중증 천식 악화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부작용 예방과 응급실 방문, 입원, 직장생활이나 일상 활동 제약 등으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및 직·간접적 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중증 천식 환자가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얘기를 해준다면.
"무엇보다 천식 치료 핵심은 전문의와의 지속적인 진료를 통해 환자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이에 기반한 치료 전략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다. 한두 번 진료만으로는 정확한 질환 경과를 파악하기 어려우며, 치료 중단이나 의료기관 변경이 잦을 경우 증상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한 명의 의료진과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치료 계획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천식 전문가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지만, 여건상 어렵다면 1차 의료기관에서라도 꾸준히 치료를 받고 필요한 경우 3차 의료기관과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환자 중에는 천식을 본인의 신체적 체질로 넘기며 방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현재 생물의약품 등 다양한 신약과 치료 옵션이 개발되고 있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흡입 스테로이드 등 기본 치료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꾸준한 실천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