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와 비타민 C

[정재훈 교수] 시리즈 칼럼

2025-07-30     김응민 기자
사진. 정재훈 교수

네덜란드 Utrecht 대학교의 Joris C. Verster 박사가 영국과 호주, 일본의 숙취 해소 제품을 조사·비교하여 그 결과를 발표(Drug Alcohol Rev. 2025; 44(4): 1278-1284)하였다. 연구자는 영국과 호주에서 시판되고 있는 19개씩의 숙취 해소 제품, 일본의 24개 숙취 해소 제품을 조사 비교하였다.

영국 제품에 함유된 성분은 칼륨(63.2%), 나트륨(57.9%), 비타민 C(52.6%) 등이었고, 호주 제품에 함유된 주요 성분은 비타민 B1, 비타민 B6, 비타민 B12, 나트륨(모두 47.4%), 비타민 C(42.1%) 등이었으며, 일본 제품에 함유된 주요 성분은 커큐민(45.8%), L-오르니틴(29.2%), 비타민 C(20.8%) 등이었다.

여기서 유의해서 볼 성분 중 하나가 비타민 C로서, 다수의 영국과 일본, 호주의 숙취 해소 제품 제조사들이 공통으로 비타민 C를 숙취 해소 제품의 주성분으로 사용하였다.

숙취 해소 제품의 개발과정에 성분의 효능에 대한 근거가 매우 제한적이고 조합 제품에서 상호작용과 과다복용에 따른 위해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개된 정보도 부족한 상황에서 안전한 성분들을 선호하다 보니 그렇게 된 면도 있지만 주 요인은 비타민 C가 가진 활성이다.

3개국의 숙취 해소 제품들은 온라인과 슈퍼마켓과 같은 공개 판매점에서 제한 없이 자유롭게 판매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비타민 C는 매우 안전한 성분이지만 그 효능에 대한 근거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숙취, 음주, 알코올 중독과 비타민 C 간의 관련성을 조사·정리하였다.

이미 오래전에 과도한 알코올 소비(>80g/일)는 괴혈병의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제시되었다. 1978년 Baines가 실시한 코호트 조사 보고에서 알코올 관련 질병이 있는 35명의 환자 중 91%가 비타민 C 결핍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한국에서 보고된 연구 결과(J Korean Med Sci. 2015; 30(12):1874-1880)에서도, 응급실을 방문한 알코올 중독 노숙 환자의 84.3%에서 비타민 C 결핍이 관찰되었다. 2019년 미국의 Eastern Virginia 의과대학 연구팀도 알코올 금단 증후군 환자 69명(평균 연령은 53±14세, 남성이 75%, 46%가 중증 알코올 금단 증후군으로 입원, 26%의 환자는 간경변을 앓고 있었음, 13%는 알코올/약물 중독으로 입원, 67%의 환자는 급성 알코올성 간염의 증거가 있었음)을 후향적으로 관찰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환자들의 입원 시점에서 평균 비타민 C 수치는 17.0±18.1μmol/l(정상 40~60μmol/l)이었고, 61명(88%)의 환자가 정상 이하 수치를 보였으며, 52명(75%)의 환자는 비타민 C 결핍 상태(23μmol/l 미만)였다.

다만, 1.5g의 1차 복용량에 이어 매일 500mg을 경구 투여한 결과 빠르게 정상수준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경구 비타민 C 보충제의 복용을 통해 만성 음주자의 혈중 비타민 C 수치와 대사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데 최대 3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2023년 D. Metsu 등이 발표한 연구 보고에 따르면, 39명의 만성 음주자들을 7~10일간 금주시킨 후에 혈액과 요 중의 비타민 C 함량을 측정한 결과, 피험자의 56%가 비타민 C 부족 상태였고, 21% 환자의 비타민 C 농도는 괴혈병의 진단기준 이하까지 낮아져 있었다.

이상의 보고들은 알코올 사용 장애(AUD, 알코올 중독) 환자에서 비타민 C 결핍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만성 음주자들은 비타민 C가 다량 함유된 과일이나 채소를 덜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알코올은 장 점막을 손상해 비타민 C의 흡수를 방해한다.

게티이미지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활성산소종 생성 등은 비타민 C의 소모를 증가시킨다. 알코올은 이뇨작용 등을 통해 비타민 C의 신장 배설을 증가시킨다. 결과적으로 AUD가 비타민 C 결핍을 유도할 수 있고, 역으로 비타민 C 결핍증이 만성 알코올 사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의 Qassim 대학교 연구팀이 알코올 남용 치료에 대한 비타민 C의 효과를 조사하여 발표하였다. 입원한 남성 알코올 남용자 80명과 건강한 사람 20명에게 표준 치료와 함께 비타민 C를 투여하였다.

알코올 남용군에서 총 단백질과 빌리루빈, 간기능 예표 효소(AST, ALT, ALP), 산화 스트레스 예표 인자(TBARS, SOD, 8-OHdG)가 대조군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고 알부민과 글루타치온(GSH), 카탈라제(CAT)는 대조군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았다.

7일간 하루에 1,000mg의 비타민 C를 복용한 알코올 남용군 환자의 총 단백질과 빌리루빈, 간기능 예표 효소(AST, ALT, ALP), 산화 스트레스 예표 인자(TBARS, SOD, 8-OHdG)가 유의미하게 감소하였고 알부민과 GSH, CAT는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는 알코올 남용이 간의 병리 상태를 반영하는 다양한 생화학적 지표와 산화 스트레스에 유의미한 악화를 유발하나, 비타민 C가 알코올 남용으로 유발된 간독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다른 연구에서도 비타민 C가 에탄올 청소율(제거율)을 증가시키고 알코올 유발 간독성을 감소시킬 수 있음이 입증되었다. 이상의 자료들은 만성 알코올 중독의 치료에 비타민 C 보충이 유효함을 시사한다.

연구자들은 알코올 남용은 산화성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매개로 간의 병적 상태를 유발하며, 비타민 C의 항산화·항염 활성이 이러한 발병 상황을 억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알코올성 간 질환에서 간의 저장능 감소가 비타민 C의 결핍을 유발할 수 있으며, 비타민 섭취 부족과 알코올의 상호작용으로 비타민 C의 고갈이 촉진될 수 있고, 비타민 C의 보충은 간의 병적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

비타민 C 결핍 에탄올 섭취 생쥐 모델에서 비타민 C의 보충이 호중구 침윤을 억제하고 CD68 양성 세포 침윤을 줄임으로써 에탄올 매개 지방간의 증상을 개선하였다. 간세포는 에탄올의 약 90%를 대사하며, 비타민 C는 간세포에서 전자 공여체 역할로 NAD/NADH 경로를 활성화함으로써 알코올 대사를 촉진한다.

알코올성 간 질환이 있는 사람에서 에탄올 대사 효소 활성과 백혈구 아스코르브산 농도 사이에 긍정적 상관성이 확인되었다. 또한, 동물 실험과 시험관 시험에서 비타민 C가 에탄올 대사체인 아세트알데히드의 유해 영향으로부터 간세포와 신경세포를 보호함이 확인되었다.

이외에도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 중인 환자에게 비타민 C를 보충하였더니 회복 속도가 향상되었고 피로감과 면역기능의 개선 효과가 관찰되었다.

흡연과 비타민 C에 관한 조사에서 본 것처럼 음주도 체내 비타민 C 부족 상황을 유발하고 체내 비타민 C의 부족은 음주의 위해 효과를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애주가들은 술을 안 마시는 사람보다 더 많은 양의 비타민 C를 꾸준하게 섭취해야 음주로 인한 건강상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금주가 최선이지만 애주가들이 금주를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어쩔 수 없는 환경이라면 비타민 C를 보충하여서라도 음주에 따른 폐해를 줄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술 권하는 사회'가 아니라 비타민 C를 권하는 사회!

글. 정재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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