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검체 채취 시킨 의사... 헌재 자격정지 ‘의료법 합헌’ 결정
헌재 “의료행위 고도의 전문성 요구… 국민 건강권 보호 위한 일률적 금지 정당” 행정법원 “전문가용 검체 채취 위험한 의료행위… 공익상 엄격 금지 필요”
[팜뉴스=우정민 기자] 헌법재판소가 비의료인에게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검체 채취를 맡긴 의사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해당 의료법 조항이 명확성 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으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규제라고 판단했다(헌법재판소 2025. 7. 17.자 2024헌바369 결정).
2022년 2월, 서울 성북구에서 의원을 운영하던 여 의사 A씨는 자신의 남편에게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이용해 환자의 검체를 채취하도록 했다. 남편은 의료인이 아니었다. 이에 대해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22년 7월 A씨에게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고, 그 직후 명령이 확정됐다.
보건복지부는 같은 해 10월,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제27조 제1항 및 제66조 제1항 제10호을 근거로 A씨에게 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남편에게 의료행위를 지시한 적이 없고, 설령 위반이 인정된다 해도 처분의 강도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8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해당 형사사건의 유죄 확정 사실이 행정재판에서도 유력한 증거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이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는 단순한 검체 채취를 넘어 출혈 등의 위험성이 존재하는 전문적 의료행위이며, 이를 비의료인이 수행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대한 심각한 위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량권 남용 여부에 대해서도 행정법원은 부정했다. 의사는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직으로서 고도의 주의의무가 요구되며, 관련 법령에 따른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은 공익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한편, A씨는 해당 조치의 법적 근거인 의료법 제27조 제1항과 제5항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으나 기각되자, 지난해 9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17일, 해당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의료행위는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며, 비의료인의 무분별한 개입을 막기 위해 일률적 금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히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의 경우, 비인두 깊숙한 부위에서 검체를 채취해야 하는 방식으로, 의료적 지식 없이는 출혈 등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헌재는 해당 조항이 명확성 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 부작용이 없는 사례가 있다 해도, 이를 구별하는 현실적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국가가 자격기준을 엄격히 설정하는 것은 정당한 공익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결국 행정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허용할 경우 국민 건강권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격정지 처분과 해당 법 조항 모두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