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한국에서 K의 힘"

이충우 교수의 실버 마이닝(Silver mining) 시리즈

2025-07-24     김응민 기자
숙명여자대학교 이충우 교수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올해가 초고령사회 첫해라고 하던데, 실제 체감하기는 어려운 거 같아요. 예를 들면 뭐가 있죠?" 여러분은 초고령사회의 현상을 어디서 확인하시나요. 개인마다 연령대, 직업이나 가족 상황 등이 천차만별이라 실제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맥락상으로 현답을 하기가 여간 쉽지 않죠. 부족하지만 저는 '관심, 관찰, 관점'의 세 가지 키워드로 갈음하곤 합니다.

무엇보다 관심(interest)이 없으면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관심의 싹이 트고 자라날수록 비로소 관찰(engagement)의 과정이 깊어집니다. 게다가 주의력과 사고력까지 발달하게 되면, 어느새 관점(viewpoint)이 형성됩니다. 여기에 도력이 더해지면, 비유적으로 모순임을 알지만, 마치 궁예의 관심법처럼 혜안이 생기기도 하고, 관건이라 할 수 있는 꾸준한 수양이 뒷받침된다면 격물치지(格物致知)의 단계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다소 초점을 벗어난 듯한데, 결국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몰입(flow)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 일례를 들어볼까요. 최근 '한국놀이치료학회'로부터 강의 요청을 받았습니다. 주제는 '노인과 노화의 이해'였습니다. 학회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 주된 대상은 아동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노인을 대상으로 연구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학계뿐만 아니라 산업계의 변화는 더욱더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분유, 기저귀, 위생용품, 유모차·보행기 등을 제조하고 판매했던 기업들은 전략적으로 시장을 재포지셔닝(strategic market repositioning)하고 있습니다. 가령 단백질 보충 음료, 성인용 기저귀, 간병 보조용품, 이동 및 보행기기 등처럼 실버세대를 타겟팅하여 시장 전환(market shift)을 하거나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정책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서울시는 재건축할 때 실버세대 돌봄시설인 '노치원'(데이케어센터) 설립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해당사자 간에 찬반 의견 대립으로 서로 날 선 각을 세우고 있지만, 이는 안착을 위한 성장통이고, 제도화되는 것은 결국 시간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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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예로 노인의 기준을 기존 65세가 아닌 70세 혹은 7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금, 복지, 의료비용에 관한 사회적 부양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정부의 재정 건전성 확보와 실버세대의 사회 참여 확대라는 공통된 이해관계 위에서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정책 특성상 양날의 검처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있기에, 노인 연령 기준선 즉 노령선의 상향 변경은 쉽지 않은 아젠다(agenda)입니다. 정책 수혜의 손실이 아닌 양질의 개선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을 낮추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중에서 중위소득 50% 이하의 소득을 가진 노인 비율을 말합니다. 이달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5 대한민국 경제'를 보면, 노동이나 사업 활동을 통해 얻은 근로소득 기준에서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59.1%로 OECD 평균(67.3%)보다 낮게 나타났지만, 오히려 가처분소득 기준에서 노인 빈곤율은 39.7%로 OECD 평균(14.9%)보다 세 배 이상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데이터가 의미하는 것은 뭘까요? 요컨대 한국의 실버세대는 돈을 벌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실제 생활에 쓸 수 있는 여유 자산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한편으론 세금, 이자, 대출금 상환 등의 지출 부담이 커서 실질적인 생활 여력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수준이라는 민낯이기도 하고요. 또 다른 한편으론 정부의 세금과 복지, 사회보험 등 재분배 정책과 연금 등 공적인 이전소득이 실질적으로 실버층의 빈곤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를 보면 프랑스는 고령화사회(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비율 7% 이상)에서 고령사회(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비율 14% 이상) 도달까지 무려 115년이 걸렸고 초고령사회(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비율 20% 이상) 도달까지 40년이 소요되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고령사회까지 24년, 초고령사회까지 12년이 시간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고령사회 도달은 17년, 초고령사회 도달은 불과 8년의 세월이 소요됐습니다.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정책적 대비를 위한 준비와 노력의 부족함을 야기하였습니다. 지금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킹 오브 킹스'가 지구촌 전역에서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팬덤(fandom)과 국위를 선양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초고령사회의 난제들에서도 전가의 보도처럼 국내 정책 개발과 지원을 위한 '케이(K)의 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글. 숙명여자대학교 실버비즈니스학과 이충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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