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 추락 사고… 법원 “보험금 지급해야”
항소심, 고의 아닌 우발적 사고로 판단“ 예견하거나 감수한 정황 없어”… 보험사 면책 주장은 기각
[팜뉴스=우정민 기자] 만취 상태에서 건물 2층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하지마비에 이른 사고가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인정됐다. 울산지방법원 제1-3민사부는 지난달 26일, 이를 피보험자 B씨의 의도적인 자해가 아닌, 예측 불가능한 우발적 외래 사고로 보고 보험사의 면책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2024나180*1).
사고는 2023년 3월 새벽, B씨가 동료들과 음주 후 직장 동료 F의 원룸에 머무르던 중 발생했다. 당시 F의 전 여자친구와 경찰이 출입문을 두드리자, B씨는 당황한 나머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이 사고로 B씨는 요추, 골반, 경골 등에 골절과 척수손상을 입고 69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까지 하지마비 상태다.
B씨는 2008년과 2013년에 C 보험사와 각각 두 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첫 번째는 재해로 인한 장해와 입원 등을 보장하고, 두 번째는 상해 입원 시 실손 의료비를 보장하는 내용이다.
B씨는 해당 사고가 보험약관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고, 그에 따른 심각한 결과를 예측하거나 감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보험사는 계약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보험사는 B씨가 장해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뛰어내린 만큼 고의적 자해에 해당하며, 면책조항에 따라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고가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B씨 측 청구를 인용했다.
항소심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연한 사고’를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통상적인 결과를 넘는 상해를 초래한 사고”로 정의하며, 사고 당시 B씨가 만취 상태였고 귀가를 시도하다 병원으로 이송된 점 등을 종합해 중대한 결과를 감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고가 보험계약상 보장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고, 보험사가 B씨 측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음주 등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고의성을 쉽게 단정할 수 없다는 법리 기준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