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에 대한 표적항암제 보라시데닙

[성은아 박사] 시리즈 칼럼

2025-07-30     김응민 기자
사진. 성은아 박사

뇌종양에 대한 표적항암제 보라시데닙(상표명 보라니고)은 2024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유럽에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 표적 치료제는 IDH1/IDH2 변이를 가진 저등급 교모종 환자에게 수술 후 항암치료를 위해 투여하도록 허가되었다.

표적항암제는 종양 세포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바이오마커를 타겟으로 하는 항암제이다. 바이오마커를 발현하는 종양 세포에 효과를 나타내지만, 바이오마커를 발현하지 않거나 미미하게 발현하는 정상 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 정상세포와 종양세포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손상을 주는 일반적인 화학요법과 대비된다. 2000년을 전후로 표적항암제가 등장한 이후 항암치료에 획기적인 변화가 왔다.

보라시데닙의 표적은 IDH1 단백질과 IDH2 단백질이다. 이들은 모든 세포에 존재하며 에너지 대사에 관여한다. 세포는 섭취한 영양분을 에너지로 전환하여 사용한다. 영양분은 세포 내에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순차적으로 연소되고, 최종적으로 ATP라는 에너지의 교환 가치로 바뀌어 사용된다. IDH1과 IDH2는 이러한 생물학적 연소 과정 중에서 역할을 맡아서 ATP를 생성하는 데 필수적인 단백질이다.

세포의 분열이나 증식과 직접 관련이 없는 IDH1과 IDH2가 표적항암제의 타겟으로 등장하게 된 배경은 2000년대 초 암세포에 대하여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유전자 변이 분석 연구이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달리 많은 유전자 변이를 내포한다. 세포가 무절제하게 분열하고 증식하는 동안 변이들이 축적된 탓이다. 대부분의 변이는 무절제한 세포 증식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세포 증식의 결과가 아니라 세포 증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가 있다. IDH1과 IDH2가 바로 이런 경우이다. 2006년 대장암에서 처음 변이가 보고되었으며, 골수암, 담관암뿐만 아니라 뇌척수 종양인 교모종에서 이 단백질들의 특정 변이가 높은 빈도로 발견되었다. 뿐만 아니라, 변이와 발암 과정의 연관성도 곧이어 밝혀졌다.

IDH1이나 IDH2의 유전자 변이 때문에 세포 내에서 이루어지는 영양분의 연소 반응의 효율이 떨어져서 2-HG라고 하는 불완전 연소 산물이 발생한다. 이 불완전 연소물이 발암의 원인 물질이다. 2-HG가 염색체의 안정성에 변화를 주어, 세포 분열이나 증식에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에 광범위하게 2차적으로 영향을 줌으로써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된다.

발암 기전이 밝혀지자 제약회사들이 IDH 억제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IDH 변이 단백질에 대한 억제제 개발이다. 변이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화합물은 암세포에서 불완전 대사물의 생성을 저지하고 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 정상 단백질에 대하여 작용하지 않으니 정상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IDH1/IDH2 변이가 암의 유발과 관련되었다고 밝혀진 지 10년 남짓한 2017년 IDH2 변이형 억제제인 에나시데닙(상표명 이드히파)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대하여 허가를 받고, 2018년 IDH1 변이형 억제제인 이보시데닙(상표명 팁소보)이 담관암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대하여 허가를 받아 약물로 나왔으며, IDH1 변이형 억제제인 올루타시데닙(상표명 레즈리디아)이 2022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대하여 허가를 받았다.

이번에 약물로 승인된 보라시데닙이 교모종에 대하여 승인을 받은 이유는 이 화합물이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도록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뇌종양에 약물이 작용하기 위해서는 뇌혈관 장벽을 통과해야 한다. 에나시데닙과 이보시데닙은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지 못하여 뇌종양에 작용하지 못한다. 올루타시데닙도 뇌혈관 장벽을 투과할 수 있으며, 교모종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보라시데닙은 저등급 교모종에 대하여 허가를 받았다. 저등급 교모종의 대부분에서 IDH1/IDH2 변이가 발견된다. 보라시데닙은 IDH1과 IDH2를 모두 억제한다. IDH1과 IDH2를 모두 억제한다는 점은 이 약물의 또 다른 장점이다. 종양이 IDH1과 IDH2를 교차 발현하여 내성을 획득할 여지를 줄이기 때문이다.

교모종 환자는 수술을 하여 종양을 제거해도 몇 년 이내에 암을 재발할 가능성을 가진다. 수술 후에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들 군에서 플라시보를 투여받은 환자군에 비하여 암의 재발이 현저하게 오래 저지되었다.

보라시데닙이 뇌종양에 사용하는 최초의 표적 항암제는 아니다. 다브라페닙(상표명 타핀라)과 트라메티닙(상표명 메키니스트) 병용치료제가 2022년에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 약물은 종양불문 항암제이다. 종양불문 항암제란 암의 종류와 무관하게 바이오마커를 중심으로 사용하는 약물이다.

다브라페닙과 트라메티닙 병용치료제는 BRAF 유전자의 특정 변이가 있을 때에 사용한다. 다양한 종류의 희귀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하여, 이 병용치료제가 신체의 어느 부분에 있든 바이오마커를 발현하는 고형암에 사용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이 약물의 사용 범위에 교모종도 포함된다.

글. 성은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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