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병력 숨겼어도 ‘보험사기’ 아냐 법원, 무죄 선고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 암 직행 아냐, 법원 “예측 어려워 무죄 고지의무 위반 넘어 '우연성' 본질 손대지 않았다 재판부, 기존 보험 해지 등 납득
[팜뉴스=우정민 기자]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기 전 병력을 알리지 않고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고위험군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과 자궁경부 이형성증 진단 이력을 누락한 채 암 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형사재판에 넘겨졌지만, 재판부는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질병 진행의 예측 불가능성을 고려해 사기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은 지난 11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해당 병력이 계약 유지에 본질적인 영향을 줄 만큼 중대하지 않고, 실제 암 진단 또한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2024고단860). 재판부는 병력 누락만으로 사기 고의를 단정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은 2021년 7월과 8월, A씨가 C보험사의 암 진단비 보장 보험에 가입하며 시작됐다. 계약 당시 A씨는 1년 내 추가검사 여부에 ‘아니오’라고 답했고, 성병 여부 등에 대해서도 ‘없음’이라 기재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HPV Type 16 감염과 자궁경부 세포검사, 조직검사 등을 받아왔고, 중등도 자궁경부 상피내종양(CIN2) 진단을 받은 바 있다. 주치의는 수술 필요성을 강조하며 “100% 암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A씨는 2023년 자궁경부암(1A2기 이상)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으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A씨가 사전에 병력을 숨기고 고의로 보험사고를 유도했다며 형사고발에 나섰다.
재판부는 의학적 근거에 따라 HPV 감염이 모두 암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며, 다수는 면역체계에 의해 자연 소멸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고위험군 HPV 감염자의 5년 내 암 발생률이 0.65%에 불과하고, CIN2 단계에서 침윤성 암으로 진행될 확률도 15% 미만이라는 점이 판결에 영향을 줬다.
A씨의 가입 및 이후 행위도 주목 대상이었다. 그는 암 진단비 1억 원이 보장되는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보장 금액이 더 적은 상품에 가입했으며, 암 진단 이후에도 1년 넘게 적극적인 치료 없이 경과를 지켜봤다. 재판부는 “보험금을 노린 의도였다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험계약자가 병력을 숨긴 것은 사실이나, 그것만으로는 보험사고의 우연성을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고지의무 위반과 보험사기 판단 사이에 놓인 법적 경계를 다시 한 번 짚은 사례로, 향후 보험계약 해지나 사기 판단에 있어 보다 신중한 해석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